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4
오늘도 필사를 하면서 같은 문장을 세번네번 곱씹는다…
필사의 힘이다.
‘자취’
스스로에게 밥을 지어 먹인다는 의미의 단어 ’자취‘
20대 시절 내가 알던 자취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혼자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자로 풀어보니 자취의 큰 의미 안에는 밥 지어 먹는 시간과 더불어 그시간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이룬다는 더 큰 말그릇이 담겨져 있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밥 지어 먹이는 일에 인색한 편이다.
물론 빼빼로 같은 육신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저 연비가 좋은 몸둥아리 덕에 조금만 먹어도 에너지가 충분할 뿐, 가족들은 나를 연비가 탁월하게 우수한 경차에 비유하고 보통 모•ning을 언급한다.
식도락 또는 미식가은 나와 조금 먼 단어다.
가리는 음식이나 취향이 별로 없어서 집에 있는 일상의 식사으로도 늘 만족하는 편이다.
정성스럽고 푸짐하게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는 눈 앞에 놓인 약간의 음식으로 내 주먹만한 지름 5cm 정도의 작은 위를 채운다. 배가 부르거나 속이 든든하다 생각되면 기분이 썩 좋지도 않다. 많이 안 먹으려는 이유이기도 하고 체중이 올라가는 것 역시 몹시 싫다.
차가운 과일 또는 샐러드와 빵 등으로도 충분한 끼니이고, 하루에 한끼 먹어도 그닥 불편하지 않아서 적당한 양의 식사로 일상을 산다.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다. 가족들의 식사 시간대는 나와 비교적 겹치지 않아서 따로 챙겨주는 경우가 더 많고, 누군가 혼자 식사하는 것이 신경쓰이면 옆에 젓가락과 숟가락 한벌 올리고는 그들의 곁에서 말동무를 해준다.
오늘 저녁도 우리집 주방은 온기를 품고 있지 않고 건조하다.
책을 필사하면서 저자가 자취를 하는 중 느꼈던 밥에 대한 구절을 읽다보니, 문득 내가 우리집 안에 따뜻한 공간을 내려놓고 사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집에는 음식 냄새가 나야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를 꺼내 소박한 저녁상을 차려야겠다.
Epilogue
별친구가 집에왔다.
외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