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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Aug 04. 2016

미국, 넌 얼마나 가난하니

Food Pantry 체험기

OWC/IICD는 빈곤퇴치를 위해 아프리카에 보낼 자원봉사자를 양성하는 곳이지만 이 지역 사회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토요일마다 이곳 도와지악에 있는 Food Pantry에 가서 일을 돕는것. Food Pantry는 이 지역에 있는 교회가 연합하여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기부받은 식료품을 실업이나 장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곳이다.


건물안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식료품을 받기 위한 신청서를 쓰려고 줄을 지어 있었다. 이름, 연락처 등 개인 정보와 식료품을 타러 온 이유,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또 다른 지원이 필요한지를 적어 내면 자원봉사하러 온 학생들이 창고에서 신청서에 적혀있는 물건을 상자에 담아 그들에게 갔다 준다. 우리가 한 일도 그들을 도와 창고에서 물건을 담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주 기본적인 식료품이 없어 토요일 아침부터 온 가족이 이곳에 와서 필요한 것을 배급받고 있는 가족들이 예상 외로 상당수 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그들의 차림이나 표정, 겉모습은 가난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우리나라였다면 침체된 표정에 행색도 초라하고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는 딱딱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오후 수원역 광장에서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 처럼 말이다. 가난과 배고픔이 뭐길래 자신감과 존엄성을 잃은 모습으로 길 구석에서 그렇게 초라하게 수저를 들고 있던 것일까.


사람들이 돌아간 후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 역시 예전에는 이런 단체에서 식품을 배급 받았던 사람들 중 한명이었고, 운이 좋게도 누군가가 그녀를 이끌어주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도와지악 인구중 60%가 실업자라는 사실도 꽤 놀라웠다. 많은 사람들이 몇년 동안 직업 없이 살아가고 있으며, 노숙자가 되어 보호시설에서 살다 온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의료보험은 말할 것도 없으니 아프면 병원도 못가는 신세. 그리고 작은 시골동네다 보니 대중교통이 없어 자가용이 없으면 일자리를 구해도 쉽게 이동할 수 없으니 이 또한 문제. 하지만 이들을 위해 정부에서 하고 있는 정책이나 지원은 마땅하지 않고 지원받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단다. 그래서 이 단체가 식료품 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해 구직이나 주택 문제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처음 신청서 양식을 봤을때 의문점이 생겼다. '필요한 물품을 표시하게 되어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진짜 필요한게 아니어도 다 받아가고 싶어하지 않을까. 나눠주는 물품은 가족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따라 구분해서 나눠주고 있는 건가. 특별한 지원자격이 있는건 아닌가. 기부로만 모든 필요를 충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곳에 오는 사람들 모두가 실업자이며 그들이 필요하다고 적어 내는건 최대한 다 주고 있다고 했다. 물품을 받아가는데 특별한 제한은 없고 매주 이들을 위해 $300-500가 쓰이는데 100% 기부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려고 부자 나라에 왔는데 이곳에서 빈곤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선진국의 기준은 뭘까. 잘 사는 나라는 무엇으로 결정되는 걸까. 단지 GDP만으로 부국과 빈국을 나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을 잘 사는 나라, 강대국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내부를 들여다 보니 빈부격차도 크고 살기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가진 자 혼자 배부르게 하지 말고 배고픈 사람과 함께 나눠 먹을 수는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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