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GTX-A 노선 중 파주 운정에서 서울역 구간이 개통되었다. 12월 28일부터 운행을 한다고 했지만 흘려들었다. ‘얼마나 시간 단축이 되겠어? 요금이 비싸다던데.’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학 동기들 단톡방에서 킨텍스에 사는 친구가 탑승 후기를 올렸다. ‘서울 시내 나오기가 너무나 편하다’라고 극찬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시승을 해봐야지.
시승의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1월 1일 남편 형제들이 12시에 모여 신년회 겸 점심을 하기로 했는데, 늦잠을 자고 꾸물거리던 남편을 재촉하다 보니 11시였다. 다들 일찍 오는 분들이라 11시 반쯤부터 모일 텐데…. 더구나 낮술을 마실 게 뻔한데다 형님네 아파트는 주차난이 워낙 심해서 대중교통으로 가기로 했는데. 길 찾기 앱으로 소요시간을 보니 1시간 30분이 나와서 헉! 그런데 추천경로 하단에 1시간 걸리는 경로가 뜬다. GTX-A노선을 이용하란다.
앱이 시키는대로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대곡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하니 운행 초기라 그런지 안내원들이 중요 포스트마다 서 있다. 3호선 대곡역 개찰구로 들어가 첫 번째 환승개찰구를 거쳐 GTX-A 탑승구역으로 이동, 두 번째 환승개찰구를 거치니 엘리베이터를 타란다. 목적지는 무려 지하 7층.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6대나 되었고 귀가 먹먹할 정도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순식간에 지하 7층에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1층을 내려가 지하 8층 승강장에 도착했다.
10분 간격이니 15~20분 간격의 경의중앙선이나 광역버스보다는 운행 간격이 좋은 편이다. 5분 정도 기다리니 차량이 들어왔고, 출발하자마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내부 좌석도 칸칸이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일반 지하철보다 훨씬 여유롭다. 차량 내부의 전광판을 보니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돌파해 175km까지 쭉쭉 올라간다. 이 정도면 고속열차 맞네! 3호선 대곡역에서 연신내역까지 7분, 연신내역에서 서울역까지 5분, 불과 12분 만에 서울역까지 가는 미친 속도를 자랑한다.
서울역 승강장은 지하 3층이라 올라갈 만하지만 층고가 높아 한 층이 까마득하다. 그래도 에스컬레이터 두 번 타고 빠져나오니 1호선 승강장으로 연결되었고 1호선을 타고 청량리까지 갔다. 행신동 집 현관문을 나오면서부터 청량리 미주아파트까지 딱 1시간 걸렸다. 언빌리버블!
출퇴근 시간에는 어떨까?
휴일 탑승은 여유로웠을 테니 출퇴근 시간에도 이용해 봐야 제대로 평가를 해볼 수 있겠지. 월요일은 일찍 출근하는 날이라 광역버스를 타러 갔고, 화요일에 이용해 보기로 했다. 1월 3일 화요일, 7시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7시 42분에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대곡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8분. 시간표를 보니 8시 9분 차를 탈 수 있다. 5분 정도 걸려 지하 8층 승강장에 도착해서 열차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줄이 길어졌다.
앉는 자리는 당연히 없을 뿐 아니라 서 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러나 같은 시간 경의중앙선에 비하면 엄청 여유 있는 편이다. 붐비지 않으니 이리저리 쏠리거나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차량 칸별 혼잡도 표시에서 ‘여유’로 떠 있는 건 웬 일? 이 정도면 지하철에서는 ‘보통’으로 표시되어야 정상인데 아직 제대로 인식을 못하나?
