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가튼 러브>는 20세기초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1930년대 2대에 걸친 사랑이야기와 기억 그리고 화해를 담고 있다. 감동 있는 영화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심금을 울렸던 영화가 재상영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영화도 1937년에 개봉되었고 1981년과 2023년에 재탄생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 평점도 상당히 높다. <포가튼 러브>의 뜻은 '잊혀진 사랑으로' 번역된다. 주인공이 딸에 대한 기억을 잃은 모습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접하기 어려운 북유럽 영화이고, 시골의 정취와 아름다운 폴란드의 모습을 보여 주어 좋았다. 저명한 외과 의사와 그의 사랑스러운 딸을 중심으로 삶이 바뀌는 운명과 잃어버렸던 사랑을 찾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영화는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오래된 자동차, 마차, 말, 기차 등이 등장한다. 주인공 라파우 빌츄르(레셱 리호타)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사 뱌에서 외과 의사로 부유하고 여유롭게 어린 딸과 아내와 살고 있다.
라파우 빌츄르와 동료의사
주인공은 히포클라테스의 선서처럼 돈보다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환자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사명감 있는 의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심을 걷다가 우연히 동료 의사 도부라니 에츠키가 주문한 신문 열 부를 가져오던 스타시라는 소년이 마차에 치이는 사고로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상태가 심각해서 수술로 죽을 고비를 넘기던 소년을 겨우 살려낸다.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이어가기 힘들던 소년을 헌신적으로 무료 치료해 주며 의사의 정신을 살린다. 그리고 그는 언론의 관심과 집중을 받으며 빈곤 소아과 병동을 열고 외과 과장을 맡는다. 신문엔 그의 기사가 도배를 될 만큼 유명 인사가 된다.
딸과 라파우 빌츄르
딸과 아내 숲 관리인 얀
병원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날은 사랑하는 딸의 생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케이크와 선물을 사 갖고 오지만 일로 바쁘기만 했던 라파우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내는 딸을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난다. 아내는 모든 것을 버릴 만큼 숲 관리인 얀과 사랑하는 사이였고 함께 살려고 떠난 것이다. 라파우는 의사로 바쁘게 살면서 명성을 얻고 성공을 거두었지만 가정은 한순간에 무너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아내가 집을 떠나던 날 라파우는 아내와 딸을 찾아 나섰다가 동료 의사의 연락을 받고 그곳으로 갔다. 그러나 밤길 괴한들의 습격을 받게 되고 쓰러져 기억을 잃게 된다. 라파우가 명성을 얻는 것에 시기와 질투를 갖고 있는 동료 의사가 꾸민 짓이었다. 동료의사는 라파우가 쓰러진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서 갔다. 그러나 그의 시신은 찾지 못하고 자리에는 외투만 남았다. 언론에서는 아내의 스캔들로 충격을 받아 실종과 자살사건으로 종결 처리되었다.
떠돌이 안토니 코사바
그 후 15년이 흘렀고 라파우는 '안토니 코시바'라의 다른 이름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안토니는 기억상실과 부랑자로 살면서 열 번쯤 감옥살이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마차에서 떨어진 마부의 딸과 마차를 고쳐준 인연으로 제분소에서 일하게 되면서 정착하게 된다. 안토니는 둔기로 머리를 맞아서였는지 완전 기억 상실증이었다. 의사로 생활했던 것과 딸이 있었던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함께 살고 있는 조시아는 안토니가 자주 사람들의 아픈 것을 고쳐주고 치료하는 것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러다 집을 진료소로 개방하여 마을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기 시작한다. 한편 마리시아(마리아 코발스카)는 대학생으로 술집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돈을 벌고 있다. 안토니는 마리시아를 보자 본능적으로 혼란스러워했다. 그건 천륜의 느낌이었을지 모른다. 아내가 데리고 나간 안토니의 사랑하는 딸이었기 때문이다.
마리시아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에 반해 짝사랑하는 주정뱅이 제네크와 레셰크 찬스키 백작이 있다. 둘은 그녀를 좋아가게 되고 서로 마음을 얻으려 기싸움을 하곤 했다. 어느 날 벌목장에 사람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마라시 아는 찬스키 저택으로 달려가 도움을 청했지만 레셰크 부모에게 거절당한다. 하지만 레셰크의 도움으로 오토바이를 같이 타고 의사를 모셔온다. 이때 안토니가 기웃거리며 참견하자 불법 시술은 안된다고 선을 긋고 마라시 아도 감옥에 갈 수 있으니 하지 말라고 한다. 수술 비용은 레셰크 백작이 내주었다. 레셰크와 영화를 보고 마리시아는 감동했고 그것을 계기로 둘은 친해졌다. 마리시아는 엄마가 영화를 좋아하셨다면서 작년에 돌아가셨고 새아빠는 최근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마리시아는 엄마가 부자였는데 삼림 관리인 아빠를 만나게 되면서 모든 걸 포기했다고 들려주었다.
