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깎아 만든 밭
그 밭을 앙상 끝 밭이라 불렀다
인자했던 할머니 산소가 붙어 있는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긴 밭
무덤 앞 산딸기 얌전히 익어가는 날에는
내 영혼이 한 뼘은 자라났다
어린 나이에 호기심이 키보다 컸던지
밭 위쪽으로 올라가 곤 하였는데
그곳에는 기다림으로
목이 길어진 산나리가 웃고 있었다
무성한 여름 숲은
신비한 열기로 가득 찬 비밀의 숲
이따금 산새들이 푸드덕 날아올라
어린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으니
많이 보았다고
오래 보았다고
사뭇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그날 보았던 그 산나리 꽃은
지금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설레는 마음을 선홍빛으로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