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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기사

1.1.1.2. 메소포타미아의 화폐

by SOR

1.1.1.2. 메소포타미아의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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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의 화폐는 현대적 의미의 주화(currency)가 아닌, 측정 가능한 실물 자산이었다.

이는 교환 수단, 가치 저장 수단, 회계 단위라는 세 가지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였으며, 그 형식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변화하면서도 지속적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화폐로 사용된 대표 자산은 은과 보리였다.



1) 은과 보리: 이중 화폐 체계

메소포타미아 경제는 은과 보리의 이중 구조를 가졌으며, 이들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되었다.

은은 고정 단위로 계량 가능한 귀금속이므로, 고부가가치 거래나 장거리 무역에서 사용되었으며, 특히 법적 계약과 대외 교역의 기준 가치로 기능했다.

보리는 일상적 거래, 임금, 조세 납부 등에서 자주 사용되었으며, 특히 내부 재분배 경제에서는 보리가 사실상 기본 통화 역할을 하였다.

이 두 자산은 단순히 물물교환을 위한 품목이 아니라, 정해진 계량 단위와 가치 환산 체계를 통해 화폐로 기능하였다.



2) 단위 체계와 무게 기준

메소포타미아의 화폐 단위는 60진법에 기반한 정교한 무게 차이를 따랐다.

1 달란트 (talent) ≈ 30 kg

1 달란트 = 60 미나 (mina)

1 미나 = 60 세겔 (shekel)

1 세겔 ≈ 8.3g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 존재)


이와 같은 체계적 환산 구조는 기록 문서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었으며, 상업 계약, 임금 지급, 세금 납부, 법률 분쟁 해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3) 화폐의 실물성과 거래 방식

은과 보리는 그 자체가 계량된 실물로 거래되었으며, 현대 화폐처럼 주조된 동전 형태는 존재하지 않았다.

은은 종종 조각난 형태로 사용되었으며 거래 직전 측정되었다.

'정확한 저울'의 사용은 법률 문서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될 만큼 신용과 직결적인 요소였다.

보리는 부피 기준으로 측정되었으며, 가장 일반적인 단위는 쿠르(Kur)와 실라(Sila)였다. 1쿠르는 약 300리터, 1실라는 약 1리터에 해당하며, 이 역시 표준화된 측정 도구를 통해 관리되었다.



4) 화폐의 법적·사회적 위상

메소포타미아에서 은과 보리는 단지 교환의 매개만이 아니라 법적 가치의 기준으로도 기능했다.

법령에서는 벌금, 보상금, 위약금 등을 세겔 은으로 환산하여 명시하였다.

임금 및 조세, 정원사의 수확, 분배 등은 보리를 기준으로 정량화되었다.

이는 정치권력과 경제 통제가 화폐 단위를 통해 연결되었음을 보여준다.



5) 신전과 궁전의 통화 생산 및 관리

사원과 왕궁은 곡물과 은을 집중 보관, 분배, 회수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이는 현대 중앙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암묵적으로 수행한 구조였다.

사원은 보리를 예금처럼 보관해 주었고, 필요시 인출도 가능하였다.

왕궁은 대규모 은 거래의 중심으로, 귀금속 유입 경로의 집적지였다.

이러한 통제력은 화폐 단위의 신뢰와 일관성 유지에 기여하였다.



결론

메소포타미아의 화폐는 주화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실물 가치의 표준화된 교환 수단이었다. 은과 보리의 이중 체계는 고대 근동의 경제적 이중 구조—상업적 유통과 행정적 재분배—를 반영하며, 화폐 단위의 발달은 신용 거래의 제도화와 기록화, 나아가 국가 권력의 경제 통제 기반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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