마리시아는 백작인 레셰크를 좋아하면서도 신분차이로 거리를 두려 한다. 마리시아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안토니는 무심하게 바라본다. 안토니는 다리와 허리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다. 안토니는 등목 하는 중에 꽃을 꺾고 있는 아이를 보다가 딸을 떠올렸다. 동네에 다리를 다쳐 누워 생활하는 사람이 걷지를 못한다. 그의 부인이 안토니를 찾아갔다. 안토니는 그의 다리를 망치와 끌로 수술해 주었다. 술집에 마리시아를 짝사랑하는 제네크가 찾아오고 레셰크에게 일격을 가했지만 용케 피했다. 술집 사장은 마리시아가 레셰크를 사랑하니 쫒아가라고 했다.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결혼해 줄 것을 요청했다. 둘은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백작 레셰크와 마리시아
둘의 사랑을 확인한 제네크는 질투를 느껴 오토바이의 줄을 끊어 놓았다. 그것도 모르고 둘은 밤길에 신나게 달리다 추락하고 만다. 다행히 안토니가 그들을 목격 후 구조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레셰크 엄마는 마리시아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마리시아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안토니와 새아내
안토니의 아내는 수술을 거부하는 의사의 수술 연장을 훔쳐 안토니가 하도록 돕는다. 의사였던 기억을 더듬어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고 난 딸의 수술을 한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학천재이자 저명의사를 찾아가 도와주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했다. 이튿날 수술도구를 찾으러 어제 다녀간 의사가 왔다. 의사가 이곳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안토니는 해냈다고 아내가 대응했다. 의사가 와서 머리를 만질 때 마리시아가 의식이 돌아왔고 약처방전도 해 주었다. 의사는 돈을 받지 않고 돌아갔다. 레셰크 부모는 마리시아 죽었다고 꾸몄으나 두개골 수술과 의사 치료로 의식이 깨어나게 된다. 회복이 된 마리시아가 레셰크에게 자신의 마음을 편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레셰크 엄마는 신분차이도 나고 돈도 없는 마리시아와 엮이는 것을 달가아 하지 않아서 편지는 주지 않았다.
안토니가 다리 수술을 했던 동네사람도 걷기 시작했다. 마리시아는 의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레셰크에게 보낸 봉투에는 그가 주었던 반지가 들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편지를 찾아 레셰크 아들에게 주면서 마리시아가 살아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레셰크 엄마는 마리시아를 찾아와 대학 학자금을 주며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 게다가 안토니가 수술 도구를 훔친 것과 불법 수술한 것을 들먹이며 5년형은 살게 될 거라고 협박했다. 만약 레셰크를 잊고 떠나면 안토니도 살게 될 거라고 했다. 그곳엔 오리와 닭들이 자유롭게 다녔다. 평화롭게 보였다. 안토니는 수술도구 훔친걸 경찰에 자백했다. 경찰은 할 수없이 그를 감옥에 가두게 된다. 레셰크는 오토바이 추락사고로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약간 절룩거렸다. 마리시아를 찾았으나 기차는 떠나고 만다.
안토니는 재판을 받았다. 자신의 의학적 재능을 믿고 의사만 사용하는 도구를 훔쳤다는 것이다. 안토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레셰크는 마리시아를 만났고 감동했다. 안토니는 아직 재판 중이었고 그곳에 마리시아와 레셰크가 찾아오게 된다. 사람들은 증언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안토니 도움을 받았는지 발언했다. 둘은 택시를 타고 재판장으로 갔다. 레셰크는 마리시아에게 안토니가 천재 뇌수술 전문가라고 신문에 나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고 했다. 재판정에서는 피고가 의사였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수술했던 환자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폴란드의 유명한 도라에츠키 교수 전문의를 증인으로 세웠고 딸 마리시아도 도착했다. 자신의 이름은 마리시아 욜란타 빌추르라며 저분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했다.
아빠와 딸
아버지와 딸은 포옹했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분이 아버지라는 사실에 놀라긴 했지만 그들은 서로를 꼭 안아 주었다. 작은 마을엔 축제가 이어졌다. 그리고 아버지 안토니부부와 딸 마리시아 부부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아버지와 딸도 춤을 추고 모두 행복했다. 영화는All happy ending으로 끝났다.
레셰크와 마리시아 결혼식
아빠 부부와 딸 부부 합동 결혼식
10월에는 영화 리뷰를 올리지 못했다. 그랬더니 브런치에서 주어졌던 <영화 크리에이터>에서 <여행 크리에이터>로 요즘은 <도서 크리에이터>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번엔 리뷰를 올려 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영화를 찾아보았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르다 생소한 폴란드 영화이고 140분의 러닝타임이 만만치 않았지만 평점도 좋고 영상도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영화를 본 소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중간중간 '왜 저랬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상영된 원작이 1937년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와는 많이 떨어진 북유럽 폴란드의 이야기이다. 히포클라테스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의사로 살았던 주인공이 아내도 떠나고 동료의 질투로 둔기로 맞고 기억 상실증에 걸려 방랑자로 살았다는 것이 마음 아픈 일이다. 정처 없이 떠돌다 정착한 마을에서 다시 딸을 만나게 되지만 알아보지 못할 때 안타까웠다. 그래도 모두들 행복한 모습으로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폴란드의 하늘과 거리, 그리고 농촌의 모습들이 무척 정겨웠다. 투철한 직업 정신과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순수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