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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Jul 21. 2016

중고면 어때~?

미국의 소비문화 엿보기

기관을 운영하는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 중 하나는 헌 옷을 수거해 파는 것이다. 직접 도시로 나가 슈퍼마켓이나 주유소 등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에 헌 옷 수거함이 세워질 장소를 물색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트럭을 타고 시내를 돌며 하루 30개 정도의 상자를 수거한다. 얼마나 많은 옷가지가 기부될까 반신반의했지만 상자에 채워진 물건들에 적잖이 놀랐다. 겉모습이 멀쩡한 쓸만한 옷과 신발, 장난감, 가전제품 등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상표가 그대로 붙어있는 새 옷, 포장을 뜯지도 않은 생활용품들도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쓰던 물건을 남에게 주고, 또 남이 쓰던 물건을 가져다 쓰는 것에 대해 크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창피함을 느낄 필요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루는 상자를 수거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아줌마가 우리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살피시더니 재킷이 하나 필요했다며 제법 근사한 것 하나를 건져가셨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남의 시선이나 체면 따위는 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필요한 물건 하나를 공짜로 얻는 것보다...


한 번은 지나는 길에 큰 중고의류매장이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세상에나! 생각지도 못한 매장 크기와 그곳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물품들, 그리고 그곳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또 하나의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매장은 미국 전역에 체인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이름의 중고매장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쇼핑몰이나 아웃렛을 가보고 느끼는 건 언제나 이곳들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또 세일이나 쿠폰 등 많은 유혹들이 소비를 부추겨 사람들이 쉽게 지갑을 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리는 모습이 그동안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미국의 모습은 아니었는데.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가 지닌 얼굴인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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