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수북수북 열 두번째 모임(아날로그적 삶으로서의 독서와 독서모임)

by 이소라

이번 주 수북수북의 책은 이지성의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에이트>였다. 인문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인공지능 시대를 주제로 책을 썼다는 것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독서량에 힘입어 인공지능이 바꾸어 갈 미래를 예언하고, 그러한 미래에 대비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인데, 그래서 이 책의 주제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교육학적 문제로 우리를 데려간다. 과거에는 주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탐구함으로써 인간성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했다면 21세기에는 인간이 로봇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탐구함으로써 그렇게 하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은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공감능력과 창조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 8가지를 제시하고 있다.(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에이트다.) 그 8가지는 디지털을 차단하라(아날로그적 삶 살기), 나만의 평생유치원을 설립하라(자기 속의 어린아이 발견하기), ‘노잉’을 버리고 ‘비잉’하고 ‘두잉’하라(지식이 아닌 가치와 신념을 기초로 혁신 일으키기), ‘디자인 씽킹’하라(인간 중심으로 사고하기), 철학하라(육체의 생각이 아닌 영혼의 생각을 하기),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역사와 문학을 기술에 융합하기),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하라(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능력 기르기), ‘너’와 ‘우리’를 보라(창조적으로 봉사하기)이다.

나는 한 주 전에 리딩 가이드를 미리 공유했다. 책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 있는 독서를 하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회원들은 독후감과 함께 리딩 가이드에 따른 자신의 의견을 문서로 만들어 제출하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회원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 높은 토론을 전개했다. 토론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최근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강의를 공개하는 현상을 저자는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자기들은 대대적인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토론중심의 수업을 하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그들의 강의를 공짜로 나누어주는 것은 이타적인 체하면서 실속을 챙기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토론수업의 질은 토론 참여자들의 수준에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적 석학들의 명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그들과 겨루어 이길 수 없으리라는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회원의 말에 따르면 무료로 제공되는 강의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강의 제공기관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심어져 있었다. 또 이러한 강의를 접하게 된 사람들이 그 기관에 신뢰감을 갖게 되면 그들이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 있으므로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밖에도 무료 플랫폼인 유튜브의 수익구조를 탐구하다 보니 이 회사는 사용자들의 발자국을 추적하여 그것을 맞춤형 정보로 가공한 후 누군가의 사업수단으로 제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인공지능 플랫폼 운영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우리 사생활의 흔적까지도 누군가의 수익을 올리는 수단이 될 가능성은 명백해 보인다.


두 번째 토론주제는 알파고를 서양이 동양에 보낸 흑선이라고 본 저자의 생각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구글이 알파고를 굳이 그 시기에 한국으로 보내 이세돌과 대국하게 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들이 만든 인공지능 질서에 우리를 강제 편입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이세돌이 알파고와 겨루었기 때문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그 결과 엄청난 국가 예산이 딥러닝 기술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 것을 생각하면 이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음모론에 가까운 저자의 견해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었으나 저자의 주장을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한 나라의 절실한 욕구는 국제 사회에서 승자가 되고 싶은 욕구일 것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낙오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자극했을 것이고 미국의 앞선 기술을 받아들여야겠다는 급박함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이것은 에릭 프롬 식으로 말하면 ‘위협 대신 암시와 선전을 이용했다는 점만 다를 뿐 총성 없는 전쟁’에서 항복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선진국인 미국이 우리나라를 택했다는 사실이 우리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해준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었지만 미국이 특히 지금과 같은 자국 이기주의를 드러내는 시기에는 오직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저자의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디지털 기기의 유해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세대와 가장 적게 받는 세대가 어떤 세대인가 하는 주제도 있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은 높으나 판단력과 자기조절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청소년 세대가 가장 위험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한 회원이 노인세대가 스마트폰을 통해 유포되는 가짜뉴스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해주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노인세대 역시 디지털의 유해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노인세대는 시간은 많고 사회적 교류는 줄어든 반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욕구는 강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전파되는 각종 사행성 게임에 중독될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있었다.

청장년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이 분명하고 출처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유해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반면, 이들도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에만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편견에 사로잡힐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결국 어느 세대이든지 디지털 기기를 필요할 때만 쓰고 절제해서 쓰고 거기에 의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우리는 sns 활동이 자신과 타인,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보았다. 회원들은 대체로 sns를 기록, 정리, 및 홍보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피아간에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받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는 자신의 병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가짜뉴스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자신만의 아날로그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시간에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시간을 스스로 제한한다는 사람, 흙을 가까이 한다는 사람, 수공예를 한다는 사람,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우리 북클럽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50대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적인 삶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공기처럼 받아들이는 어린 아이들이 어른 세대의 올바른 지도를 받지 못하면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접근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고 그 결과 스스로의 힘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결핍될 것이라는 염려가 제기되었다.

독서와 독서모임은 그 자체가 아날로그 문화인 동시에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킴으로써 디지털 기기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리 독서모임은 이제 한 번의 독서토론과 종강모임만을 남겨놓고 있다. 넉 달 간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 자신을 위해 휴식을 가진 후 시즌 2를 시작할 예정이다. 결국 봄 시즌 내내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하게 되어 불편한 점도 많았으나 온라인 모임의 유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을에는 오프라인 모임이 가능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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