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엄마와 말도 섞기 싫어 웬만하면 문자를 주고받는다. 한 가지 질문을 하면 길고 긴 배경 설명에다 자기 연민과 자화자찬이 이어진 다음에야 내가 듣고자 하는 핵심 정보가 나온다. 청소년기 이후 엄마와의 대화라는 것은 내게 참고 들어야 하는 고역의 시간이 되기 일쑤였다.
어제는 몸이 아파 아빠가 병원 가시는데 모시고 가지 못했다. 국가유공자인 아빠는 고속도로로 30분 걸리는 보훈병원에 다니신다. 내가 못 가니까 택시를 타고 요양보호사와 함께 세 사람이 다녀오신 거다.
갔다 오신 결과를 물었더니 역시나 하소연과 푸념이다. 요양보호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할머니 혼자 하셨어요?"라고. 나의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말하는 엄마의 전형적인 술수다. 엄마 혼자 아빠를 모시고 간 적도 별로 없었거니와 말로는 늘 그러신다. 너 바쁘면 안 가도 된다고. 그래 놓고 나 없이 다녀온 날은 서글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본인들이 얼마나 불쌍한 늙은이들인지.
부모를 돌보는 건 자식이 마땅히 할 도리이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선 적어도 자식의 봉사를 고마워해야 하고 자녀가 부득이하여 돕지 못할 때는 자식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자식이 조금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부모를 섬기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