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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라 Sep 15. 2022

우리를 환대하는 세계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독후감

    어린이는 작은 어른일까? 아니면 어른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일까? 어른에게서 보기 어려운 솔직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린이는 투명한 어른이다. 어른이 되고 싶어서 어른을 열심히 모방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는 서툰 어른이다. 영혼이 유리같이 맑고 부서지기 쉬운 어린이가 강철같은 어른으로 자라야 하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자의 운명이다.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자의 영혼을 엿보게 해준다.

    작가는 생물학적 부모가 되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어린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한없이 크다.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여전히 아이의 영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자신과 같은 부류로, 어른과 동등한 존재로서 인식할 수 있던 것이리라. 김소영은 아이의 영혼과 어른의 언어를 가진 작가로서 어른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어린이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이란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물과 사건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본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존재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특별하다. 물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편견 없이 타인과 소통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어린아이들이 부모 다음으로 신뢰하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어쩌면 부모보다 선생님을 더 신뢰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독서 교실 선생님 앞에서 경계심을 내려놓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는 선생님이 그들을 해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작가는 자신이 (수업료를 받기 때문에) 사랑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가르치다 보니 사랑하게 된 것 사실이다.

    자신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들려줄 때 아이들이 보여주는 진지함 때문에 작가는 감동하고, 때로는 허세를 부리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 모습에 놀란다. 인간의 본성과 그 성장 과정을 현장에서 관찰하는 자의 경이로움이 작가의 글에서 느껴진다. 이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어린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모, 교사, 학자들이 보지 못하는 어린이의 내면세계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사람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 어린이책을 만들었던 작가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려는 의도로 독서 교실을 열었지만, 뜻밖에도 자신의 수업과는 다른 차원의 수업을 어린 선생님들을 통해 받게 된다. 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만들어진 학문이라는 것을,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를 반겨주고 같이 노는 것임을, 놀이의 핵심은 그 예측불허의 성격에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녀가 아이들에게서 배운 배움을 기록한 것이 이 책이다. 책과 이론의 세계보다 더 진짜인 어린이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느낀 경이로움을 기록한 것이기에 이 책은 감동을 준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노래가 있지만, 음악가는 새 노래를 만들어낸다. 세상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작가는 새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자신만의 언어로 타인의 세계를 묘사할 수 있을 때 우리도 창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예술과 문학은 감상자의 공감을 얻을 때 존재가치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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