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나는 그런 남자가 좋으니까
국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을 하루 앞두고 있다. 오늘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해킹을 둘러싼 법정 싸움을 소재로 한 이야기였다. 우영우의 사수 장기영 변호사의 암 수술, 그로 인한 새로운 팀 구성, 권위주의자에 기회주의자인 새 팀장 장승준 변호사의 등장, 그의 눈밖에 난 우영우,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과 관련된 과태료와 과징금의 차이,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시점과 해킹이 시작된 시점 중 어느 것이 먼저였나 하는 이슈가 이어지면서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와중에 권모술수 권민우를 향한 봄날의 햇살 최수연의 마음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영우를 배제한 재판에서 한바다 법무팀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수연은 새 팀장의 꼼수에 가담하고 팀장을 의식하여 처세에만 신경 쓰는 권민우를 지적한다. 자기에게 왜 자꾸 딴지를 거느냐고 묻는 권민우에게 최수연이 하는 대답이 이렇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정치적이기보다 도덕적인) 남자가 좋으니까.”
권민우가 그 말을 알아들은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재판의 최종변론을 앞두고 상대 변호사가 승리를 자신하고 있을 때 권민우가 우영우의 논리–개정안 발효 시점보다 하루 전에 해킹 메일이 도착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개정법의 적용이 불가하다고 주장한–를 제시하며 재판을 승리로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권민우의 발언에 앞서 최수연은 장승준의 따가운 눈총을 무시하고 해킹 발생 시점이 이 사건에서 결정적인 문제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때 권민우가 최수연을 제지하며 대신 변론을 마무리했다.
권민우의 이러한 행동은 재판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우영우의 논리를 지지함으로써 장승준의 눈 밖에 날 각오를 한 동시에, 최수연을 장승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한 행동이었다. 권모술수에 능한 권민우도 한 여성의 사랑 앞에서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나는 최수연의 대사를 듣는 순간 내가 엄마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이것임을 깨달았다.
“왜 자꾸 엄마를 지적하느냐고? 나는 그런 엄마가 좋으니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주길 바라니까.”
권민우처럼 나의 엄마도 내 사랑을 받기 위해 바뀌면 좋겠다. 자기합리화를 그만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엄마가 나의 사랑과 존경을 얻기 위해 무슨 노력이든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엄마는 나의 사랑과 존경을 당연히 받을 권리로 여기고 있다. 사랑과 존경이 오지 않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손가락을 들이댄다.
엄마는 어제도 또 효도라는 말을 꺼냈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 자식은 복을 못 받는다고.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에 이유 불문하고 이해받아야 하고 효도 받아야 한다고 믿는 믿음이 철옹성 같다. 그런 태도부터가 나를 엄마로부터 멀어지게 하는데 엄마는 그것을 모른다. 말해주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정말이지 엄마를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