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영화 <싱글라이더>를 보게 되었다. 어린 아들의 영어 공부를 위해 2년 전 호주에 간 아내와 아들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으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다. 주인공 강재훈(이병헌 배우)은 증권 회사의 지점장이다. 아내 이수진(공효진 배우)은 남편의 권유로 아들 영어 교육을 위해 호주 가서 살고 있다. 2015년 그는 최고의 영업실적을 올렸다. 강재훈은 나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다. 그러나 회사가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고 법정관리가 되자 모두 잃고 손가락질까지 받게 되었다. 증권사기라며 투자자들이 데모하며 책임지라고 난리였다. 증권 회장은 기소되었고 부실채권 1조 3천억 원 판매의 피해자가 4만 명이었다. 투자자들은 농성을 벌이며 집기를 집어 들어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빰까지 맞고 죄책과 상실감에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는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다. 호주에 간 가족이 보고 싶고 그립다. 일주일만 더 있다가 오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한 아내에게 서운했다. 강재훈은 통장을 정리하고 이렇게 적었다.
고개 숙인 강재훈 지점장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강재훈은 약을 먹었고 여권을 매만졌다. 시드니 메리 스트리트 438번지를 지도에서 찾아본다. 아내와 아들의 사진을 보면서 손등에 주소를 적었고 항공권을 끊었다. 부재중 전화가 네 통이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비행기로 호주에 가는 중이다. 도착해 아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갔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아내는 집에서 교습소를 운영 중이다. 아내는 아들과 비슷한 딸을 가진 크리스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아내가 크리스와 식사를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자 배신감에 그곳을 나온다. 아내에게 가려고 했으나 이웃 주민이 수상한 사람 취급했다. 크리스가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걸 본다. 아내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카페로 갔고, 거기서 유진아(안소희 배우)를 만난다. 워킹 홀리데이로 한국에서 온 학생이다. 2년 동안 새벽 5시부터 농장에 나가 번 돈을 환전하려고 했지만 체류기간을 넘겨 은행에서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환전하려는데 진아를 집으로 유인했다. 공인 인증서 때문에 인터넷 뱅킹이 안돼 집에 가면 바로 환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페에 앉아 있는 강재훈
'부지런하지 않아서 가난하다는 말은 거짓말'
의심 없이 따라갔지만 그들도 비자를 해결하지 못했서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는 옆에 진아가 엎어져 있었다. 잠시 후 비틀거리며 나오는데 지나던 재훈은 부축해서 데려다준다. 진아는 감사하다며 울음을 참았다. 이튿날 재훈은 아내의 집안에 들어갔고 고양이 치치가 아는척한다. 크리스와 찍은 가족사진도 본다. 아내는 시립 교양악단 오디션 신청서를 작성 중이었다. 귀찮고 힘들다면서 아내는 악기를 판다고 했었다. 재훈은 전에 아내가 아들 영어 교육을 위해 호주에 가길 원했다. 미국보다는 시차와 총도 없이 안전했고 공기, 날씨, 환율도 좋기 때문이다. 아내는 요즘 인터넷으로 남편회사 소식을 접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아 답답하다. 아내는 크리스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에 갔다. 재훈은 노는 모습을 멀찍이 바라봤다.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그들을 바라봐야 했는지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 알게 되었다. 벤치에 있는 재훈에게 진아가 같이 가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19,000불을 빼앗겼으나 체류기한을 넘겨 경찰에 갈 수도 없다는 것이다. 둘이 갔지만 그들을 찾지는 못했다.
