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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클레이 하우스 / 황보름 장편소설 / 363page

by 신미영 sopia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섬처럼 흩어져 있던 우리가 만난 순간"


보름 작가는 2018년 막연하게 '소설을 써볼까' 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된다. 저자는 서점의 이름은 '휴'로 시작하고 대표는 영주이고 바리스타는 민준으로 생각을 했다. 딱 세 가지 아이디어만 갖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을 쓰는 시간은 즐거웠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그려 놓지 않았지만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시작엔 기대감이 있고 끝엔 충족감이 있는 하루였다. 저자는 성장에서 비롯된 희망이 있으며 의미 있는 대화가 있는 하루를, 무엇보다 몸이 만족하며 마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그려 보고 싶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브런치 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하고 밀리의 서재 TOP 10에 올랐고 독자들의 요청으로 종이책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 동네의 서점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가 흡인력 있고 재미가 있다. 서점을 중심으로 관계가 만들어지고 위로를 받으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써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스스로 나를 포함해 나와 관계된 많은 것을 폄하하게 되는 세상에서 나의 작은 노력과 꾸준함을 옹호해 주는 이야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나의 어깨를 따뜻이 안아주는 이야기를. 책 365page

영주는 대기업을 퇴사하고 휴남동 가정집들 사이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초보 서점 대표다. 그녀는 손님들이 오면 어떤 장소에서 책을 읽고 싶어 할까? 고심한다. 어려서부터 그녀의 꿈은 서점을 운영해서 책을 많이 읽는 거였다. 서점은 오픈하고 환기를 시키면서 음원의 노래를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영주는 온라인 주문 확인 후 우선순위로 적어 놓았던 메모를 본다. 처음 서점을 열고서는 메모하는 것도 잊을 만큼 겨우 하루를 버텨내기도 했다. 다행히 집중할 대상이 있으면 힘을 낼 수 있었고 목표는 그녀를 뛰게 만든다. 서점의 장소를 정하고, 건물을 찾고, 인테리어를 하고 틈틈이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 서점을 열고 처음엔 손님도 없었다. 우울한 영주의 모습을 보고 손님들은 쉽게 오지 않았다. 처음 몇 개월은 자주 울기도 했는 데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곁에 쌓아두고 배고픔도 잊고 읽어댔다.



서점 주인 영주와 취준생 바리스타 민준


어린 시절 영주는 틈만 나면 책을 읽었는 데 바쁜 부모님도 책 읽는 영주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집에 있는 소설을 몽땅 읽은 후에는 도서관을 다니며 즐겁게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특히 소설은 다른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아 마냥 신이 났었다. 책은 영주를 따뜻하게 품어 주었고 그 자체로 이해해 주었다. 책을 수소문하고 채워가면서 다른 독자들의 서평이나 비평도 알아 두었다. 우선 휴남동 서점의 모습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서점은 아늑해졌고 들어오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어갔다. 영주는 인스타그램에 책 소개와 매일 인사를 나누며 글을 올렸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커피 주문이 들어오면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영주는 서점을 오픈한 지 일 년쯤에 바리스타 모집 공고를 냈는데 민준이 오게 된다. 일 년이 더 지나자 영주는 민준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오후 1시까지 책 읽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리스타인 민준은 몇 년 전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고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그의 대학 생활은 아르바이트로 점철됐다. 학점과 스펙은 좋았기에 뭐든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취업이 되지 않았다. 취준생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쉬고 싶었다. 민준은 은행계좌를 확인했더니 몇 개월 버틸 수 있는 금액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백수 생활이 규칙성을 띄게 되었다. 자격증이 있던 민준은 바리스타 모집공고를 보고 서점을 찾았다. 영주가 메모장에 손글씨를 쓰고 있고 눈인사를 건넨다. 동네 서점이라 하기엔 제법 규모가 있었지만 책은 어떤 기준 없이 진열돼 있었다. 책꽂이에서 책을 살펴보던 중 민준은 <고슴도치의 우아함>의 속에서 이렇게 적힌 메모지를 발견한다. 민준은 자신을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온 바리스타라고 소개했다.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고 일을 하기로 한다. 민준은 서점에서 바리스타 할 일은 커피를 고르고 커피를 내리고 서점을 청소한다.


' 한 사람은 결국 하나의 섬이 아닐까 생각해요. 섬처럼 혼자고, 섬처럼 외롭다고요. 혼자라서, 외로워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혼자라서 자유로울 수 있고 외로워서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섬처럼 그려진 소설이에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소설은 섬처럼 살고 있던 각각의 인물이 서로를 발견해내는 소설이고요. 어 너, 거기 있었니? 응 난, 여기 있었어. 하는 소설들 말이에요. 혼자여서 실은 조금 외로웠는 데 이젠 덜 외로운 것 같아. 너 때문에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이 소설은 저에게 이런 기쁨을 맛보게 해 줬어요. ' 책 21~22page


영주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손님을 만났을 때

-객관적인 시선

객관적인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자. 내가 ' 좋아하는 책'이 아닌 손님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려면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질문

책을 추천하기 전에 먼저 손님에게 물어보자. '최근에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요?' 평소에 어떤 장르의 책을 주로 읽으시는데요?' '요즘에 주로 하는 생각은?' '좋아하는 작가는?'


