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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Jun 16. 2023

방콕에서 스페셜한 커피 한 잔

타이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Coffeas


종종 혼자 조용한 카페에 가서 멍 때리고 싶은 날이 있다. 아주 간단히 해소할 수 있는 욕구처럼 들린다. 그냥 일어나서 근처 카페로 가면 되잖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즉각 실행하기에는 나름 세세한 조건이 따라붙는 욕구다. "아무" 카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혼자 가서 조용히 멍 때리고 싶은 이 카페는 "사람들로 너무 붐비지 않아야 하고, 앉을자리가 편하고, 테이블이 너무 낮아서는 안되고, 커피가 맛있으면 더 좋고, 유행하는 디자인을 복사 붙여 넣기 한 공간이 아니라 주인의 독특한 취향이 잔뜩 묻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조건들을 전제로 한다. 이런 사정으로 대체 어느 카페를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반나절 날려버리는 날도 허다하다.


아래 소개할 Coffeas는 딱 그런 날에 고민할 필요 없이 찾으면 되는 카페다.



 


방콕 에까마이에 위치한 Coffeas는 타이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커피하우스다. 스페셜티 커피 협회 (SCAA & SCAE) 소속으로, 공인 Q&R 그레이더 자격증을 보유한 Nisakon Sinsawat (니사콘)씨가 1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그녀는 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반적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00년대 말에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태국 최초로 현지 북부 농가에서 재배한 커피빈으로 스페셜티 커피 인증을 받았다. Coffeas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말하자면 업계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존재다.





Coffeas 가는 길


원래는 BTS 아속역과 프롬퐁역 사이에 있는 수쿰빗 소이 31길에서 오랜 기간 운영하다가 2020년에 현재 둥지를 튼 에까마이로 옮겨왔다. BTS 에까마이역에서 도보로 약 10-12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더운 날씨에 땀 흘리며 걷는 걸 개의치 않아 한다면 카페까지 걸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방콕 특유의 푸르고 평화로운 동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Coffeas로 향하는 수쿰빗 소이 4길의 평화로운 풍경


어지러운 콘크리트 정글인 수쿰빗로드에서 걷기 시작해 에까마이 소이 4길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주변이 고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조용한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마침내 Coffeas 입구에 닿는데, 녹색 식물들로 무성한 정원이 활짝 열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신성한 안식처로 들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Coffeas Thai Specialty Coffee"
푸른 잎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정원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퀄리티 높은 커피를 위한 고집


카페의 주인 니사콘씨는 수많은 커피 농장이 있는 치앙마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10대 시절은 영국에서 유학했다. 그녀는 200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점점 커지는 걸 보며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미 인연이 있던 치앙마이의 커피 농장들과 협업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커피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계기였다.


태국의 커피 시장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 규모가 커져 왔지만, 그녀는 의외로 커피 사업을 큰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에게 Coffeas는 가족과 운영 중인 다른 사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안식처 같은 공간의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제약이나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Coffeas의 커피 바


그녀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로지 최상의 퀄리티 커피를 내놓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Coffeas를 소규모로 유지해 온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오로지 Coffeas가 진짜 맛있다고 자부하는 진정성 있는 커피를 꾸준히 내놓고 싶을 뿐.


그녀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다 보니 '그래, 세상에 오로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몇 없지, ' 싶었다.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Coffeas를 본인뿐만 아니라 맛있는 커피를 찾는 이들을 위한 오아시스 같은 공간으로 유지해 온 그녀의 굳은 심지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니사콘씨는 현재 카페 운영 이외에도 큐그레이더 (Q Grader,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SCAA의 커핑 기준에 따라 커피 품질 등급을 매기는 전문가) 코스를 가르치며 태국의 커피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Coffeas의 독특하고 편안한 공간


에까마이에 새 둥지를 틀면서 이 전에 같은 건물에서 영업하는 이웃이었던 디자이너 벽지 스토어 Pinpina와 함께 손을 잡고 이사 왔다. 덕분에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한 큐에 적은 비용으로 해치웠다고 한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 내부를 엄격한 구분 없이 함께 나눠 쓰고 있다.

Pinpina의 벽지로 꾸며진 천장과 벽
Coffeas의 커피바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아늑한 공간. 창 너머로는 푸른 정원이 보인다.
함께 이사 온 Pinpina Designer Wallpapers의 공간
다양한 커피 관련 소품과 도구가 한쪽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카페 입구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정글 같은 정원




니사콘씨의 추천 메뉴


방콕의 다른 카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콜드드립 (콜드브루 아님!)을 추천한다. 만약 달달한 음료를 좋아한다면 수제 버터스카치 소스가 들어간 더티커피가 손님들에게 인기메뉴라고 한다.

Coffeas의 시그니쳐 콜드 드립 커피




이런 분들에게 추천


타이 스페셜티 커피는 뭐가 다른지 궁금한 분들. 태국의 고집 있는 커피 장인의 뚝심이 담긴 커피 맛이 궁금한 분들. 자리가 편안한 곳에서 맛있는 커피 한잔과 함께 멍 때리고 싶은 분들. 정글 같이 무성한 정원이 있는 방콕 가정집을 구경해보고 싶은 분들.


영업시간: 11AM - 6PM, 휴무 없음


구글맵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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