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o'clock 콩 심은데 콩, 팥 심은데 팥

25.12.06

by 글날 스케치MOON

올 초 엄마가 심은 콩밭에서 콩이 났다.

콩깍지 안에서 나온 콩들이 엄마집 마루에 펼쳐져서 적당히 마름중이고, 그 중에 한 봉다리 들구와 콩라떼를 만들었다.

콩을 불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여 수납장에 있는 퀴노아를 꺼내 익혔다.

좁쌀같은 작은 씨앗이 물과 뜨거운 열을 만나면 이렇게 싹을 틔우는게 신기하다.

어찌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싹을 트는것인지 자연의 이치가 참으로 재미있다.


일단 벌린일을 잽싸게 마무리 한 후에 적당히 불은 콩은 1차로 냄비에 삶아내고 다시한번 압력밥솥에 삶았다.

냄비에만 삶으니 콩조직이 단단하여 두번 삶아내는데 생각해보니 이게 왠 고생인가 싶을때도 있다.

밖에서 잘 갈려진 콩물로 사먹어도 되는데 구태여 이렇게 만지작거리나 싶으나,

엄마가 1년동안 키우고 거둔 것이기에 두말없이 엄마의 노고를 감사하며 받아들인다.


콩이 마치 밤처럼 뭉근하게 잘 삶어졌다.

이렇게 삶아지니 믹서에도 잘 갈리고 까끌거리게 씹히지 않아서 편히 마시기에도 좋더라

라떼를 만들어 파우치에 담아두면 가족들도 손쉽게 집어서 밖에 챙겨나가기도 하니,

한개씩 없어지는 그 재미에 나도 자꾸만 콩라떼를 만들어 둔다.

나는 따뜻한 라떼가 좋은데 아이는 매우 차가운 아이스가 더 좋은가보다.

이 또한 취향 차이이기에 어느것이 더 나은지는 각자의 몫이겠지.


내가 콩을 갈아 먹는다고 하면 엄마는 꼭 잔소리한다.

"음식은 마시는것이 아니고 씹어서 먹어야 한다.

치아로 으깨서 음식을 씹어야지 침도 잘 나와서 소화도 잘 되는 법이다.

요즘 사람들 맨날 쉐이크나 마시는 걸로 때우는데... 그렇게 식사하면 못쓰는거야.

콩을 밥에 넣어서 먹으면 고소한데 왜 그걸 갈아서 먹느냐. 음식은 꼭꼭 씹어서 먹어라."

엄마의 말씀이 틀리지 않지만, 45살 청개구리 딸은 엄마의 말에 반박하고 싶다.

"난 콩밥 싫어. 우리 가족들도 콩 안먹어.

그런데 이렇게라도 콩을 갈아두면 그래도 다들 잘 먹으니깐 엄마가 키운 정성 생각해서 먹으려고 하는거지."


나도 아이에게 꼭 잔소리를 한다.

"밥을 천천히 오래 꼭꼭 씹어먹어야지.

그렇게 소리내면서 후루룩 마시듯이 식사를 급하게 하면 너의 위에 안좋아.

밥 먹을때도 소리를 내지말고 먹어야 해.

그렇게 먹으면 나중에 어른되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거야.

밥도 최소한 10번은 씹어야지 3~4번만 씹어서 넘기면 어떻하니?"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

엄마는 엄마 딸에게 음식을 입에서 씹어 먹으라 잔소리하고,

나도 아들에게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라 잔소리한다.

외모도 성격도 성향도 너무나 달라 여전히 지금도 맨날 싸우는 엄마와 딸이지만,

어쩔수 없는 나는 엄마가 낳은 딸인가보다.


엄마. 콩 잘 먹을께요.

각자의 방식으로 잘 먹고 있으니 너무 염려마시고,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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