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을 챙긴다. 가을이면 밤, 홍시, 무화과부터 전어, 대하, 게 같은 것들을 먹는다. 이제 겨울이 되면 박스째로 까먹는 귤부터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딸기를 실컷 먹을 생각에 들뜬다. 대방어와 과메기, 굴도 종류별로 먹을 것이 상상되어 벌써부터 신난다. 내가 계절을 온몸으로 누리는 방법이다. 봄이면 냉이 된장국 같은 향긋한 봄나물이 따스한 계절의 시작을 알린다.여름이면 따끈따끈한 찰옥수수와 새콤달콤한 자두, 수분을 가득 머금은 말랑한 물 복숭아도 한입 가득 베어 먹어야 된다. 시원한 수박과 참외도 빼놓을 수 없다.
OTT를 잘 보지 않는 터라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에도 뒤늦게 입문했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맥주를 마시면서 연속으로 시청을 하게 되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요리 계급 전쟁 흑백 요리사의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님이 미션 중에 선보인 '밤 티라미수'가 문득 먹고 싶었다.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먹어줘야 직성이 풀린다. 근처로 검색을 해서 먹을 수 있는 카페를 발견했다. 바로 간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눈으로 먼저 먹고, 코로 냄새를 맡고, 이제 입으로!
음식을 음미하는 것이 좋다. 첫맛을 느낀 뒤 그다음부터는 허겁지겁 떠먹었다.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가 들어간 티라미수가 입안에서 녹았기 때문이다. 통통한 가을 알밤과 코코아 가루, 촉촉한 빵 시트와 크림이 조화로웠다. 곁들여진 그래놀라의 식감도 고소해서 멈출 수 없는 맛에계속 손이 갔다. 나도 모르게 단숨에 해치웠다. 같이 주문한 홍시 셔벗도 상큼함에 몸부림쳤다.
먹방이나 음식 사진을 보고, 후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대리 만족이 된다는 친구들도 있다. 반면에 나는 직접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 한다. 경험주의자인 덕분에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그 감촉과 질감을 내 안에서 느껴야 된다. 한번 빠지니까 이틀 연속, 이번엔 다른 카페로 찾아갔다.
만드는 사람이 다르고 재료와 레시피가 달라 다양하게 접해보는 것이 재밌다. 수소문 끝에 얻은 정보력을 동원해 맛본 밤 티라미수 케이크는 감동적이었다. 수제 케이크라 분명히 다른 맛이었고, 이 가게는 밤이 더 많이 들어가서 밤 맛에 충실했다. 티라미수도 푸딩 같은 재질이 아닌 케이크에 가까운 형태다. 비교하면서 먹으면 내가 마치 심사위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두근거림은 일상의 활력을 준다. 빵순이의 빵지순례 오픈런은 마음을 벅차게 만든다. 올가을에는 보들보들한 밤 티라미수 케이크를 질릴 때까지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