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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니깐 말걸지 말라고

잔소리 엄마는 사양하고 싶어.

by 글날 스케치MOON

"아들아 장보려면 지금은 나가야해. 그래야 집에 와서 재료손질해서 만들고 늦지않게 저녁을 먹지,

가서도 OOO, OOO, OOO는 사야하지 않겠어?

가기 전에 종이에 살것 좀 적어가고,,, 리스트를 만들어야 뭘 사든가 하지.

아니 뭘 살지 정확하게 준비도 안하고 예산도 안짜고 그냥가면 어떻게 해

좀 적어.

뭘 살지, 얼마나 살지를 생각해야 예산도 나오지."

"아 진짜, 내가 알아서 한다고! 그만 좀 얘기해! 핸드폰에 적었는데 뭘 또 메모에 적으라고 하는거야"


엄마의 폭풍 잔소리에 오늘 아들은 시작부터 뿔이 잔뜩 난 채로 툴툴거리더니 아빠랑만 마트로 나섰다.

나의 라떼 잔소리에 아들은 성이 났는가 보다.

핸드폰에 적었다고는 하는데 내가 보는 입장에서는 카톡이나 인스타 DM 중인지 내가 알수가 없으니 메모하라고 조언한건데... 과했다

아빠랑 아들이랑 둘이서 쑥떡쑥덕 뭔가를 사와서는 주방에서 온갖 수상스럽게 쿵짝거리더니 드디어 요리가 나왔다.


오늘의 요리는 매콤 걸죽한 맛이 일품인 닭볶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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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낸 다음에 요리한것 치고는 그래도 잘 했네.

닭볶음탕용으로 절단된 닭, 당근, 양파, 대파, 감자, 넓적 당면까지 그런대로 생각해서 잘 사왔네.

음, 고추장은 집에 있는것을 쓴것 같고, 넓적 당면에 간도 아주 잘 배었군.

국물에 닭고기 기름이 좀 적은 것을 보니 닭껍질은 모두 벗기고 요리를 했구만.

혹시라도 시판 양념을 쓰나 했는데 혼자 힘으로 한것 같아서 일단 비주얼 합격.

나도 뿔난 마음에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상을 차린 모양새에 못이기는 척 한입 입에 댔는데...

이번에도... 맛있다.


빨간 양념의 색에 비해서는 맵지않고, 당면이 들어갔는데도 국물이 많이 쫄아들지도 않았다.

닭 기름도 별로 없어서 느끼하지 않고, 감자도 적당히 삶아져서 잘 으깨진다.

국물은 텁텁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깊이에 무겁지 않은 질감으로 잘 했다.

여간한 식당에서 먹는것 보다 더 담백하고 가벼우면서 맵지않은 맛이 일품이군.

요녀석, 날이 갈수록 점점 맛있게 잘 만드네.


어쨌든 아들도 짜증스러운 마음 삼키고 나름 열심히 상차림을 위해 노력했으니 그래도 좀 봐주마.

화내면서 요리하면 음식맛도 버리니 다음부터는 성내지 말고 좋은 마음으로 하길 바래.

기왕에 열심히 만든거 다 같이 맛나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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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비는...

아빠에게 받아라.

오늘 엄마는 시작부터 좀 언짢아서 이번 식사는 공짜로 먹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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