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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qrie Dec 12. 2024

12월 12일을 담다

롯데리아를 추억하며

이른 아침 출장길 서울역에서 패스트푸드를 먹곤 한다. 오늘은 롯데리아를 들렀다. 기차를 타러 가는 길에 공복을 해결하는 가장 편한 방법이라 늘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기차 편수가 줄어서 그런지 오늘은 조금 한산한 편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롯데리아는 시내 백화점(쇼핑센터)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던 럭셔리 식당이었다. 나무위키 역사를 뒤져보니 1979년 10월 25일 내 기억 속 그곳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롯데리아1호점 개점 당시, 출처:롯데리아의역사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개점했다고는 했으나 국내 최초의 패스트푸드 햄버거 브랜드로 유명세를 끌었다고 한다. 다만, 1호점 개점 다음 날 터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과 그 후에 이어진 국가적 혼란으로 정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내가 아련한 모습으로 시내에서 마주한 롯데리아의 모습은 80년대 초반이었으니 실제 그랬던 듯하다.


 아직 1979년을 살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때는 말로만 주문할 수 있었고 점원이 응대하는 전통적(?) 패스트푸드 식당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아래의 사진처럼 KIOSK를 사용한 주문이 일반이다. 좀 더 능숙한 사람들은 전용 앱을 통해 편하게 주문한다. 이런 시스템을 통하면 사진 한편에 보이는 순번대로 음식을 찾아가게 된다. 룰은 너무나 명확하기 그지없다. 식사를 하는 동안 노인 두 분이 맨 앞 KIOSK 앞에서 애를 쓰다 카운터로 가서 대면 주문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정도의 소동은 예사로운 요즘이다.



 오늘(12월 12일)은 1979년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날이다. 정국의 혼란을 틈타 군사 반란이 일어났고 반역의 역사가 시작된 날이다. 2024년 12월 3일 위헌적 계엄을 통해 내란을 일으킨 현재의 대통령이 자신을 변명하는 담화를 떠들었다. 회의를 하는 도중이라 직관은 못했지만 대략 '나는 옳고, 나를 반대하면 반역이야' 정도의 배설을 늘어놓은 듯하다.


 1979년에는 말로만 하면 모든 일이 이뤄졌다. 실제 그랬다. 반역자들은 전화를 들고 떠들었고 수하들은 행동으로 옮겼다. 2024년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룰에 어긋나는 말은 시스템에 탑재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모른 채 1979년의 겨울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덧글@20241219]

내란 세력들의 집합 모의 장소 또한 롯데리아 매장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웃픈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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