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은 서울 못지않게 카페 컬처로 유명하다. 그리고 서울과 비슷하게 방콕의 카페들도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 위치가 편리하고 앉을자리가 편해 종종 가게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스타벅스, 트루, 등)
2. 인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오는 인스타갬성 카페
3. 사장님의 개성과 취향이 묻어나는 믿음직스러운 동네 카페
이 중 내가 선호하는 카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3번. 그리고 내가 카페를 고르는 기준은 이렇다.
랩탑을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와 가까운 자리가 있어야 하고
앉아서 한두 시간 일할 수 있을 만큼 편한 의자와 테이블 필수
비교적 한산한 곳 (줄 서서 내내 사진 찍는 사람들이 없어야 함)
좋은 음악이 나오면 배로 좋고
커피까지 맛있으면 플러스 (커피 입맛이 크게 까다롭지 않다.)
위 기준에 부합하는 방콕의 숨은보석 같은 카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와 카페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 방콕에서 멋진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 90%, 그리고 여러분이 사장님들을 돈쭐 내줘 이 카페들이 영원히 문 닫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10%를 담아.
1. Tabebuya
프롬퐁 역에서 걸어서 12분 정도 거리. 사람이 없고 한적한 골목 끝쪽에 위치하고 있다. 카페를 둘러싸고 있는 무성한 초록잎들이 "여기가 바로 동남아다!!" 하는 느낌을 준다. 주말 오후, 종종 테이크아웃을 주문하는 손님 외에는 아무도 없는 2층 자리에 혼자 앉아 서너 시간 동안 일을 하고 떠났다. 일본과 태국을 조화롭게 섞어둔 듯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근처에 쇼핑몰도 있고 맛집들도 셀 수 없이 많으니, 알찬 하루를 보낼 동선을 짜기에도 완벽하다.
방콕 올드타운 근처 '클롱 마하낙'이라는 동네에 위치한 카페. 커다란 창을 통해내부 공간 전체를 따사롭게 비추는 햇살이 멋진 카페다. 바리스타 분께서 틀어놓으신 재즈 팝 플레이리스트가 꼭 여기 앉아 하루 종일 일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푹신한 소파 자리도 정말 편했고, 카페 내부는 고요했고, 커피까지 맛있었으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낭르응 전통시장에 들렀다 쉬어가기에 좋은 위치이기도 하다. 낭르응 시장 방문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국의 진짜 로컬 디저트가 궁금해?
수쿰빗 로드 동쪽 BTS 온눗역과 방짝역 사이, 한적한 거주지역에자리 잡은 카페다.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은 잘 없을 것 같은 그런 위치와 외관을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아티스트 같이 보이는직원분들, 좋은 음악, 그리고 귀엽지만 사나운 강아지가 공간을 지키고 있다. 나는 카페에서는 요리를 잘 시켜먹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시켜본 일식 카레가 정말 맛있었다. 카레 맛집 인정. 식사를 마치고 근처 골목길을 설렁설렁 산책하면서 방콕의 사람 사는 동네를 탐방해보기에도 좋다.
1층은 카페, 2층은 아트 전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내가 방문한 2022년 8월에는 Not too Virgin Design Lab이라는 아티스트 그룹과 협업해 친환경 소재로 만든 가구와 소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독특한 소품이나 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더 특별한 카페일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지나쳐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작고 심플한 외관을 하고 있다.
음료와 식사 가능, 그리고 반려동물 친구들을 환영한다는 사인이 카페 문 앞을 지키고 있다.
작지만 알차고 실용적으로 꾸며진 카페 내부. 바 테이블에 랩탑과 함께 세 시간 정도 앉아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카페 밖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거주지역이다.
낯선 이들을 보면 참지 않고 짖는 카페의 마스코트, 샤부.
제스모나이트 소재로 만든 친환경 소품과 가구들
의외의 일식 카레 맛집이다. 모든 테이블이 전부 다 카레를 시켜먹고 있었다. 매콤한 구운 야채 카레 185밧 (약 6,800원). 연근이 정말 맛있었다. 치킨 카츠 버전도 있다.
카페 이름 그대로 자기 역할 하나는 톡톡히 믿음직스럽게 해내는 그런 카페. (영어로 "It does just the job"이라고 하면, "딱 내가 필요로 하던/원하던 거야"라는 표현이다.)수쿰빗 카페들보다 힙한 느낌은 덜할지라도 일단 커피가 정말 맛있고, 모든 좌석이 편히 앉아 일할 수 있게 설계되어있고, 저렴하고 맛있는 브런치 및 커피 메뉴가 있다. 실은 이 날 근처에 있는 Polli's라는 카페에 먼저 갔다가, 랩탑 충전용 플러그도 없는 데다 모든 좌석이 힙스터 손님들로 가득 차 있어서 뒷걸음질 치며 나와목적지를 틀어 들어간 곳이 Just the Job이었다. 2년 전쯤에도 한 번 방문했었는데, 역시 근본이 최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카페.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한 이름을 가진 카페다. 정말 "여기는 대체 어디?"스러운 골목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아주 더운 날 대낮에 방문했는데, 햇살 뜨거운 골목길을 걷고 걷다 들어간 이 카페가 마치 오아시스 같이 느껴졌다. 다양하게 쓴 조명도 독특한 분위기에 한몫하고, 부드럽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장님 커플도 인상적이었다. 테이블이 다 제각각의 개성대로 생겼는데 또 전체적으로 나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카페에 있던 손님들 모두 소곤소곤 이야기해 마음이 편안했던 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