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설 명절에 인사드립니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2주 전에 시댁 삼 형제와 동서들과 만나 어머님 산소와 아버님 계신 요양원에 다녀왔습니다. 어그제는 아들, 딸들, 사위들과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미리 만나서 차례도 지내고 방문도 하고 가족 식사를 했더니 오늘은 무척 여유롭네요. 살다 보니 이런 시간도 주워지네요. 남편과 오붓하게 마주 앉아 즐기는 이 고요한 시간이 익숙하진 않지만 선물 같습니다.
숙제처럼 치러내던 명절이 아닌, 축제처럼 누리는 명절. 맏며느리라는 긴 터널을 지나 만난 이 한가로움이 참 귀합니다. 복잡한 차례상 대신 남편과 마주 앉은 식탁 위엔 단출하지만 따스한 온기가 남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제사상 준비에 허리가 휠 시간이었겠지만, 몇 년 전부터 수고로움 대신 서로의 눈을 맞추는 다정한 대화를 나누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아버님 요양원 입소 후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한 결정 뒤에 찾아온 것은 불효라는 죄책감이 아닌, 서로를 향한 더 깊은 여유였습니다.
맏며느리라는 이름표를 잠시 내려놓고 보낸 이번 설, 비로소 창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남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전통을 지키는 숭고함도 좋지만, 이제는 이렇게 우리만의 속도로 명절을 채워가는 용기도 필요함을 배웁니다. 어깨가 가벼워진 만큼, 올 한 해 더 경쾌하고 즐거운 글들로 소통하겠습니다. 가끔은 우리 모두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보다 나의 평온을 먼저 돌보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는 가족과 오붓한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