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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Oct 29. 2024

훔쳐보는 일기장

꺼내본 날것의 단상

메모장에서 발견한 작년 이맘때쯤 가을의 단상들, 기특하게도 매일 한 줄이라도 썼다. 이때의 마음을 그냥 덮어두기 아쉬워 주절주절 늘어보는 이야기. 작심 23일간 내가 느낀 감정들을 각색 없이 솔직하게 꺼내본다.


9.12
시절 인연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것에 누군가는 사랑에 빠진다.

9.11
단정한 나무가, 앙증맞은 꽃들이 변함없이 예쁘게 가꾸어져 있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9.10
A: 미안해
B: 왜?
A: 놀리고 싶었어!

9.9
A: 와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춥지도 않고.
B: 추워도 돼. 난 추위를 안타. 아프기만 하고.
A: 그게 추위를 타는 거야. 우리는 그걸 추위에 약하다고 말해.

9.8
세상은 좁고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자! 라민이 분갈이를 해주고 물을 흠뻑, 사랑을 듬뿍 줬다. 지하철 속에서 보는 한강 구간을 좋아한다. 빠르게 지나가지만 찰나의 윤슬을 놓칠 수 없지! 우연히 발견한 꽃집에서 애플민트를 데려왔다. '소라민트' 줄여서 '라민이'라고 이름 붙여줬다. 스스로 화분을 사다니 제법 어른이다. 이제 나도 식집사니까 죽지 않게 잘 키워봐야지. 그 와중에 모히또에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골랐다ㅋㅋㅋ

9.7
요즈음 하늘을 좋아한다. 구름 사진을 찍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 덕분에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매일매일 다른 하늘이라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다. 오늘은 어떤 하늘일까 기대하게 된다는 TMI 발사!

9.6
회식을 하면서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많이 먹고 마셨다.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한걸음 가까워지는 돈독한 시간.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

9.5
길거리에서 핸드폰을 하며 가다 트럭 아저씨가 늘어놓은 노점상의 야채 박스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앞에!" 보라며 소리친 덕분에 깜짝 놀라서 죄송하다 했더니 안 넘어져서 다행이라던 마음이 훈훈하다! 사람 사는 냄새가 솔솔.

9.4
좋아하는 치킨도 먹고 배를 채워봐도 마음이 물렁해진 나는 작은 위로에도 울컥했다. 굿네이버스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9.3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세상에 좋은 사람과 안 좋은 사람은 없다.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9.2
자꾸 좋다고 하니까 나도 더 좋다. 역시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해! 리액션에 리액션으로 보답하며 정을 느낀다. 편하고 에너지가 충전돼서 오랜만에 잠을 푹 많이 잤다.

9.1
9월의 첫날.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하고, 친구의 늦은 생일을 축하하며 함께 파티를 즐기고, 약국 플렉스 선물을 받았다. 혼자 사니까 혹시라도 아플 때 필요하다며 약을 종류별로 바리바리! 잘 넘어진다고 빨간약까지ㅋㅋ 감동적인 약봉지에 사랑받는 사람임을 느껴 뭉클한 마음이다.

8.31
나한테 사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커피를 3번 마셨다.(정확히 말하면 카페를 3번 갔다.)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들어주고 교류하는 것도 좋다.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마음이 부둥부둥!

8.30
우연히 만난 무지개를 보고 나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길에서 다 같이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귀엽다. 하늘의 색이 핑크빛으로 물들었으니, 오늘 내가 만난 행운을 나눠줘야지! 이런 걸 보면 같이 좋아할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8.29
드림, 국가대표 2, 리바운드. 어쩌다 보니 스포츠 영화 3편을 연달아 봤다. 배고프면 먹었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었다. 먹고 자고, 쉬고 영화 보고, 목욕을 하고 나른한 분위기에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모습이 운치 있었다.

8.28
세탁기를 돌리며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하게 됐다. 돌돌돌돌 돌아가고 나는 무언가를 쓰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진다. 비가 오는데 창문을 열어두면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 이것마저 분위기 있다.

8.27
내가 먹으면 따라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다는 말, 기분이 좋아졌다. 허겁지겁 묻히고 먹어도 그저 사랑스럽게 봐주는 사람 덕분에 오늘도 신이 났다.

8.26
비가 우수수 쏟아지는 아침, 넘어져 본 사람은 계단에서 조심하면서 내려가게 된다. 한 발 한 발 단단히 디뎌 정성스럽게 걷는다. 힘없이 걸으면 범죄의 표적이 된다고 하니 오늘도 당당하게 걷기. 친구들이 알려준 것처럼 씩씩하게 걷자.

8.25
조금 늦은 퇴근이었지만, 지하철을 바로 만났다.
이사 한 달 만에 어느 지점에서 타야 출구와 더 가까운지를 알게 되었다. 척척 잘 찾아가는 내가 기특하고 뿌듯하다.

8.24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일이 익숙해졌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 대신 독서에 집중하기! 잠깐 짬을 내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마음이 풍족해져서 가방이 무거워도 책을 들고나간다.

8.23
절에 다녀와서 깨달음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힘들어도 화를 내지 않게 되고 웃는다는 건 여유가 생긴 걸까?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다. 안 되는 게 어딨어! 하면 되지. 방법은 있다.

8.22
우뇌형 인간이 좌뇌까지 양쪽 뇌를 비슷하게 사용하게 됐다. 발전하고 있는 거라는 칭찬을 받았다.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기대가 없던 사람에게 들은 거라 남다른 느낌이었다.

8.21
환절기가 되었고, 계절의 변화는 몸이 실감한다.
밤새 추워 목이 불편하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긴팔을 입어야겠다. 눈을 뜨면 아침에 오늘 춥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 덕분에 감동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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