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도 안 알려준 시크릿 레시피!
"아빠 어서 출발해요. 살게 많아요. 갔다와서 준비하려면 6시나 되야 밥 먹을수 있으니깐 빨리 가요"
“뭐 부터 먼저 살꺼야?”
“우선 수산시장을 먼저 가서 문어랑 새우, 가리비를 사구요, 그 다음에 마트가서 야채랑 소스를 사면 되요. 장보는데 시간은 40분쯤 걸릴 듯 해요.”
아들은 벌써 바쁘게 핸드폰에 사야 할 것들을 잔뜩 적더니 준비시간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재촉했다.
오늘의 요리 주제는 문어 백짬뽕이다.
본인은 매운 것을 좋아하지만 매운맛을 잘 못먹는 할머니와 엄마를 위해 특별히 백짬뽕으로 정했다고 한다.
짬뽕 육수는 바지락 육수가 시원할 것 같다며 싱싱한 바지락을 구매했다.
대하와 문어는 직접 눈으로 보고 가능한 싱싱한 것을 고르는 눈을 키워본다.
문어는 만져보기도 하고 손으로 들어서 무게도 재보면서 세심한 매의 눈을 하고는 이리저리 비교해본다.
초등학교때 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문어나 낙지를 사서 장난감마냥 쪼물딱거리며 빨판도 느끼고 먹물 쏘는 것을 관찰했는데, 오늘은 요리를 하려고 보니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는 듯 하다.
짬뽕 면보다 숙주를 넣으면 국물도 좀 더 시원하고, 식단에 예민한 엄마와 외할머니에게도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아빠의 제안에 따리 아들은 야채코너에서 숙주 여러봉과 청경채를 카트안에 넣었다.
짬뽕에 들어갈 재료는 굴소스에 볶아야 한다며 소스코너를 가더니 한참을 망설이다 묻는다.
“엄마, 굴소스 종류가 왜 이렇게 많아? 도대체 여기서 뭘 사야 하는거야”
본인 나름대로 준비해둔 리스트에 따라서 장을 보던 아들은 눈에 크게 뜨이는 카드 여유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앞장서서 카트를 끌다가 자신의 사욕을 야금야금 채우기 시작하는 순간 아빠도 엄마 몰래 아들을 지원해주기 시작한다.
내가 발견 했을때 이미 그들은 계산대 너머에서 박스에 간식꺼리를 담으며 입이 헤벌쭉, 나는 계산대 앞에서 바코드에 찍히는 온갖 먹거리에 그저 웃는게 전부였다.
그래. 무쇠같은 돌쇠에게 꼼지락꺼리는 일을 시켜야 하니 오늘은 내가 특별히 간식 사준다.
오늘 안방마님의 역할.
집에 돌아온 아들은 쓰레기를 담을 검은 비닐봉지를 옆에 걸어두고서 본격적으로 재료 손질부터 시작했다.
세심한 세척이 필요한 문어는 밀가루를 잘 뭍혀서 비누 목욕을 시키듯이 8개의 다리와 빨판을 조물조물 깨끗하게 닦아주었고, 손이 많이가는 야채들도 깨끗하게 씻어서 가지런하게 잘 정리한 다음 먹기좋은 사이즈로 칼질을 해주고 나니 반은 다 한듯하다.
문어를 씻기며 밀가루로 비빌때만 해도 연체생물의 유연함과 빨판의 접촉이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닷물이 아닌 수돗물이 닿으면서 문어는 뻣뻣해지는 경직이 찾아왔고, 아들의 예민한 감각에서 이 과정은 꽤나 놀라운 변화였을것이라 생각해본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강직하게 된 순간의 변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손끝의 감각이니 사춘기 아이의 예민한 손마디에서는 그것도 생경한 체험이었으리라.
