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채권 등을 "샀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나는 이 표현에 괴리감을 느낀다.
우리는 정말 포지션을 '사는'걸까? 무언가를 구입한 것처럼 그것을 소유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산다"는 말에는 소유의 의미가 포함된다. 확신, 기대, 통제마저 내포되어 있다.
시장에서 포지션을 취한다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자금을 베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고, 우리는 그 변동성에 노출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포지션을 노출한다"는 표현을 선호한다.
"노출된다"는 말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이다. 선택은 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고, 통제도 불가능하다.
시장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포지션은 언제든 나를 배신할 수 있다.
샀는데 손실이 나면, 내 것을 빼앗기는 것 같다.
위험에 노출되어 손실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산다"는 표현보다 "노출한다"는 표현을 택한다.
그 표현의 차이가 태도의 차이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