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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의 요리

아들의 주방에서 피어나는 빛

by 글날 스케치MOON

"아들, 이번 방학에는 우리 재미있게 새로운 이벤트를 해보면 어떨까?

니가 직접 요리를 준비해서 우리 가족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해 보는 거야.

재료는 아들이 직접 장을 봐 와서 준비하는 것이고, 대신 재료비는 우리가 예산을 줄테니 그 한도 안에서 준비해봐.

요리를 만들어주면 요리값은 먹은사람 각자가 너에게 개별 식사값을 주는 거야.

일반적으로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먹는 시세 정도로 줄께.

예를 들어서, 만일 삼겹살을 구워준다면 보통 1인분에 18,000원정도 하니깐 그 정도의 식사값을 지불하는 거야.

다시 말해서 식사비는 싯가인거야.

엄마랑 아빠랑 둘이 삼겹살을 먹으면 18,000원 x 2인 = 36,000원, 너는 36,000원을 받는 거지.

물론 요리가 대단히 감동적이면 팁을 더 줄 수도 있고, 사람마다 매기는 가치가 다르면 주는 금액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어.

먹는 사람이 4인이라면 대략 18, 000원 x 4 = 72,000원이 되고, 그럼 많은 사람에게 대접할수록 식사비도 많이 받을 수 있게 되겠지?

너는 쉐프가 되는거고, 우리는 고객이 되는거야.

우리의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들에게 용돈을 주고 싶었다.

사춘기가 온 아들은 생각보다 자기 혼자서 따로 쓰고싶은 돈이 많았고, 주변 어른들에서 받은 자잘한 용돈들이 소소한 씀씀이로 안개처럼 빠르고 쉽게 증발되었다.

어떻게 주는 용돈이 아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가 아들의 흥미를 끌만한 것으로 제안을 했다.

아들이 답하길

"오~ 좋아! 그럼 나 용돈 진짜 많이 생기겠다~!"

단순한 아들은 고민도 없이 짧고 굵게 즉각적으로 화답했다.

아이가 어릴적부터 주방에서 소소하게 잡일을 많이 시켜왔다. 초등 3학년때 가스불에 압력솥으로 밥하는 법을 알려주고, 계란프라이는 반숙으로 예쁘게 만드는 법도 알려주었다.

어린시절의 기억 덕분인지 아이는 혼자 요리해 먹는것을 좋아하고 즐겨했고,

엄마 몰래 혼자 짜계치(짜파게티+계란+치즈)나 불닭볶음면, 라면을 끓여먹을때 빛을 발했으리라.

아마 그렇게 자신만의 레시피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식탁에 펼쳐질 아들의 요리가 매우 궁금하다.

아들의 맛있는 요리를 기록해보며, 더불어 나날이 발전하게 될 그의 손 맛을 손뼉치며 크게 응원해주려 한다.


"아들, 오늘은 뭐 해 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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