파기름을 만든 후 바지락을 넣은 육수는 국물의 향에 강하지 않도록 향을 입혀내면서 끓여내기 시작했다. 단맛을 내는 배추와 청경채까지 야채도 넣은 육수가 어느 정도 끓고나서 치킨스톡을 넣어서 감칠맛을 더 살린 후에 새우까지 넣었더니 이제는 비쥬얼까지 좋다.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소리마저 제법 맛있게 들리기 시작하니 재미도 있다.
뽀얗게 올라온 육수의 색깔이 먹음직스럽고 맛깔스러움이 묻어난다.
잘 씻어서 준비해둔 문어가 드디어 입수할 차례이다.
문어의 아름다움은 동그랗게 말린 다리라며 삶을때부터 잘 해야 모양이 이쁘다고 강조했다. 이미 세상을 하직하고 늘어진 문어는 뜨거운 물에서 족욕부터 시작하여 문어만의 동그란 각선미를 만들어 가면서 발그레하게 익어갔다.
면을 대신하여 숙주를 준비했다. 보통 쌀국수에 생숙주를 넣는 것에서 착안하여 백짬뽕에도 생숙주를 넣어보았다. 아들은 면기 5개에 고르게 숙주를 담으면서 본인과 아빠는 양이 조금 모자랄 것을 대비하여 국수소면도 약간 준비를 해 두었다. 아무래도 면치기를 하려면 숙주로는 감이 떨어질듯한 나름의 대안책이였다고 본다.
단단한 숙주대는 뜨거운 육수를 만나면서 순이 살짝 부드러워졌고, 토핑으로 올라간 새우의 자태는 짬뽕의 색깔까지 덧입혀 주었다.
문어는 세심하게 물에 퐁당거리며 담그기를 했던 결과 기대보다 더 예쁘게 다리를 말아주었고,
아들도 본인의 작품에 상당히 만족을 하며 카메라 앞에 문어를 들이댔다.
상이 아주 후하게 차려졌다.
할머니께서는 혹시라도 식탁이 부족할까 하여 밑반찬으로 묵과 닭다리 윙까지 해오셨는데 이것까지 더해지니 5명이 먹어도 풍족할 만큼의 상이 차려졌다.
아들은 가족들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러 번 물었다.
“엄마 맛있어? 아빠 맛있어요? 할아버니 할머니도 맛있어요?
“엄마, 내가 새우 까줄까?”
“할아버니 문어 부드러워요?”
“할머니, 이게 백짬뽕인데요 제가 오늘 처음 만들었어요. 제가 다 재료도 사와서 한거에요. 안매우시죠?”
“아빠도 어서 먹어봐요. 숙주양이 너무 적은가? 국수 더 드릴까요?”
오늘의 식사값으로, 할아버지께서는 15,000원, 할머니로부터 15,000원, 엄마 15,000원, 아빠 20,000원의 식사값을 받고 아들은 오늘도 룰루랄라 컴퓨터 앞에서 FIFA를 즐긴다.
아마도 아들은 오늘 저녁, 게임하는 이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아이는 몸과 마음이 매일 성장하고 있었다.
스스로 각 요리의 재료를 통해 음식과의 궁합도 생각해보고, 소식좌의 식성에 따라서 면을 대체한 숙주나물을 선택했으며, 본인의 식성에 맞는 나름의 대안까지 준비했다.
나는 이미 아들의 요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점수를 후하게 줄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오늘도 자신이 손수 만든 음식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베풀어지면서 크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식재료를 구매하고 손질하면서 신선물이 가지는 중요성도 깨닳고, 이제는 칼로리까지도 생각해 보는 감을 키우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만든 본인의 식탁에 어떤 노고가 깃들었는지 깨닳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사랑을 먹으면서 성장하고, 엄마아빠도 자녀들이 베풀어주는 사랑을 먹으면서 더 어른이 되어 가는 듯하다.
오늘 아들이 보여준 JJAM뽕 시크릿 양념은 '사랑'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