-영주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

삶을 이해한 작가가 쓴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엄마와 딸에 관해 쓴 책, 엄마와 아들에 관해 쓴 책, 세상에 관해 쓴 책, 인간에 관해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이 아닐까?



서점이라는 공간이 있으면 우린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됩니다.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


휴남동 가정집들 사이에 문을 연 평범한 동네 서점, 이곳에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평범한 사람들이 여러 명 등장한다. 서점을 오픈한 날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며 걱정과 응원을 해 주는 수다스러운 민철 엄마 희주, 하고 싶은 게 없고 사는 게 재미없다는 철없는 고민에 사로잡힌 고등학생 민철이 있다. 그리고 휴남동 서점에 커피를 납품하며 영주의 소울 메이트이기도 한 로스팅 대표 지미는 남편과의 갈등 문제로 고민이 많다. 계약직을 그만두고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서점에서 3잔의 커피를 마셔가며 조용히 뜨개질과 명상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영주, 지미와 따뜻한 우정까지 나누게 되는 정서도 있다. 문장 교정을 해주다가 작가로 데뷔하고 휴남동 서점에서 북 토크를 하면서 영주와 우정을 키워가는 작가 승우도 등장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고민과 상처를 펼쳐 보이며 여러 복잡한 감정에 얽히기도 한다. 내 친구나 이웃 같은 그들의 상처와 고민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들이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제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게 요즘 서점의 트렌드가 되었다. 휴남동 서점도 북 토크 공연, 전시가 가능했다. 서점에 들렀다가 작가가 낭독을 하거나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참여 의사를 밝히는 손님이 많았다. 영주는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인 북 토크를, 넷째 주 수요일엔 독서 모임을 진행한다. '서점 대표가 직접 사회를 보는 북 토크'라는 휴남동 서점만의 특징을 만들고 싶었다. 북 토크 내용은 SNS에 공개하고 내용도 정리해 놓으면 저자들이 좋아한다. 북 토크를 준비할 때마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말도 잘못하는 영주는 후회도 했다. 하지만 막상 북 토크를 시작하면 언제 후회했나 싶게 재미있었다. 특히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이나 좋았던 점을 작가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작가들은 이미지화했던 것보다 훨씬 평범하고 친근했다. 글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닌 지 의심하는 보통 사람일 뿐이었다.


영주는 좀 더 적극적으로 서점을 활용했다. <문장 잘 쓰는 법> 현승우 작가를 초대하여 북 토크를 한다. 50여 명이 넘는 관객이 박수로 맞았다. 서점 내 모든 의자가 총동원되었고 영주와 승우는 관객을 바라보고 앉았다. 승우는 말투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지루한 느낌은 없었다. 글의 이미지가 작가의 모습과 겹쳐졌다. 정돈된 태도, 크게 변화 없는 표정,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데서 끝이 나는 웃음, 영주가 아무리 어려운 질문을 해도 당황하는 대신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다. 관객 중 반 이상이 작가의 블로그 이웃이라고 했다. 관객 중에 작가에게 문장 손질을 받은 사람은 그때의 경험은 개안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승우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글을 쓸 때 마음이 불편해졌다. 북 토크는 관객들 반응도 영주와 승우의 호흡도 좋았다. 관객 질문 시간엔 마치 관객들이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민준과 영주는 홀가분하게 맥주를 마셨다.

그 후 영주는 취준생 민준에게 바리스타로 정규직을 제안한다. 승우와의 사랑도 이어간다.


영주의 집은 단출하다. 방하나에 침대와 옷장, 다른 방엔 벽을 두른 책장, 부엌엔 1인용 냉장고, 거실엔 커다란 책상과 의자, 사이드 테이블, 폭이 좁고 낮은 책상이 전부다. 공간이 있다고 꼭 깍 채워 넣을 필요가 있을까. 텅 빈 느낌. 이런 느낌도 충분히 추구해볼 만하다. 영주네 집 거실에는 조명이 세 개 있다. 조명을 받으면 모두가 은은하게 보이는 게 좋아서다. 책상에는 서점에 있는 것과 똑같은 노트북이 있다. 집에 있을 때 주로 이 책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볼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탐색한다. 영주는 나영석 피디가 만든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꽃보다 청춘>이다. 그들을 보며 영주가 거쳐왔던 시간을, 분명 청춘이었던 것은 맞지만 청춘이라고 부르기엔 아쉬운 그 시간을 그리워할 수 있었다. 영주는 조금만 여유롭게 살 수 있다면 서점을 운영하는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 글 쓰는 브런치 작가들에게 서점은 자주 들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휴남동 서점같은 동네 서점에 들러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 향기를 느끼고 싶은 날이다.

https://youtu.be/j-9ntH-Y8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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