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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Feb 05. 2016

자유로운 영혼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사진과 함께 적혀있는 나의 장래희망은 '자유인'이다. 나름 학교생활 잘하고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생, 공부도 열심히 하는 우등생이었지만 고3 시절 담임이 정해준 대학교를 목표로 공부만 해야하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대를 가고자했지만 수능점수에 따라 대학교와 직업이 달라질 것이므로 섣불리 장래희망을 쓸수가 없었다. 더 어렸을때만해도 피아니스트, 의사, 외교관, 의사 등등 되고싶은 것도 참 많았는데...


친구들은 언론인, 요리사, 아티스트 등 멋진 직업을 써서 냈고, 내가 쓴 자유인이란 단어에 장난이라 생각하며 크게 웃었다. 하지만 난 진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대학원 마지막 학기, 열심히 논문을 쓰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일주일의 일본여행과 한달의 유럽여행을 선물했다. 예전에 내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보았던 한 친구가 여행후 돌아온 나에게 하는말, "넌 꿈을 이루었구나".


생각해보니 그랬다. 예상치않게 스페인어과에 입학하면서 스페인과 중남미의 자유로운 문화를 익혔고, 원하던 시기에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들이 생겨 적지 않은 곳을 여행하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며 자유를 만끽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제는 그 누군가의 자유를 위해 떠난다. 가난과 질병,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결과적으로는 내 영혼에 보다 더 많은 자유를 가져다 주기 위해. 돈, 명예, 욕심, 집착,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나를 기대하며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2012년 11월 3일 인천공항 112번 게이트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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