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수북 시즌 2 마지막 모임은 류시화가 엮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가지고 했다. 시인이자 명상가인 류시화는 영감 가득한 잠언시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넘쳐나는 정보와 말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정제된 언어를 더 절실히 필요로 한다. 시를 읽을 때 우리 마음은 느려지고 고요해진다. 시를 읽는 시간은 올 한해 쉴새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진정한 안식의 시간이 되었다.
우한 폐렴 뉴스로 시작되었던 2020년은 코로나와 함께한 한 해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죽음을 가까이 느꼈던 한 해였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있는 것들을 보고, 사랑하고, 놓지 말아야(더글러스 던)’하겠기에 책을 읽었다. 그리고 가상공간에서 화면을 통해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마치 영혼이 몸을 떠나 다른 영혼을 만난 것 같다. 1년 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을 우리는 했다.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헤르만 헤세).’
금년은 또 우리가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지(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시험해본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랜터 윌슨 스미스)’는 생각으로 이 시간을 버텼으며 또 즐겼다. 우리를 진정 살아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었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예전과 같은 일상이 찾아온다 해도 ‘사랑하는 친구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잘랄루딘 루미)?’
우리는 또 ‘상대의 결핍을 채우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느슨하게 흩어져 있는 존재들이 우리의 생명을 완성한다(요시노 히로시)’는 것을 깨달았다. 곤충과 바람이 꽃에게 그러하듯이. 우리가 서로에게 그러하듯이.
우리는 서로의 겉모습은 잘 모르는 채 바로 서로의 내면에 가 닿았다. 그래서 외모나 배경이 상대에 대한 인식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침묵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서로의 아름다움을 비추었다(클라크 무스타카스).’ 우리는 ‘슬픔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고, 쓸데없는 근심이 우리의 날들을 뒤흔들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리석을 슬픔으로 우리 자신을 낭비하지 않았다(오마르 카이얌).’ 그래서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이며,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낸시 함멜)’을 배우게 되었다.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나는 30주 동안 수북수북 독서 모임을 통해 한 주에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해 보았다. 그 실험은 성공이었다. 한 주에 책 한 권을 읽었을 뿐 아니라 그 책을 가지고 사람들과 대화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글로 썼다. 누가 시켰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나는 거의 미쳤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만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애플 컴퓨터 광고에 쓰인 어느 고등학교 교사의 시)’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기 전에 세상의 모든 책 중 몇 퍼센트나 읽을 수 있을까?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지만 ‘양’이 없이는 ‘질’이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제목을 알고 있는 책만이라도 읽고 싶었다. 시즌 3, 시즌 4를 이어가며 계속해서 우리는 책을 함께 읽을 것이다. 독서와 독서 모임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변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 회원들의 삶은 이미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펼치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독후감 쓰기를 지긋지긋하게 여기던 사람들이 책을 쓰겠다고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한다는 핑계가 사라졌다. 내 인생에는 세 번째 전성기가 도래했다. 책을 읽고 진행을 준비하고 독서 모임을 하고 후기를 쓰면서 내 삶에 리듬이 생기니 일상이 활기에 넘친다. 가족들도 내 삶이 독서 모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고 나만의 시간을 존중해준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도 두려움 없이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강의 요청이나 원고 청탁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이미 나에게는 콘텐츠가 쌓여 있으니까.
나는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진계유).’ 두문불출해보니 그동안 불필요한 모임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달았다. 원치 않는 자리에서 낭비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았다. 우리 모두가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음(제프 딕슨)’을 깨달았다. 그러니 문을 닫아걸고 나 자신을 만나야 한다. 문을 닫아걸고 나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메리 올리버)’ 찾아야 한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밧줄을 끊어야 죽은 뒤에 자유를 얻을 수 있음(까비르)’을 알 수 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이제 나는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 최고의 날들이 되리라(나짐 히크메트)’는 것을 안다.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춤추고,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면(알프레드 디 수자)’ 그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