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하철의 다음 출입구까지 길게 늘어진 광역 버스의 줄,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에 팔짱을 끼고 한껏 움츠린 채로 배가 고파 초조한 퇴근길이었다. 겨울이 가까워지니 해가 빨리 져서 금세 어두워졌고, 늘 그렇듯 몇 대를 보내고 몸을 실은 버스에서 기대에 없던 기사님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직장에서 고군분투한 나를 누그러지게 만들어준 끊임없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49인승 버스에 줄줄이 타는 승객들에게 지치지도 않으신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인사를 건네는 말투에서 진심이 묻어 나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처음 한두 번 하고 말아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살짝 스쳐갔지만, 검은 마스크 속에 가려진 기사님의 온화한 미소가 그려졌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살아내었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만 같아 괜스레 행복해지는 순간!
'안녕'을 빌어주는 사이. 아무 탈 없이 편안한지를 묻는,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 위로가 되는 말은 어쩌면 긴 문장이나 어떤 멋진 문구가 아니어도 충분하다.
포근하게 감싸주는 이불같이 데워지는 버스 안 히터도 적절했다. 언제나처럼 에어팟 속 듣고 있던 멜론을 끄고, 오늘만큼은 기사님이 틀어놓은 라디오를 들었다. 오랜만에 듣는 사연들, DJ가 선곡해 주는 노래와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정을 느꼈다.
꼬르륵. 차가 막혀 느릿느릿 기어갔지만 목적지에 도착 후 내릴 때 어김없이 반가운 인사가 시작됐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다시금 기분이 좋아지는 인사말이었다. 질세라 나도 밝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진정으로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기사님께 오늘 내가 받은 행운이 조금이나마 다시 전해졌을까? 이 작은 공간을 따뜻한 온기로 바꿔 놓은 기사님의 행복을 싣고 달리는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