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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드릴께요. 한살.

이거 드시면 오늘부터 한살 더먹는거에요.

by 글날 스케치MOON

아들은 오늘도 주방에 서서 엄마의 부름을 받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요리에 감동을 담아볼까, 어떻게 꾸며야 보기에도 예쁜 음식을 만들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내고 밖에 나가서 놀수 있을까?

머리속에는 요리를 만들어 낼 생각과 플레이팅 계획, 빠른 시간안에 끝내고서 엄마의 손아귀에서 도망갈 생각에 분주하다.


오늘 가족을 위한 요리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가득담은 떡국이다.

어린시절 꼬꼬마 시절 떡국을 두그릇 먹으면 두살 먹느냐고 묻기도 했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서 부모에게 떡국을 끓여서 대접해 줄 수 있을 만큼의 나이가 되었다.


냉동실에서 꺼낸 희고 길죽한 가래떡을 살짝 해동한 다음 도마에 올려놓고, 호랑이 손톱처럼 왼손에 살짝 주먹을 쥐고 떡을 살짝 눌러주고는 썩뚝썩뚝 썰어내기 시작했다.

원래 떡국떡은 좀 얇게 썰어져야 하는데 해동정도가 약해서 그런지 생각만큼 얇게 썰어지지는 않지만, 한석봉 엄마가 아니니 반듯하고 고르게 썰 필요야 있을까 한입사이즈로 썰어보기로 했다.


함께 먹을 식구가 5명이니 가래떡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싶지만 국물이 있고 예쁜 고명도 올리고 김가루도 얹게되면 좀 나아지지 않겠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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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지단을 해야 하는데, 흰자와 노른자를 나누어서 해야 예쁘다는 말에 색을 분리하여 지단을 붙였다.

계란 깨다가 계란 껍질이 노른자를 건드렸는지 찔끔씩 새나오길래 긴급하게 숟가락으로 노른자를 구조시켰다.

계란 깨는것도 생각보다 좀 까다로운 과정임을 새삼 다시 깨닳는다.

노른자 지단을 부치고, 흰자도 지단을 분리해서 부쳤는데, 흰자의 양이 더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율이 좀 높았지만 그래도 색을 구분해서 하니 훨씬 더 예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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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른자와 흰자 지단을 모두 부쳐내고는 얇고 길죽하게 길이로 썰어서 준비를 했다.

두께를 일관적으로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칼질이 조금 서투른 탓에 조금 삐뚤빼뚤하게 썰렸지만, 가지런히 준비해보니 확실히 먹음직럽고, 길이가 일정해서 보기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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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국물이랑 떡을 잘 넣어서 한소끔 끓이고 난 후에 우리집에서 80% 준비된 떡국냄비와 지단, 파고명을 들고는 아래층에 사시는 할머니 집으로 총총총 내려가 할머니의 주방도 점령하고는 나머지를 준비했다.


아들에게 팁을 주기를, 떡이 불지 않게 하려면 떡이 어느정도 말랑말랑 익은 후에 먼저 건져내고, 나중에 식사하기 직전에 국물을 다시 담으면 도움이 된다 알려줬다.

아들은 작은 팁들도 알려주는 대로 잘 따라오며 식구들 수에 맞춰서 떡을 덜어낸 다음 떡 위에 파 고명을 먼저 올리고, 마지막으로 팔팔 끓인 시크릿 국물을 한주걱씩 올려서 식구들의 식사자리로 조심스레 올려 상을 차렸다.

손주가 끓여주는 떡국이 기특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모습에서는 대견함이 뭍어나고, 아들의 모습에는 성취감이 가득한 표정과 함께 생글거리는 미소가 뭍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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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가장 어른이신 외할아버지께서 드실 떡국에 계란 고명을 얹혀드리고, 외할머니께, 그리고 나머지 아빠,엄마, 본인꺼까지 모두 떡국 준비를 마쳤다.

할머니께서도 명절음식을 많이 준비해주셔서 식탁이 매우 풍성했고, 할머니가 하셨을 떡국을 손주가 대신 함으로써 할머니의 일손을 덜어드리니 아들은 그 뿌듯함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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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눈에도 꿀이 뚝뚝 떨어졌다.

아들의 대견한 모습에 아빠의 어깨는 저절로 힘이 쑤욱 올라가고 입꼬리가 간질거리는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만 오르락 오르락 한다.

아들은 아빠의 떡국그릇에 노른자 고명을 얹히면서 모른척 다른 사람보다 한줄 더 얹히는 눈치작전도 펼쳤다.

아빠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무한한 칭찬과 감탄, 그리고 헤픈 웃음만 상위에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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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은 참 맛있었다.

담백하고,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게, 정성스레 준비한 계란고명이 예쁘게 올라가서 한껏 그릇에 자태를 뽐냈다.

참 정성스레 열심히 잘 준비했구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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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먼저 국그릇을 통채로 다 비우셨고, 할머니도 손주가 만든 떡국이 얼마나 맛있으셨는지 그릇까지 드실 기세로 얼굴을 다 가리고 국물까지 싹싹비우셨다.

아들은 또 한번 소리없이 웃으며 마음으로 말했다.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용돈 좀 주세요. 이젠 밖에 나가 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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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새해 큰절을 하고는 두둑한 용돈을 챙겨서 놀러나갔다.

어디가서 놀꺼냐 물었더니 안 가르쳐준단다.

저녁 때 오겠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는 7시간동안 묘연하게 행방을 숨킨채 그의 나이에 걸맞게 놀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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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유난스러운 엄마의 가르침을 크게 거스르지 않고 잘 따라주면서 그렇게 조금씩 매일 자라났다.

지금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아이의 요리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들은 지금도 주방에서 우리를 위해 짬짬히 시간을 투자하여 요리에 본인의 정성을 베푼다.

아들의 다정한 사랑을 통해 우리 가족들의 마음이 살찌워지고, 아들도 우리의 곁에서 자주 머물러준다.


여전히 사춘기 아들은 현재 진행형으로 강력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내며 본인의 언어를 회색언어로 표현하기도 하고, 혼자의 시간속에서 수많은 내적 갈등과 충돌하고, 스스로 또는 밖으로 화도내고 말도 안되는 땡깡도 부리는 철없는 청소년이다.

그런 아들과 매일 잔소리로 꾸짖고 화내고 갈등도 심한 엄마이지만, 엄마는 믿어본다.

아들은 이 순간을 지혜롭게 잘 이겨내서 자신의 색깔과 형상을 만들고 있는 변태과정이라는 걸.

지금의 변태시기가 끝나면 화려한 날개를 펼치게 될것이라는 걸.


그때까지 아들이 안전하게 성장할수 있도록 나는 그 울타리를 견고하게 보강해주고, 거친 나뭇가지는 조금 다듬어 주고, 적당한 상처가 생겨도 놀라지 않도록 상처를 잘 치료해주는 그런 엄마가 되려한다.


언제나 변함없이 아들을 응원한다.

지금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커주기를 .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그런 건강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행복한 사람이 될수 있는 마음 그릇을 크게 빚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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