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묵을 먹으며

시-신미영

by 신미영 sopia

가지런히 담겨 있는 도토리묵

고운 가루가 되어 서로를 받아들이고

묵으로 엉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물질을 버려야 했는지


여물지 않으면

힘을 써도 빠져나올 수 없는

그 시간 앞에서

각자 삶을 생각한 때도 있었겠지


서로가 단단히 붙들기 까지

마음이 무르익어야

길이 열린다는 것을 알기까지

인내의 시간은 길었다


도토리 묵이 된다는 것은

내 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어울려 묵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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