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열매를 따거나 줍는 일처럼 행복한 일도 드물 것입니다. 몇 해전 남편과 도토리를 주우러 가게 되었습니다. 비닐봉지 몇 개와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습니다. 청주에서 가까운 문의 대청댐 쪽 언덕이 있는 산에서 줍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도토리가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자기야, 잘 줍고 있지?" 몇 개씩 도토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위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개를 숙여 집어넣었습니다. 언덕이라서 조금은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주으면서 도토리들을 모았죠. 한 시간 정도 줍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그곳은 조금 평평한 곳이었는데 도토리들이 많아서 줍기가 수월했습니다. 자연히 말수도 줄고 온통 도토리를 찾는데 시간을 쏟게 되었지요. 집중하다 보니 더 많은 도토리가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열중해서 줍다 보니 꽤나 묵직했습니다. 집에 와서 도토리를 달아보니 7킬로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침대에 누웠는데 천장에 사진을 찍어 놓은 듯 도토리들이 보이는 겁니다. 얼마나 도토리를 찾는 것에 집중했는지 눈앞에 선명한 도토리들이 왔다 갔다 했답니다. 그래서 쓰게 된 시입니다.
그대가 보고 싶은 날에는
가을 숲으로 간다
숲 속으로 들어서면 가을빛은 물러서듯 깊어져 나는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키 큰 나무들은 손을 놓으며 그리움으로 익어가고 비바람에 더욱 단단히 여물어 가던 열매들도 이별을 준비한다
잠잠 살이 내리는 가을 숲
다람쥐들이 바빠지고 여기저기서 툭 툭 투두 두둑
단단한 그리움을떨구고 있다
소풍날 보물 찾기를 하듯 종일 도토리를 줍고 온 날 온통 숲의 향기에 젖은 그대 얼굴이 방안 천정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