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신미영 sopia
Feb 13. 2024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얼마 전에 본당에 부임하신 사라마리아 수녀님께서 첫인사 때 읊어 주신 시입니다. 방문객의 뜻은 알다시피 찾아온 손님입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는데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이처럼 아름답고 거룩하게 표현한 시가 있다니 감동이었습니다. 방문객 시를 낭송해 주신 덕분으로 수녀님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보게 되었고 주변의 관계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누군가를 맞이함에 있어 좀 더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살피면서 좀 더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며칠 전에 우리의 명절 설이 지났는데요. 가족이 만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셨나요? 모처럼 만나 따뜻한 정을 나누신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 불편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만남과 관계를 통해 행복과 즐거움도 느끼지만 상처와 고통을 받게도 됩니다. 이 시는 2017년 방영된 16부작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소개되었는데 그래서 더욱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나 봅니다.
방문객 시를 읽으면서 브런치에 구독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미래와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라는 정현종의 <방문객> 시로 하여금 숙연해집니다. 요즘처럼 바쁘고 인간관계가 가벼운 세상에 묵직한 진리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내가 중요한 만큼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합니다. 각자의 마음 안에 다양하고 드넓은 우주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오늘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될 테니까요. 사람들을 만날 때 얼마나 환대를 했는지, 행여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바람처럼 마음을 세심하고 부드럽게 더듬어 볼 수는 없겠지만 흉내라도 내봐야겠습니다. 필경 환대가 된다고 하니까요. 이곳을 찾아 방문하는 구독자 분들에게도 인연의 소중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모두들 복 많이 받으시고, 소망하는 모든 일 이루시는 한 해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