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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DoG Oct 29. 2020

여행이 끝난 후 새로운 시작

집에 돌아오니 정말 좋았다. 밥도 있고 편히 쉴 곳도 있고, 하지만 마냥 편하게 쉴 수만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백수였고, 이제는 알바마저 때려치운 진정한 백수였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질 때쯤 나는 유튜브를 보다가 국비지원 프로그램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상편집을 국비 지원받아서 공짜로 다녔다는 말에 혹해서 나도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알아보았다. 집에 와서 엄마 아빠에게 국비지원 관련 얘기를 꺼내자 아빠가 한마디 거들었다. 취업성공패키지 참여하면 나라에서 일정 금액 학원비를 지원해 주고, 훈련 열심히 받으면 훈련수당도 준다고 잘 알아보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훈련수당이라는 말에 혹해서 단숨에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했다. 가까운 고용복지센터를 방문하면 되는 거라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지만 알아보고 정보를 수집하기까지의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나 나는 당장에 돈 들어올 구멍도 없는 백수였기에 빨리 시작할수록 좋았고, 총 3번의 개인상담을 받고 나서 들어온 훈련수당은 큰 기쁨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상담은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첫 상담 때 직업적성검사를 받고,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고, 두 번째 상담에서는 저번 적성검사 표를 보면서 나에게 어떤 일이 어울리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주셨고, 다음번까지 다닐 학원을 알아보라고 하셨다. 2주일 정도의 시간 동안 나는 HRD.net에 접속해서 국비 훈련 학원들을 알아보았다. 그 사이트에는 국비지원이 가능한 학원들이 저마다 수강신청을 받고 있었는데, 미용과 패션디자인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조금 더 오래 하고 싶은 패션디자인 교육을 선택했다. 선택 후에는 내가 직접 면담을 진행해야 했고, 세 군데 정도 면담을 진행한 후에 학원을 결정했다. 내가 학원을 결정하는데 큰 요인은 집에서의 거리였고, 또 학원마다 국비지원금액이 다른데, 이곳은 전액 국비지원이 되는 학원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학원을 선택했다. 세 번째 상담에서는 학원 결정을 전달드리고, 훈련 방법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상담이 끝난 시점과 학원이 개강하는 날 사이에 1~2달 정도의 텀이 있어서 나는 주말 알바를 알아보았다. 마침 경마공원 편의점에서 알바를 구한다길래 괜찮겠다 싶어서 지원을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고 힘들었지만 내가 겪었던 알바중에는 그나마 나은 쪽이라 별 불만 없이 알바를 이어나갔고, 불만이 있었다고 한들 알바를 그만두면 돈이 끊겼기에 계속 해나갔다. 평일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백수로 지냈는데, 이때 내가 시작한 일이 바로 유튜브다. 일본 여행에서 굉장히 심심했던 나는 방 안에서 유튜브를 보는 게 잠깐의 힐링이었는데, 그때 여러 일반인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덥석 시작을 했다. 동생의 노트북과 카메라를 빌려서 촬영을 하고 편집을 배웠다. 유튜브에서 웬만한 동영상 강의를 다 찾아 들으며 혼자 독학으로 영상편집 공부를 해나갔다. 어렵고 오래 걸렸지만 작업물을 볼 때는 정말 뿌듯했다. 사실 나는 이전까지는 전자기기와는 가까이하지 않고, 오로지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사람이었는데, 영상편집을 하면서부터 컴퓨터와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첫 영상은 나와 친구들이 선생님을 뵈러 파주에 가는 브이로그 영상이었다. 촬영도 서툴고 편집도 서툴렀지만 나름 10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어차피 백수인 나였기에 평일에는 그저 영상 촬영과 편집에 대해서 배우고,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올렸다. 원래 일주일에 한 개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어떤 날은 일주일에 두세 개, 또 어떤 날은 일주일에 한 개도 안 올리고 2~3주가 지나가기도 했다. 나는 유튜브 채널을 약 1년 6개월간 운영했는데, 지금은 그만두고 영상을 모두 내린 상태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백수지만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돈이었다. 영상 조회수가 높아지고, 채널 구독자가 늘어나면 유튜브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더욱더 열심히 영상을 만들었다. 잠을 자면서도 돈이 들어오는 것이 나의 큰 꿈인데, 이걸 이뤄줄 수 있는 게 유튜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내 영상은 업로드 후 24시간 내에 평균 3~4회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1회는 내가 본 것이고, 나머지 조회수는 내 유튜브를 아는 친구들이 채워주었다. 가끔가다가 뭐 때문인지 2천 회를 넘게 기록하는 영상도 있었으나 내 채널의 발전은 더뎠고, 학원이 끝나고 다른 일들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상편집과 작별을 하게 되었다. 백수로 지내는 동안 나를 활동적으로 만들어 준 유튜브 작업은 그래도 언젠가 다시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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