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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라 Mar 11. 2021

조나단 조나단

수북수북 시즌3가 시작되다

  '수북수북' 독서 모임의 3번째 항해가 시작되었다. 구 회원 4명과 새 회원 4명이 승선했다. 지난주 오리엔테이션 때 신입회원들은 눈을 반짝이며 기대를 드러냈었다. 그들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되겠기에 오늘, 「갈매기의 꿈」을 가지고 모인 첫 번째 독서 모임에 많은 힘을 쏟았다.

  「갈매기의 꿈」은 얇은 책이라 첫 번째로 다루기 편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의 부피와 사상의 무게는 비례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다음과 같은 리딩 가이드를 만들어서 미리 공유했고, 오늘 모임에선 이 중에서 몇 가지 질문을 가지고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 이 책의 제목을 당신 식으로 다시 지어본다면 뭐라고 짓고 싶은가?  

- 갈매기 조나단에게는 먹는 것보다 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당신에게는 먹는 것, 생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조나단이 포기한 것은 무엇인가?

- 갈매기가 나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는 아버지의 충고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어쩌면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조나단의 행동을 보면서 연상되는 사람이 있는가?

- 부족 회의에서 조나단을 단죄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로워지려는 조나단의 시도는 왜 환영받지 못했을까 ? 

- 조나단은 메이나드 시걸에게 자기 자신이 되라고 말한다. 매일의 삶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만도 벅찬 우리에게 자기 자신이 되라, 자아를 실현하라는 말은 비현실적인 요구가 아닐까?

- 조나단은 플레처 시걸에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한 마리 새에게 그가 자유롭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신은 이 말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 조나단은 갈매기 사회의 규범을 깨뜨린 벌로 ‘멀리 떨어진 절벽’으로 추방되었다. 그러나 그 벌이 그에게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당신에게도 그와 유사한 경험이 있는가?

  갈매기 조나단은 미친 새였다. 그의 날기 본능은 어찌나 강렬하던지 부모의 충고와 사회의 협박, 그리고 본인의 실패도 그 본능을 막지는 못했다. 갈매기의 비행은 먹이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만 익히면 충분하건만 조나단에게 비행 기술의 연마는 삶의 이유였다. 날 수 없다면, 더 잘 날 수 없다면 사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처음에는 낮은 고도에서 선회하는 연습부터 시작한 조나단은 점차 고도를 높여가며 수직 하강을 수평비행으로 전환하는 연습을 했다. 그 후 초고속 비행과 장시간 비행, 초저속 비행까지 온갖 비행 기술을 연마했다.   

  조나단도 두려움 때문에 비행 기술 연마를 포기하려고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의 본능은 평범한 갈매기로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갈매기 사회에서 추방당하게 되지만 그것은 그에게 벌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뿐이었다.

  혼자 힘으로 고난도의 비행 기술을 연마한 조나단은 길고 훌륭한 삶을 마치고 천국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새들을 만난다. 그 새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그 일에서 완전한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친구들은 지상에서 고독한 삶을 살았던 조나단에게 주어진 지고의 보상이었다.  

  그러나 천국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그는 지상의 새들이 비행의 기쁨을 알지 못하고 사는 것에 대해 마음이 쓰여서 계속 천국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천국에서 만난 스승 갈매기에게 사랑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그는 더더욱 지상의 갈매기들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천국을 떠나 지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조나단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갈매기들의 유배지인 ‘멀리 떨어진 절벽’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추방당한 갈매기들의 용기를 북돋워 주며 그들의 스승이 된다. 조나단의 가르침을 받은 갈매기들은 ‘단지 나는 기쁨을 위해 난다’라는 새롭고 낯선 관념을 받아들이고 제2의 조나단이 된다. 8마리의 갈매기 편대가 마치 한 마리 새처럼 비행하는 것을 보고 평범한 갈매기들은 찬탄과 동시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부족사회에 속한 갈매기들 중에서는 다른 갈매기들을 의식하지 않는 호기심 많은 갈매기들만이 이들을 따른다. 조나단은 수제자인 플레처 시걸에게 자신의 역할을 맡기고 다시 다른 갈매기들을 가르치기 위해 그곳을 떠난다.        

회원들이 숨은 자아를 찾아 하늘 높이 비상하면 좋겠다.

  회원들 대부분이 조나단의 행동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으나 그를 동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도 조나단 만큼이나 미친 사람들인 것이 확인되었다. 일단 한 주에 한 권 읽는 독서 모임에 왔다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다. 조나단처럼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꿈을 쫓는 사람들이 우리 독서 모임에 합류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원들에게는 새로운 모험을 떠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망설임은 있으나 그것은 우리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격려하다 보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멤버였다. 조나단과 함께 ‘멀리 떨어진 절벽’에서 비행훈련을 한 갈매기들처럼 우리도 꼭 8명으로 출발했다. 마치 내가 조나단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와 온종일 기쁨과 에너지가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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