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 문명은 고대 문명 중 가장 정밀한 도량형 체계를 갖춘 문명 중 하나로, 표준화된 무게 단위, 길이 측정 도구, 회계적 상징 표현 방식을 통해 고도로 조직된 관리 체계를 유지하였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수준을 넘어, 상업·조세·건축·분배 체계를 지탱한 제도적 기반이었다.
하라파, 로탈, 모헨조다로 유적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저울추가 출토되었으며, 이들은 정확히 13.63g 단위의 배수 체계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하나의 표준 단위를 중심으로 이진법 및 삼진법 배율을 따라 구성되어 있어, 세분화된 거래와 세금 징수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저울추는 주로 큐빅형으로 가공되었으며, 단일 세트로 함께 출토되는 사례가 많아 공적 거래소나 창고에서 사용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표준화는 도시 간 교역 시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를 가능케 하였다.
로탈 유적에서는 상아로 만든 눈금 자가 발견되었으며, 이 자는 1.32인치(약 33.5mm) 단위로 구분되어 있다. 이는 밀리미터 단위에 근접한 측정 정확도로, 고대 세계에서 드물게 정밀한 직선 길이 기준을 확보한 사례이다.
벽돌 규격 또한 대부분 1:2:4 비율의 장방형으로 통일되었으며, 이는 건축 표준의 제도화와 더불어 노동력 배분, 자재 생산, 수리 설계의 효율화를 가능케 하였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공공 건축과 도시계획을 위한 법적 규격 체계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문자 해독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인더스 문명의 인장 및 토큰은 회계 행위를 시각화한 도구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복적 기호, 열 배열, 동물 형상은 각각 소유자, 출처, 거래 목적, 물품 유형 등을 상징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상품 추적, 정산, 인도 증표로서 기능하며, 인도양 무역망 내에서의 기록 기반 회계 구조의 단초를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 창고에서의 곡물 저장량 관리, 배급량 측정, 상환 기록 등은 모두 정량적 판단을 요하며, 이 과정에서 도량형은 단순 기술이 아닌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였다. 곡물의 종류별 측정 단위, 창고 내 위치별 적재 기준 등이 일정한 체계로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후대 인도 및 메소포타미아의 계량 중심 분배 제도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도량형의 통일은 단순히 거래의 편의를 넘어서, 세금, 자원 조달, 노동 배분, 계약 분쟁 해결 등 인더스 문명의 경제 활동 전반에 관여하는 핵심 제도였다.
인더스 문명은 표준화된 도량형, 정밀한 측정 기구, 시각적 기호체계를 통해 도시 기반의 상업 및 행정 질서를 유지하였다. 이들은 회계 문서가 남아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측량·계량·기록의 삼위일체적 시스템을 실현한 고대 최초의 통합 회계 체계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체계는 기록 기반 행정과 법적 계약 질서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하였으며, 인더스 문명의 조직된 경제 질서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