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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Jan 15. 2024

방콕 고양이 사원에서 평온 찾기

다섯 번째 산책길: 딸랏 플루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원 근방 산책


나는 사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방콕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국민의 약 92% 이상이 불교 신자인 태국에서는 명절이나 집안에 대소사가 있을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사원에 들러 기도를 드리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태국에 오래 살다 보니 나도 어느샌가 새해 첫날엔 꼭 사원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쉬는 날에 종종 사원에 방문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특히 마음을 차분히 하고 싶은 날에 사원을 찾는다. 처음 가보는 사원에 들렀다가 그 주변 동네를 걸으며 카페를 찾아 쉬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 새로운 주말 나들이 산책 루트가 뚝딱 완성이다.


이 글에서 소개할 산책길도 그렇게 처음 만났다. 2019년에 한 택시기사분께서 방콕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며 사원을 하나 추천해 주셨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코로나19 시기를 다 지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됐다. 왜 이제야 갔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을 만큼 기대보다 훨씬 더 멋진 사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원을 방문하고 난 뒤에 걸은 동네 산책까지도 아주 근사했다. 눈에 보이는 풍경도 좋았지만, 산책을 마친 뒤에 마음이 잔잔하고 편안한 것이 특히 좋았다. 아쉬움이 조금도 남지 않는 반나절을 꽉 채운 일정이었다. 그 기똥차게 만족스러웠던 산책길을 그대로 걷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 우리의 산책은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방콕 외곽의 사원에서 시작한다. 사원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귀여운 고양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느긋하게 마음의 안정을 찾는 아침 시간을 보내보자. 오늘 최종 목적지현지인들이 찾는 맛집들로 가득한 수백 년 역사의 딸랏 플루 시장인데, 사원에서 시장으로 걸어가는 중간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잠깐 쉴 계획이다. 시장에 도착해서는 현지인들이 줄 서서 사 먹는 디저트 가게를 먼저 탈탈 털고, 태국식 중식당에서 역사가 담긴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즐길 예정이다. 마음서부터 뱃속까지 평온해지는 오늘의 산책을 떠나보자.

딸랏 플루 산책길. 약 1km 정도 되는 짧은 산책이다.




딸랏 플루 산책루트 구글맵 리스트


이 글에 나온 모든 장소들 + 추가 장소들을 아래 구글맵 리스트에 넣어두었다. 저장해 뒀다가 여행할 때 참고하면 된다.





1. 빡남 파시짜런 사원 (Wat Paknam Phasi Chaoren)


오늘 산책은 오전 10시에 이 사원에서 시작한다. 이전에 함께한 산책들에 비하면 조금 늦은 시간이다. 오늘 마지막으로 방문할 시장 디저트 가게가 정오즈음에 문을 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조금 느긋하게 출발한다. 오전 열 시의 사원은 해가 뜨거울 수 있으니 선크림을 바르는 것은 물론이고, 통풍이 잘 되는 긴바지와 모자도 잘 챙기도록 하자.


1610년에 설립된 왓 빡남 파시짜런은 현재 미국, 일본, 뉴질랜드, 인도 등지에 총 일곱 개의 지부 센터가 있는 국제적이고 큰 규모의 사원이다. 방문객 대부분이 현지인이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일본사람들인 것이 흥미롭다. 확실히 한국인보다 일본인 여행자들에게 확실히 더 잘 알려진 사원인 것 같다.

아주 멀리서도 우뚝 서있는 불탑과 불상이 눈에 띈다.
불탑 꼭대기층 천장을 수놓은 화려한 페인팅. 불교의 우주론을 묘사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사원은 방콕 도심에도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시내에서 차로 30분 이상 떨어진 이 사원까지 와야 하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 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2012년에 80m 높이의 불탑이 완성된 이후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사원이다. 또 비교적 최근인 2021년에 완공된 69m 높이의 거대한 불상이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귀여운 고양이들이었다. 사원 여기저기 널브러져 쿨쿨 낮잠 자는 냥이들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사원 내에서 보면 그 거대함이 더 잘 와닿는다.

