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아도 억대 연봉을 받는 대한민국 프리랜서들의 아주 특별한 생태 보고서이다. 이 책은 직업 매뉴얼로 총 9가지의 Chapter로 구성되었다. 여행작가, 인터넷 쇼핑몰, 맛 칼럼 리스트, 파워 블로거, 클럽 메이트, 푸드 스타일리스트, 전문강사, 플로리스트, 방송작가 등 관심 가는 직업들이다. 신여진 저자는 후배들이 매뉴얼을 참고한다면 '최소한의 방향과 선택의 시간이 줄지 않을까' 해서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도 한때 이직을 꿈꾸기도 해서 다른 직종의 프리랜서를 만나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방송이 천직임을 깨닫게 되었고 걸 그룹들의 리얼 생존기 KBS <청춘불패>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저자는 안전하지만 무덤 같은 인생보다는 불안하지만 설레는 프리랜서를 택했다.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무한창조이며 발전 가능성 직업인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아홉 가지 직업 중에 두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브런치 작가들에게 유용할 것 같은 여행작가와 방송작가로 제한해 본다.
재충전도 하고 돈도 버는 낭만적인 프리랜서 여행작가
저자는 몇 년 만에 받은 전화에 뒷 퉁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국회 비서관을 그만두고 트럭을 타고 40일간 아프리카를 다녀와 책 출간을 한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천직을 운운하며 국회 비서관 6년 차에 접어든 후배가 갑자기 국회를 그만둔 사실 만으로도 놀라운데 작가인 자신보다 출판을 먼저 했다는 사실에 배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된 긴 여행 한 번 가본 적도 없지만, 여행작가를 해보려고 생각조차 못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치만 인생의 동기부여가 되었으니 나쁠 것도 없다. 아프리카로 떠난 그녀는 9급 공무원에서 6급까지 나름대로 유망한 국회 정책 비서관으로 잘 나갔다고 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배낭여행이든 어학연수든 떠나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과감히 사표를 던졌고 41일간의 여정과 사진, 그리고 자신의 감성의 울림을 상세히 기록해 두었고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글로 밥을 먹고살았던 저자에게도 책이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기회가 찾아오자 어디서부터, 무엇을 ,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간단한 포트폴리오와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전부 알집에 넣고 기획서와 목차를 뽑아서 출판사를 찾았다. 출판사를 찾을 때 콘셉트, 제목, 목차, 독자층, 작가의 강점으로 내세울 만한 이력서와 기획서는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후배는 2월에 여행을 다녀와서 4월에 아프리카 설명회를 거쳐 5월부터 책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10월에 <미치도록 즐거워>를 출간 두 번째 작품을 계약하고 체재비 일부를 지원받아 하와이를 다녀오게 되었다. 처음보다는 계약 조건이 좋아지고 비행기와 호텔 및 렌터카 일부를 협찬받기도 했다. 또 여행 전문 TV 프로그램 섭외를 받아 외국까지 다녀왔다. 살아갈 인생을 충전하고 잃었던 방향성도 찾았고 앞으로는 풍부한 경험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여행은 길 위에서 만나는 작은 인생이다. 여행가는 여행을 다니는 일이 즐거워 취미이자 직업이 돼버린 경우이다. 어떤 이는 불안하지만 즐거운 과정이라고 말한다. 여행 작가가 되기로 했다면 제일 먼저 택해야 하는 것은 여행지이다. 다음은 에세이든, 정보서든, 사진 중심이든 개인의 취향이나 여행 취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목적지를 정한 다음에 시중의 경쟁서들을 꼼꼼히 살피라고 조언한다. 초보 작가들은 순수 에세이보다는 확실한 여행 콘셉트로 다수 사진과 여행 정보에 충실히 넣는 편이 훨씬 좋다. 목적이 분명하면 글쓰기는 오히려 쉬워진다. 다음은 에피소드나 여정을 중심으로 할지, 주제를 쫓아 갈지를 정하면 된다. 그리고 직업을 삼겠다면 여행가보다는 여행 전문 기고가로 글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잡지나 신문, 관광청 홍보를 위한 기사 작성차 떠날 경우는 체제비 정도는 지원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자질과 여행작가로 평생 먹고살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밥보다 TV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면 도전할 수 있는 방송작가
