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1900년경부터 급격한 쇠퇴 과정을 겪었으며, 기원전 1300년경에는 도시 문명의 특징이 거의 사라졌다. 이 쇠퇴는 일시적 파괴나 외부 침입보다는, 환경 변화, 경제 체계의 와해, 제도적 해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된다.
모헨조다로와 하라파 등의 대도시에서 중앙 시타델, 공공 창고, 목욕 시설 등의 기능이 점차 소멸하며, 인더스 문명의 중심이던 계획된 도시 구조가 기능을 멈추는 양상이 포착된다. 이는 단순한 자연 재해가 아니라, 행정과 자원 분배 체계의 기능 정지를 의미한다.
도시 인구는 주변 농촌 지역으로 탈중심화(urban decentralization) 되었으며, 이는 상업 중심 네트워크에서 자급적 농촌 공동체로의 회귀를 암시한다.
인더스 문명의 쇠퇴기에는 페르시아만, 메소포타미아와의 교역이 급격히 감소한다. 메소포타미아 기록에서는 기원전 2000년대 후반 이후 인더스 지역(멜루하)과의 무역 언급이 사라지며, 이는 국제 무역 네트워크의 붕괴와 이에 따른 무역 기반 경제 시스템의 붕락을 시사한다.
이는 동시에 상업 인장 사용의 중단, 표준 도량형의 단절, 전문화된 장인의 이탈 또는 소멸로 이어지며, 전체적인 경제 조직이 해체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기후학적 연구는 인더스 문명 지역에 **기후 건조화(drying trend)**가 일어났으며, 주요 강인 가가르-하크라(Ghaggar-Hakra) 강이 이 시기에 상실되었음을 시사한다. 수리 농업에 의존한 인더스 사회는 강 유로 변화, 침수 또는 가뭄 등의 환경적 요인에 극히 취약했으며, 이는 물류 및 식량 생산 체계의 직접적 붕괴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공공 창고 기반의 분배 시스템이 작동을 멈췄으며, 이에 따라 식량 저장·거래 기반의 금융적 질서도 무력화되었다.
쇠퇴 이후 인더스 문자의 사용은 급격히 감소하며, 기원전 1300년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이는 단순한 문자 해독의 실패가 아니라, 행정·회계·계약 체계 전체가 사회에서 기능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즉, 인더스 문명의 소멸은 거래, 기록, 상징 질서의 총체적 단절을 의미하며, 이는 후속 문명들과의 제도적 연계가 단절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완전한 단절 속에서도 일부 기술(도기 제작, 보석 세공)과 관습(요가 자세, 다산 숭배)은 후기 인도 문명(베다 문화, 마가다 왕국 등)에 형태를 달리해 잔존하였다. 그러나 이는 제도적 연속성이라기보다, 지방화된 기술과 신앙의 잔존에 가깝다.
인더스 문명의 쇠퇴는 단순한 자연 재해나 외적 침입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구조 해체의 결과였다. 중앙 창고를 통한 분배 질서, 인장 기반의 교역 인증 체계, 도시 기반 행정·상업 시스템은 점진적으로 기능을 잃었으며, 이는 거래·기록·생산이 통합된 제도적 문명의 총체적 붕괴로 귀결되었다. 그 결과, 인더스는 고대 문명 중 유일하게 문자와 경제 제도를 모두 상실한 채 단절된 체계로 남게 되었으며, 이는 이후 인도 아대륙 경제사에서 공백기로 작용하게 된다.
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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