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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2. 2022
책 리뷰 - { 마음의 기도 }
성바오로 / 토마스 머튼 (Thamas Merton) / 218page
거룩한 영혼아, 홀로 머물러 있어라.
토마스 머튼은 미국 수도승이자 저술가로 1915년~1968년까지 삶을 살다 간 평화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뛰어난 자서전 <칠층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영적 스승이자 탁월한 영성 저술가로도 활동했다. 그는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1941년 켄터키 겟세마니 수도원에 입회하여 수도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 외에도 기도, 내적 성장, 사회적 책임, 폭력, 전쟁 등 광범위한 주제로 많은 글을 남겼다. 동양의 정신을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서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 추천글에서 틱낫한은 토마스 머튼이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고 회상했으며 형제애와 우정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토마스 머튼은 달라이 라마와 문답을 나누기도 하고, 일본의 불교학자 스즈키의 책을 탐독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태국을 방문하는 등 불교에 관심이 많았는데 1968년 태국에서 감전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였다.
수도자는 그리스도인으로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이며 회심, 포기, 기도에 온전히 헌신하려고 현세에서 한 발 물러선 사람이다. 수도생활은 기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관상으로 채우는 생활을 한다. 기도의 핵심은 하느님께 자신을 내맡기는 순종이다. 토마스 머튼의 마지막 증언이 된 이 책에는 그의 관상적인 기도의 핵심이 들어 있다. 주로 개인 기도이며, 특히 묵상과 관상을 다루고 있다. 묵상이라는 용어는 '마음의 기도'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마음의 기도를 통해 우리는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기도 속에서 만나게 된다. 조물주에 속해 있다는 의식적인 깨달음을 알게 될 때 사랑으로 함께 할 거라 믿는다. 성 베네딕도의 수도원에는 "만일 누구든지 조용히 기도하기를 원한다면 혼자 들어가 기도하게 할 것이며, 소리를 내어서 하지 말고 눈물과 마음의 열정을 가지고 할 것이다. "라는 규칙 기도가 있다.
배론 피정의 집 부근 길
모든 것보다 더욱 침묵을 사랑하여라.
침묵은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열매를 너희에게 가져올 것이다. 맨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 자신을 침묵 속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그다음엔 우리를 침묵으로 이끌고 가는 그 무엇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침묵 중에 생겨난 그 '무엇'을 체험하게 할 것이다. 만일 네가 이것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형언할 수 없는 빛이 네 위에 내릴 것이고... 얼마 후에는 이것을 실천하는 마음속에 어떤 감미로움이 생겨나고, 몸은 거의 강제로 침묵 중에 머물도록 이끌어 갈 것이다. (본문 2장 55page)
믿음은 우리에게 빛과 사랑을 주시는 성령 안에서 우리를 그분과 일치하도록 맺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묵상하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우리가 내적 생활의 힘겨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할 때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고 응답해 주면서 도움을 주신다. 이럴 때 자신과 하느님 사이에 소통이 가능하고 확신으로 가는 믿음의 선상에 서는 것이다. 노력을 올바르게 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과 은총의 이끄심에 따른다는 것이고 좋은 결실로 가는 지름길이다. 은밀한 활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온전히 순종할 때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의 활동도 충만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기도는 우리를 내적 침묵으로 인도하며 그 능력을 체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언제나 단순해야 하고 때로는 어떤 말이나 생각도 하지 않아야 한다.
마음의 기도에서 우리가 찾는 것은 무엇보다 하느님 안에 있는 우리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즉 하느님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신앙의 체험을 얻는 것이다. 기도는 하느님의 현존을 그리워하며 말씀을 깨닫기를 열망하고, 원의를 알아듣고 그분께 순명할 수 있는 능력을 바라는 것을 의미한다. 묵상은 새로운 통찰력, 더 높은 견지에서 본 자아에 대한 직접적인 앎을 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음의 기도라는 의미에서 묵상의 은총은 특별한 선물이기도 하다. 묵상은 언제라도 은총을 받아들이는 능력, 항상 겸손하고자 하는 태도, 실재에 대한 주의력, 감수성, 유연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0년 정도를 해마다 제천 배론 성지 부근으로 피정을 갔던 적이 있었다. 하느님께 위로받으며 힘을 얻고 싶어 찾아갔다. 주변이 온통 산이고 맞은편에는 수도원이 있어 미사도 드릴 수 있었다. 봉쇄 수도원 수녀님들은 아주 특별한 일 외에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봉쇄라는 말이 붙는다. 그렇치만 기도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으면 천국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맑고 밝았다. 당시 피정의 집 식사 준비를 해 주셨던 분으로 인해 더 좋았다. 깔끔하니 정갈하게 차려준 밥상에 감동하곤 했었다. 그리고 주변을 거닐며 산책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중에는 몇십 개씩 찾곤 했다. 걸어서 10분 정도의 배론성지에는 묵주기도를 하며 거닐 수 있는 동산 길도 있다. 봉쇄 수녀님들의 기도소리와 주변의 편안함에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다. 여름밤에는 반딧불이도 볼 수 있었던 그곳이 지금도 그립다.
봉쇄 수녀원에서
한 번 들어서면 세상 사람과
담쌓고 살아간다는 봉쇄수녀원
그 담장이 높기만 하다
철창 문 사이에 두고
아름다운 천상의 기도소리에
감동의 눈물 주르르 흐른다
얼마나 자신을 비워내고
욕망의 가지들을 잘라내야
그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살다 보면 붙잡는 사람도 없는데
자유롭지 못한 나를 본다
단단히 구속하는 그 보이지 않는 것들
누가 나를 가두는가
몸은 자유롭지 못해도
하늘의 천상계단을 오르는 그분들이
새처럼 자유로운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