'너무 좋은 거래는 항상 거짓이 있는 법'
재훈은 아내의 애인 크리스를 미행해 본다. 그는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내가 장기 입원해 있는 병원에 왔다. 크리스가 나가고 재훈도 그의 아내를 만났는데 6년 전 사고가 났었다면서크리스가 수진을 좋아하는 걸 안다고 했다. 재훈은 아내를 이곳에 보낸 걸 후회했다. 수진이 한국으로 전화해서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올라가 봐 달라고 했다. 노인이 재훈을 수상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자신의 현재 상황을 말하지 못한다. 고양이 치치가 따라왔다. 진아가 치치를 안아주면서 사기 친 자들을 인터넷 카페에서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찾았다던 집은 임대 팻말이 붙여져 있었다. 재훈은 자신이 부실채권을 팔고 그 덕에 승진했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을 이곳에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겨 가족과 주변사람 자신까지 다 잃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돌이키니 재훈도 이젠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연주시험을 보고 있다. 이젠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오페라 하우스를 향한 수진
오디션에 합격하면 호주서 함께 살 거라는 희망
아내의 집 주변을 배회하다 들어가 보니 아들 진우가 없었다. 크리스가 병원에 안고 가는 걸 보았다고 노인이 말해 주었다. 그래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크리스는 발에 피가 나도록 달려왔던 것이다. 재훈도 병원에 누워 있는 진우를 보았고 아빠라고 불렀다. 크리스는 진우를 퇴원시키고 잘될 거라고 수진을 위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훈은 착잡하다. 잠든 아내를 바라보면서 배신감에 목 졸라 죽이고 싶지만 참는다. 호주 시민 신청서를 보고 재훈은 참담하다.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갔고 그는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수진은 남편의 증명사진을 바라보고 나란히 놓아본다. 진우가 어제 병원에서 아빠를 봤다고 하자 꿈을 꾼 거라며 일축해 버린다.죽은 치치를 경찰이 찾았고 남편 회사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크리스에게 전했다. 수진은 시립단원이 되면 비자가 나오고 시민권 취득 자격도 생길 거라고 했다. 일주일 늦게 가는 것 때문에 말다툼했던 걸 떠올렸다. 진아는 사이렌 소리가 나며 경찰이 조사를 하는 장소에 가보고서 깜짝 놀란다. 자신이 죽은 채 매장되어 깜짝 놀라며 울었다. 어느 정도 매듭이 풀렸다. 대화를 나눈 건 죽은 진아 영혼이라는 것을, 치치도 죽음 안에 세상이었다는 것을~
호주 다리에서 강재훈
'우리가 여기 아무도 모르게 혼자 왔던 것처럼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수진은 남편에게 전화를 여러 번 했으나 받지 않았다. 문을 부수고 들어갔는데 약을 먹고 의자에 앉은 채 죽어 있었다. 수진은 소식을 접하고 쓰러지며 울었다. 과도한 약물 복용과 자살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난방이 안돼 시신은 손상되지 않았다. 진아와 치치 그리고 재훈은 같이 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최근에 죽어 떠돌던 영혼으로 만났나 보다. 재훈이 말을 나누었던 크리스의 부인은 몇 년째 식물인간 의식장애였다. 재훈과 말을 나누었던 것도 영혼이 만났기 때문이었나 보다. 수진은 아들 진우를 데리고 한국으로 왔다. 재훈은 치치와 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난다. 화장실에 들어가 수진은 오열했다. 크리스는 치치의 시신을 묻어 주었다 재훈은 아들이 자랑했던 태즈메이니아 섬을 향해 걸었다. 재훈이 막다른 길에 바위 위에 서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눈물도 같이 흘렀다. 비행기를 탔을 때처럼 구름만 있다.
재훈, 진아, 치치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들은?
영화 <싱글라이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13년 브리즈번의 두 번의 살인 시건으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가진 20대 한국인들로 가해자들은 무기징역을 받았다. 12월 호주돈 1천만 원가량을 탈취한 후 암매장한 사건이 '싱글라이더'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증권회사 지점장 자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는 강재훈의 여정을 따라가는 설득력 있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검정 슈트 차림으로 가족의 곁에 머물며 지켜보기만 한다. 재훈의 표정과 움직임 독백 등이 보여 주는 데로 따라간다. 영화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는 이들의 아픔을 우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식 영어 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까? 점점 갈수록 투자는 과속화되고 그만큼 벼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많다는 걸 인식하고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다시는 이런 쓸쓸한 죽음이 없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