대곡역을 출발한 열차는 대체로 안정감 있게 가지만 구간별로 흔들림이 있어서 살짝 불안할 때가 있다. 고속주행시보다 역에 다가오면서 속도를 줄일 때 약간 그런 것 같다. 기관사들이 운행에 익숙해지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1월 초보다 1월 말에 탔을 때 흔들림이 덜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숙련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8시 26분 서울역 승강장에 도착했으니 대곡역에서 출발한 지 17분 만이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한다. 서울역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니 8시 30분, 서울로를 지나 천천히 걸어서 8시 38분 회사에 도착했다. 집에서 나온 지 56분 만에 도착한 셈이다.
원한(?) 맺힌 경의중앙선, 동동걸음이 해방되었다!
전체 출근시간으로 따져보면 광역버스는 1시간 5~10분, 행신역 가서 경의중앙선을 타면 1시간 정도 소요되니, 행신동에서 사는 내가 이용하기에는 시간적으로 큰 장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광역버스와 경의중앙선은 배차 간격이 15~20분인데다 광역버스는 입석 금지라서 타기가 쉽지 않고 경의중앙선은 대체로 승객이 너무 많아 출근하면 이미 진이 빠진다. 서울역 직행인 경의선이 가장 빠르지만 1시간에 한 대밖에 없고 네 량 열차라서 그야말로 지옥철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런 걸 생각하면 10분 간격으로 시간 맞춰 오고 러시아워에도 여유 있게 갈 수 있는 GTX-A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단점은 다소 비싼 교통비인데, 운정중앙역이나 킨텍스역에서 타는 사람들은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나처럼 대곡에서 타거나 연신내에서 타는 경우에는 광역버스비보다 약간 비싼 정도이다. 버스 요금 1,450원을 찍으면 3호선 환승은 무료, GTX-A 탑승 개찰구를 통과할 때 100원 추가, 서울역에서 빠져나올 때 2,150원이 추가된다. 합계 3,700원이니 광역버스 타고 회사 가는 요금 3천원보다는 700원 비싼 수준. 물론 요금만 따지면 시내버스를 타고 행신역으로 가서 경의중앙선이나 경의선을 타는 것이 1,650원으로 제일 싸지만 저렴한 만큼 피곤하다는 것이 단점. 싼 게 비지떡이랄까.
경기 북부와 남부 GTX의 결정적 차이
사실 GTX-A 노선은 수서-동탄 노선이 운정-서울역 노선보다 훨씬 먼저 개통되었다. 경기 북서부 시민으로서 순서에서 밀린 것이 아쉬웠으나 개통 후에도 동탄 시민들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30분 간격인데다 서울 도착지점도 강남 중심부가 아닌 수서이기에 다시 강남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교통편도 별 매력이 없었다. 그에 비해 운정-서울 노선은 10분 간격이니 충분히 이용할 만하고 강북 교통의 중심인 서울역에 하차하는 데다 킨텍스와 연신내역도 정차하니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고양시 사는 분들은 알겠지만 킨텍스 주변에는 킨텍스, 대형 백화점,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기존 3호선이나 광역버스 노선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차가 없으면 못 다닌다고 할 정도로 교통 편의성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그들에게 GTX-A노선의 개통은 그야말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운정 신도시에 사는 주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운정 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광역버스나 경의중앙선을 탈 경우 최소 1시간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 시간을 한 시간으로 단축했으니 그야말로 혁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GTX-A의 진정한 가치는 서울역-수서 구간이 개통되는 2026년 상반기에 빛날 것이다. 일산에서 강남 수서역까지 30분 만에 도착하는 교통혁명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동탄과 수서에 사는 주민들도 현재 운정 신도시와 고양시 시민들이 체감하는 GTX-A의 편리함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전에는 야근이 없어도 7시 가까이 되어야 사무실에서 나간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의선은 7시에 배차가 몰려 있고, 2호선을 타고 홍대입구로 가서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한다면 6시 대는 그야말로 지옥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가벼운 마음으로 6시에 사무실을 나와 서울로를 거쳐 GTX-A를 타러 간다. 10분 간격에 너무 과하게 붐비지 않는 편안하고 빠른 교통수단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