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아 제국(기원전 321–185)은 찬드라굽타 마우리아(Chandragupta Maurya)에 의해 수립되어 아쇼카 대제(Asoka)에 이르러 인도 아대륙 대부분을 통일하였다. 이 제국은 강력한 중앙 행정기구와 함께, 국가 주도 경제 질서, 고도로 정비된 금융·조세 체계, 제도화된 시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특히 아서샤스트라(Arthaśāstra)는 마우리아 제국의 경제·금융 원칙을 집대성한 고전으로, 국가 중심의 경제 통제 체제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우리아 제국은 군주제를 기반으로 한 고도의 중앙 행정체계를 유지하였으며, 경제 행위는 국왕의 권위 아래 통제되었다. 모든 생산과 유통 활동은 국왕이 임명한 경제 관리관(Panyadhyaksha, Sitadhyaksha 등)을 통해 감독되었으며, 국가는 농업, 광산, 임업, 시장, 운송 등 경제 전반을 직접 통제하거나 과세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의 궁정경제와 유사하나, 마우리아 제국은 관료화된 경제 전담 부서와 정문화된 정책 문헌을 통해 한층 체계화된 제도 구조를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아서샤스트라에는 약 30종 이상의 행정직이 기술되어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경제 및 재정 관리 전담관이었다.
Sitadhyaksha: 국유 토지 및 농업 생산 감독
Panyadhyaksha: 시장 감독관, 물가 통제 및 상인 감시
Navadhyaksha: 항만 및 해상 무역 감독
Akaradhyaksha: 광산 및 금속 생산 관리
Lavanadhyaksha: 소금 세금 및 유통 관리
이러한 경제 전담 관료들은 회계, 감찰, 재고 관리, 가격 결정 등의 권한을 보유하였으며, 이는 국가가 민간 자본을 직접 감독하는 계획경제적 성격을 띠었음을 보여준다.
마우리아 제국은 주요 생산 수단을 국가가 직접 소유하거나 감독하였다. 광산, 염전, 임업, 조선소, 창고 등은 국영 기관으로 운영되었으며, 사적 생산자는 이들 국영 시설을 임대하거나 일정 수익을 상납하였다.
이와 더불어 국가는 전쟁 물자와 전략 자원의 생산을 직접 수행하였으며, 국고(Kosha)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수입을 확보하였다. 이는 세입 의존도가 아닌 직접적 경제 참여를 통해 국부를 관리하는 체계였다.
농업에 대한 조세는 1/6에서 1/4의 수확물을 국가에 납부하는 방식이었으며, 이는 지역별 토양 등급, 관개 시설 유무, 생산량 등에 따라 조정되었다. 징세는 지방행정관(Amatyas, Sthanika)를 통해 시행되었으며, 납세자는 물품 납부 또는 화폐 납부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수공업자, 상인, 목축업자 등은 각기 다른 형태의 직업세, 상업세, 통행세 등을 납부하였다. 이처럼 다원적 세목과 직능별 과세 제도는 고대 인도 경제 구조의 복잡성과 분화 수준을 반영한다.
국가 재정은 중앙 국고(Kosha)와 지방 창고로 이원화되었으며, 중앙 국고는 국왕 직속의 고위 회계관에 의해 운영되었다. 세입은 다음과 같이 분류되어 사용되었다:
군사 및 국방: 급여, 병기, 전차·코끼리 운영 등
건축 및 인프라: 도로, 운하, 국영 창고
종교 및 문화: 사원, 제사, 불교 지원(특히 아쇼카 이후)
구호 및 예비비: 흉년 대비 곡물 비축 등
이는 단순 세입-세출 구조가 아닌 목적별 재정 분할과 회계 기록 체계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국가는 경제 활동 전반을 직접 관리하였으며, 국고는 제국의 국고와 재정 흐름을 총괄하는 최고 관청이었다. Samāharta는 조세 수입의 중앙 집중, 각 지역에서의 보고 체계, 세출 항목의 승인·배분 업무를 담당하였고, 필요시 민간에 자금을 대출하거나 재해 시 신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물 경제에 직접 개입하였다.
이와 병행하여 등장한 것이 쉬레니(Sreni)라 불리는 상공업 길드 조직이다. 는 상인,쉬레니 장인, 운송업자 등 동종 직업군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조직한 협회로, 공동 기금을 형성하고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였다:
조합원 간 대출 및 신용 보증
공동 자본을 통한 무역 프로젝트 참여
상호부조 및 재해 시 긴급 지원
국가와의 중재자 역할
이는 조기 상공 신용조합 혹은 상인은행의 원형으로 간주되며, 인도 고대 경제의 민간 금융 조직의 제도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다.
마우리아 제국은 고대 인도 최초의 통합적 국가 재정·경제 체계를 수립하였으며, 이는 아서샤스트라에 의해 제도적 형식으로 정립되었다. 국가는 행정 관료를 통해 생산, 유통, 과세, 소비를 조직적으로 통제하였으며, 화폐 경제와 자연 물납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체계를 유지하였다. 이러한 국가 주도 경제는 이후 굽타 제국, 델리 술탄국, 무굴 제국의 인도 경제 제도 발전의 기초를 형성하였다.
Ref
Shamasastry, R. (trans.). (1915). Kautilya’s Arthashastra. Government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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