방송 구성작가는 출퇴근 시간도 없는 막노동에 가까운 일이라면 믿어질까? 저자는 자신을 소개할 때 작가라고 하기보다는 '잡가'라고 소개한다. 특히 버라이어티 쪽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잡스러운 일들이 많다고 한다. 방송작가는 한글과 숫자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치만 아무나 살아남을 수 없기에 방송작가의 필수 아이템인 끼, 끈, 깡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셋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 방송작가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매년 방송국마다 극본 공모를 통해 들어오는 정식 공채가 있는데 이게 정답이다. 하지만 없을 수도 있다. 두 번째 무작정 전화나 이메일로 이력서와 작품을 보내는 경우이다. 깡은 좋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스토커나 집착증으로 발전할 가능성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다. 세 번째는 방송 출연으로 인맥을 통해 운 좋게 들어오기도 한다. 또 지연, 학연, 끈으로 들어오는 경우인데 그중에 제일은 학맥이다. 저자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방송 3사에서 운영되는 아카데미나 사설 아카데미 등을 통해서 취업 3종 세트인 이력서, 자기소개서, 포트 폴리오를 준비하길 권한다.
방송국에 입성했다고 모두 작가로 살아 남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더 치열한 야생의 생존 서바이벌 같다고나 할까? 끔찍한 건 시청률인데 저자는 학교 성적표보다 더 두렵다고 고백한다. 제 아무리 호화 케스팅에 물량 공세를 퍼부어도 시청자들이 안 봐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방송작가는 매주 시청률의 압박에서 견뎌낼 자신이 있어야 한다.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 티브는 더 이상 유희의 상자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진정한 작가가 되려면 세 번은 울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PD와 수없이 울고 웃고 싸운다. 호된 선배 때문에, 후배들 때문에, 연예인들 때문에 눈물을 쏟아야 했다. 작가는 미팅을 해도, 엠티를 가도, 회식을 해도, 과자를 사 와도, 큐시트와 구성을 짠다. 백화점에서 옷을 바꿀 때도 대사를 미리 준비하고, 애인과 싸울 때도 준비된 멘트로 나간다. 실제 저자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작가이기에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방송작가는 피곤한 직업이라며 직업병까지 거론한다.
방송작가들에게 있는 것과 없는 건 무엇일까? 방송작가 초기엔 돈이 없다고 한다. 방송국에 입사하면 박봉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층층시하 선배 작가와 PD들도 많다. 메인 작가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월급으로 새벽에 택시로 출퇴근하면 원고료가 다 날아간다. 2~3년에는 월급이 늘고 대본을 좀 쓰기는 하지만 부족한 게 시간이다. 잦은 회의와 선배 자료 찾아주기 바쁘고, 쓴 원고를 내놓으라 한다. 좀 더 지나면 다소 여유는 생기지만 친구가 없다. 바빠서 경조사 참석 못하고 친구와 약속도 못 지켜 친구가 없다고 한다. 8~9년 차가 되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드는데 애인이 없다. 화려한 방송계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웬만한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송 10년 차가 되면 감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당시 저자는 16년 차로 미래가 불안하다며 철이 없어야 살아남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방송작가에게 있는 것들이 있다. 강한 체력과 연예인의 절친이 있다. 게다가 쏠쏠한 알바가 있어 억대 연봉자도 있다. 방송작가 15년 차 되면 오십견도 생긴다. 저자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이유가 분명하다면 무조건 하라고 주장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다. 휴대폰으로 인증숏을 남기는 게 대중화되면서 여행지에서나 맛있는 음식, 커피숖, 골프 등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SNS에 쏙쏙 올라오곤 한다. 그럴 때 사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일은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자신의 현실에서나 상황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대개 우리는 부러운 마음을 감추거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러운 것을 억지로 감출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상황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무조건 감추는 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러움에 지더라도 칭찬으로 인정하면서 받아들이면 어떨까? 부럽다는 감정은 착한 소망이라고 한다. 부러우면 하면 된다. 자신이 즐기면서 하다 보면 남들이 부러워할 날이 올 것이다.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