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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리나 Oct 13. 2024

향기로운 사람을 알아보는 법

일상의 생각2: 내면의 향기를 지닌 진짜 고수 찾기

어릴 적부터 육감이 발달한 편이었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 예민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불길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어른들은 늘 멀리하고 경계했다.때로는 집에 오시는 분들을 똘망똘망 쳐다보거나 가신 뒤에 엉뚱한 소리를 해서 부모님을 황당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이성이 발달하다 보니 그런 예민한 감각은 아주 많이 둔해졌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여전히 대면했을 때나 전화 통화 등에서 뭔가 이유없는 불길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고 도무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감각이다. 그러나 나는 그 본능의 촉을 무시하지  않는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촉이 맞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온라인에서도 종종 그런 경우가 있는 듯하다. 온라인은 오프와 달리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없기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sns초기에 몇 번의 소란을 보고 나서는 그 촉을 다시 믿기로 했다. 비록 내가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준 사람은 역시 뭔가 시작이 석연치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느낌에 따라 속단하지는 않는다. 다만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고수하며 지켜볼 뿐...


반대로 엄청난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그 향기는 풍겨 나온다. 그들은 자신이 향기를 지닌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자의식 없는 겸손함이 몸에 배어 있고,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근사한 향기다. 또한 그들은 말을 앞세우지 않고 행동으로 이야기할 뿐이다. 이들이 진짜 고수다. 진짜 고수는 결코 빠르지 않다. 답답할 정도로 신중하고 무게감 있고 서두르지 않고 진중하다. 그렇기에 마지막에서는 결국 가장 빠른 사람이 된다.


온라인 공간에서 맺은 인연으로 몇몇 고수들을 만나게 되었다. 비즈니스는 진짜 고수와 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좀 더 진중해지려 한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너무 쉽게 다가가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조급해하지도 않으려 한다.  느린 가운데 속도가 있고 부드러운 가운데 힘이 실린 진짜 고수가 되고 싶다. 내가 고수가 되어야 제대로 된 고수들을 더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을테니...  


여러 해 전에 쓴 글이지만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나이 들어가면서 어떤 촉은 무뎌지는 것 같기도 하는 것이 안타깝다. 일상에 치인 탓인지도 모르겠다. 다시금 이 촉을 세워보자고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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