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Nov 09. 2023

가을 숲에는

시 - 신미영

경험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열매를 따거나 줍는 일처럼 행복한 일도 드물 것입니다. 몇 해전 남편과 도토리를 주우러 가게 되었습니다. 비닐봉지 몇 개와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습니다. 청주에서 가까운 문의 대청댐 쪽 언덕이 있는 산에서 줍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도토리가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자기야, 잘 줍고 있지?"  몇 개씩 도토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위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개를 숙여 집어넣었습니다. 언덕이라서 조금은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주으면서 도토리들을 모았죠. 한 시간 정도 줍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그곳은 조금 평평한 곳이었는데 도토리들이 많아서 줍기가 수월했습니다. 자연히 말수도 줄고 온통 도토리를 찾는데 시간을 쏟게 되었지요. 집중하다 보니 더 많은 도토리가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열중해서 줍다 보니 꽤나 묵직했습니다. 집에 와서 도토리를 달아보니 7킬로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침대에 누웠는데 천장사진을 찍어 놓은 듯 도토리들이 보이는 겁니다. 얼마나 도토리를 찾는 것에 집중했는지 눈앞에 선명한 도토리들이 왔다 갔다 했답니다. 그래서 쓰게 된 시입니다.


그대가 보고 싶은 날에는

가을 숲으로 간다

숲 속으로 들어서면
가을빛은 물러서듯 깊어져
나는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키 큰 나무들은 손을 놓으며
그리움으로 익어가고
비바람에 더욱 단단히 여물어 가던
열매들도 이별을 준비한다

잠잠 살이 내리는 가을 숲

다람쥐들이 바빠지고
여기저기서
툭 툭 투두 두둑

단단한 그리움을 떨구고 있다

소풍날 보물 찾기를 하듯
종일 도토리를 줍고 온 날
온통 숲의 향기에 젖은 그대 얼굴이
방안 천정에 가득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