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로스트
지난 11월말 <희망은 한 마리 새> 정경심 저자의 북토크가 열렸다. 워낙 기다리던 분들이 많아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60명에 가까운 이들이 북살롱 오티움을 가득 메웠다. 정혜승 대표의 매끄러운 사회로 진행된 북토크의 열기는 추위를 녹일 듯 뜨거웠다.
영국에서 영시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력답게 정경심 교수의 영시 소개와 해설은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에피소드까지 조근조근 이야기하면서 웃음과 박수가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정교수가 딱 한 편을 골라 낭송한 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오는 밤 숲가에 멈추어 서서>였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가장 유명하지만 저자의 마음이 와 닿은 것은 이 시라고 했다.
북토크가 있은 며칠 뒤 나라에 내란 사태가 있어 포스팅도 못하고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긴 설 연휴의 마지막 날, 조용히 독서를 하고 싶어 책을 챙겨 출판문화단지의 '행간과 여백'을 찾았다. 햇빛이 쏟아지는 카페에서 프로스트의 시를 다시 읽는다.
특히 인상적이라고 했던 마지막 구절을 읊조리며 마음에 써본다.
숲은 아름답고, 칠흑같이 어둡고 심오하다.
하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구나,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구나.
"화자는 아직 마을에 속해 있습니다. 그에게는 지킬 '약속'이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 숲은 그의 숲이 아닙니다. 그는 마을에 있는 가족을 챙기고 지켜야 할 책무를 다해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늦기 전에 집에 가서 내일의 노동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구나'에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직 이 생에는 해야 할 일, '약속'의 무게가 무겁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지켜야 할 '약속'을 위해 고단한 노동에 나서는 그대들에게 축복과 위안이 있기를 바랍니다."
- 정경심 작가의 시 해설 중에서
북토크가 있던 날 밤, 가만가만히 낭송하던 저자의 표정이 떠오른다.
우리는 여전히 깊은 어둠 속에 있다. 편안히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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