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Oct 17. 2023

일상 - { 연풍 성지순례 }

 영세자들과 교리교사 성지 순례

영세자들 연풍 성지순례


10월 14일 본당 신부님, 수녀님, 교리교사, 그리고 영세자들과 연풍성지 다녀왔다. 넓은 터와 평지에 조성된 성지는 편하게 둘러볼 수 있고 묵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연풍은 경상도와 충청도를 잇는 신앙의 길목이며 교차로라서 신앙선조들과 순교자들의 보금자리로 통한다. 한국 천주교 역사는 조선시대에 수많은 순교자의 희생이 있었는데 5번의 큰 박해사건이 이를 증명한다. 1784년 이승훈에 의해 조선에 전파된 천주교는 10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박해를 겪어야 했다. 역사책에서 배웠던 내용들인데 당시 조선 조정은 천주교 교인들을 사학 죄인이라 하여 대역죄로 다스렸고, 2만여 명의 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1791년 신해 박해 최초 순교자는 윤지충이 모친상을 천주교 식으로 신주를 불태웠다가 참수형을 당했던 사건이다. 그리고 1866년에 천주교 신자들의 대량학살 사건이었던 병인박해까지 신앙인들은 곳곳에 숨거나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선조들이 죽음과 맞서 신앙을 지켰던 모습들은 성인들의 묘와 생가터, 기록물 등이 현재 전국 167여 곳에 역사의 아픔으로 남아 있다. 천주교에서는 이런 곳들을 보존하고 개발하여 많은 신자들이 찾아가 기도할 수 있도록 성지로 조성해 놓았다. 성지란 조선시대 박해 때마다 천주교인들이 문초와 형벌을 받을 때, 신앙을 버리지 않고 목숨을 잃었던 분들이 많았는데 그 장소를 성역화 한 곳이다.

연풍성지 안내 돌비석

청주교구의 성지 현황

1. 연풍 순교성지 2. 진천배티 순교성지 3. 멍에목 성지 4. 청주읍성 순교성지 5. 음성봉암 성지 6. 충주 숲거리 성지 7. 감곡매괴 성모순례지


청주교구에는 현재 7개의 성지가 있다. 각 본당에서 야외 행사를 하거나 나들이를 갈 때 그리고 기도하러 갈 때에 주로 성지를 간다. 성지를 다니면서 기도하고 선조들의 신앙과 모범적인 삶의 자세를 배우려는 것이다. 그중에 연풍성지는 1963년 천주교회가 연풍 공소의 예배소로 사용하기 위해 조선시대 향청 건물을 구입한 곳이다. 전에 헌병 주재소, 경찰지서 등으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논과 집터 등을 정리하면서 박해 때 죄인들을 죽이는 도구로 사용된 형구돌이 3개가 발견되었다. 형구돌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목에 밧줄을 걸고 반대편 구명에서 이를 잡아당겨 죽이는 잔혹한 교수형 형구라고 한다. 연풍성지의 순교 성인중 황석두 루카는 조선교구에서 훌륭한 회장으로 칭송받았고 1866년 충남 보령군 갈매못 성지에서 순교한 분이다. 고향인 연풍에 1982년 황석두 성인의 유해를 이장했고 입상과 묘가 성지 안에 있다. 성 황석두 루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2014년 9월에 연풍 성당을 지어 봉헌식 가졌다. 본건물 외에 소성당과 넓은 잔디밭, 황성두 루카 성인상과 성모상을 마련하여 순례객을 맞고 있으며, 왼쪽에는 순교 현양비를 세웠으며 문 앞에는 처형석을 유물로 전시하고 있다. 안내도 방향에 따라 좌측부터 걸으면 대성당, 순교터, 십자가의 길, 순례센터 황석두 루카 성인묘, 향청, 다섯 성인상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연풍성지 미사

미사와 기도 그리고 나눔


연풍성지에 도착하니 10시쯤 되었다. 우리는 먼저 황석두 루카 성인상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옆에서는 야외 미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잠시 후에 강서 본당 신자들이 목에 푸른색 손수건을 두르고 성당에 도착했다. 많은 분들이 오고 있었기에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지만 앞줄과 두 번째 줄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 옆과 뒤로 다른 신자들이 속속 앉기 시작했다. 미사를 드릴 때 비가 올까 봐 살짝 불안했지만 이내 날은 괜찮아졌다. 성지 주임신부님께서도 500여 명 신자들과 야외미사를 해야 해서 무척이나 날씨에 민감하셨던 같다. 그 부담감을 11시 미사를 시작하면서 말씀하셨다. 강서 본당은 200여 명의 신자가 야외행사차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혹시 아는 분들이 왔나 하고 둘러보았으나 눈에 띄진 않았다. OX를 퀴즈를 하는지 한켠에 팻말이 보였다. 세 분의 주례로 약 500여분의 신자들이 모여 한 시간 정도 미사를 드렸다. 연풍성지 신부님께서 강론 말씀과 연풍성지 소개와 안내 그리고 신자들에게 성지 후원을 부탁하셨다.

