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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Sep 15. 2016

우리는 친구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

캔자스시티에서의 마지막 날. 


멕시칸 슈퍼마켓에서 손님들에게 기부금을 받고 있는데 휠체어를 탄 아저씨가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잔돈이 있으면 달라고 돈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사고를 당한 건지 불편한 다리에 떨리는 손으로 연신 줄담배를 피우며 멕시코 사람들에게 하는 단 하나의 스페인어는 "Hey, amigo! 50 centavos! (어이, 친구! 50센트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사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모습이 놀라웠다. 카드밖에 없다며 장을 보면서 직접 먹을 것을 사다 주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엔 이 아저씨가 나에게 해코지라도 하진 않을까, 내가 모은 돈을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슈퍼마켓 주인이 이 아저씨를 다른 데로 보내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저씨는 슈퍼마켓 주인과 서로 친구라 부르며 매주 이곳에 와서, 주머니에 있는 잔돈을 잘 내어주는 멕시코인들로부터 생계유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앗! 멀리 아프리카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 바로 앞에 있는 가난한 아저씨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니... 


이날 내가 이 아저씨에게 줄 수 있었던 건 점심으로 먹으려고 가져간 바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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