야외 십자가와 황석두 루카 성인상
연풍성지의 교수형 형구돌과 십자가

미사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위해 야외식탁이 마련된 곳으로 이동했다.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선불 결제를 했고 식사 티켓을 받아왔다. 그것을 함에 내고 접시를 갖고 음식을 담았다. 날씨가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음식은 좀 썰렁해 보였다. 그래도 우리 본당 식구들끼리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 후에 황석두 루카 성인상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먼저 몇 사람과 카페 쪽으로 이동했다. 모두들 차나 커피를 원해서 먹을 수 있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평일에는 카페 봉사자가 없어 어렵다고 했다. 다행히 1시가 되니 카페 봉사자들이 도착했다. 커피와 차가 준비되는 동안 본당 신자들과 신부님, 수녀님까지 모두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40분의 여유 시간을 갖고 차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이후에 카페 앞쪽에 마련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함께 바쳤다. 그러고 나서 현양비에 대한 설명을 신부님께서 해 주셨다. 이동하는 중에 형구돌을 봤는데 당시 신앙을 지키려고 참사를 당했던 선조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황석두 루카 성인의 묘역도 참배하였다. 본당 신부님께서 이곳 성지에서 각자 30분 정도 자유시간을 가져보라고 말씀하셨다. 특히 마음이 닿는 곳에 홀로 머물면서 자신을 들여다 보고, 성지에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 보라고 당부하셨다.

소성당에서 나눔

신앙의 정신과 성지순례 의미


숲 속을 좀 걷고자 들리기로 했던 제3관문은 시간이 없어 취소했다. 대신 최양업 신부님이 사목을 위해 걸어서 문경새재를 넘나들었는데 그러다 과로로 돌아가신 장소를 가기로 했다. 최양업 신부님은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에 이어 두 번째 사제로 9만 리 길을 걸으며 사목을 하셨다. 그러다 과로에 장티푸스, 위열병으로 40세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던 장소이다. 올해 9월 최초 한국 성인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바티칸 베드로 성당에 설치되었다.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아시아 출신의 성상이 베드로 대성전에 세워진 건 교회 역사상 최초라고 한다. 그래서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이 있는 나바위 성지도 재조명이 되고 있다. 최양업 신부님은 아직 시성이 되지 않아 각 교구와 본당에서 꾸준히 기도하는 중이다. 젊은 나이에 신앙을 위해 애쓴 신부님의 사랑과 노고가 빛나서 시성이 되길 기도해 본다. 그곳에 잠시 내려 기도문을 바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들이 유난히 많았는데 사과 축제 기간이라 그랬나 보다. 그래서 몇 분은 사과를 산 분들도 있다. 우리가 차를 타고 이동하자 그동안 참았던 빗줄기가 굵어졌다. 그래도 어느 정도 내리고 비는 그쳐 다행이었다.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고, 본당에 도착해서 신부님 강복을 받고 헤어졌다.

2023년 사제 서품식

우리 부부는 2002년 월드컵으로 뜨겁던 성탄 때 영세를 받았었다. 2003년 1월에 대모님을 따라 체육관 사제 서품식에 갔었다. 성인들의 호칭기도를 할 때 바닥에 엎드려서 순명서약을 하는 새 사제들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감동의 눈물이며 약간은 안쓰러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해 6월쯤에 본당에서 새영세자들을 데리고 경기도 죽산성지로 순례를 갔다. 남편과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함께 갔는데 꽃들로 가득 찬 죽산성지를 돌아보며 무척 행복했었다. 가끔 신앙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신앙이 생활 속으로 자리 잡기까지 쉽진 않았지만 남편과 함께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혼자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보다는 편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에 죽산성지를 다녀온 좋은 기억들도 신앙생활을 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팬더믹 상황에서는 마음대로 성지도 갈 수 없었다. 그래도 올해부터는 자유롭게 편안하게 성지를 다녀올 수 있어 좋다. 이번에 다녀온 영세자들도 첫 순례의 여정이 앞으로의 신앙생활에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조들이 목숨 걸고 지켜온 신앙의 정신과 성지 순례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행복하게 잘 이어 가기를 기도해 본다.   

https://youtu.be/Jw0pTF_CM_U?si=JdzJCIUjWoz7lCd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