사원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진다. 나도 같이 기도를 드리고 싶어 진다. '나이롱 불교신자'로서 절차를 잘 모르겠을 땐 뭘 좀 아는 것 같은 사람을 유심히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아니면 가장 덜 바빠 보이는 사람을 조용히 물색해서 조심스레 다가가 '기도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하고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운이 좋으면 어디에 가서 보시금을 넣고, 꽃과 금박지와 향을 받아서, 어디에 가서 기도를 하고, 또 어디에다 금박지를 붙이라고 인내심을 갖고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천사 같은 분을 만나기도 한다. 그럼 또 역시 사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친절하다며 속으로 침을 튀기며 감탄을 하고, 그렇게 사원을 좋아하는 마음이 한층 더 깊어진다. 그러다가 나처럼 이따금씩 쉬는 날 사원에 들르는 나이롱 신자가 탄생하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제 모습에 귀여워 어쩔 줄을 몰라 비명을 질러대도 콧수염 하나 깜짝하지 않고 쿨쿨 자던 고양이
쿨쿨 잘만 자는 것 같다가 몰래 사진 찍으러 다가가니 실눈을 뜨고 '아빠 안 잔다' 스킬을 시전한 고양이
신발 지킴이 고양이
사원 안쪽 기도하는 공간에 들어갈 땐 모두 이렇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여기 신발 다 내 거다냥.'
사원 바로 바깥쪽에는 간식, 커피, 간단한 식사류 등을 파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 있다.
여기에도 귀여운 냥이가!
사원 안쪽에는 바람이 솔솔 부는 이런 정원 공간도 있다.
그늘 아래 있으면 선선한 방콕의 겨울 날씨
행사가 있는 날에는 입구 근처에서부터 차가 많이 밀린다. 가까운 곳에 내려서 걸어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사원 내부로 들어가는 길


불탑 운영시간: 8 AM-6 PM


구글맵 링크




2. 사원에서 시장으로 가는 길


사원의 정기를 받아 고요해진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며 이제 시장으로 향해보자. 낮은 빌딩들이 줄지어 있는 고즈넉한 골목길에 간간이 보이는 독특하고 예스러운 동네 상점들이 시선을 잡아 끈다. 꼭 한국 시골 읍내를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낮시간 열기가 뜨겁다. 더워서 걸음을 재촉하고 싶은데 그러면 이 동네 풍경을 다 놓칠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걸음을 조금 늦추고, 흐르는 땀방울에서 의식적으로 신경을 거둔 뒤, 지나는 길을 한번 더 찬찬히 바라보며 눈에 담는다. 그러다 흥미로워 보이는 상점이 있으면 들어가 보기도 하면서. 그러면 방콕의 또 다른 동네가 내 손바닥 안에 쏙 하고 들어온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푸르른 가로수, 샛노란 햇살. 그야말로 방콕.
90년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웨딩드레스 샵
할머니, 엄마, 그리고 그 아들이 이어받아 30년째 운영 중인 베이커리
작은 동네 빵집 구경은 대체 왜 이렇게 재밌는 걸까? 뭘 파는지 구경하느라 눈이 돌아간다.
아주 빈티지스러운 케이크를 팔고 있다.
포이통(계란 노른자로 만든 달달하고 고소한 맛의 실모양 토핑) 케이크. 한 조각에 18밧(약 670원)




3. 마소니아 트리 & 커피 카페 (Masonia Tree & Coffee Cafe)


시장으로 향하는 길에 들러서 잠깐 쉬기 좋은 카페다. 식집사들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작고 알찬 공간. 1층부터 2층까지 카페 전체가 살아 숨 쉬는 식물들로 그득하다. 2층엔 넓은 테이블과 거의 누운 듯 쉴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커피는 오늘을 위해, 식물은 내일을 위해' (COFFEE FOR TODAY, PLANT FOR TOMORROW)


영업시간: 9 AM-5 PM, 수요일 휴무


구글맵 링크




4. 링스 커피 (LYNX Coffee)


마소니아 카페보다 사원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시장에서는 조금 더 가깝다. 커피가 맛있고, 앉을자리가 편하다.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 조용히 할 일을 하기에 좋다.


참고로 링스는 이 근방에 두 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다른 지점은 여기에서 시장을 지나 약 20분 정도 더 걸어가야 한다. 고양이들이 살고 있으니 좀 더 긴 산책을 즐기고, 귀여운 고양이들을 영접하고 싶다면 그 지점으로 가볼 수도 있겠다.

시장에서 가까운 LYNX Coffee
2층으로 올라가서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던 중, 아치 뒤에 숨은 공간을 발견
창가 바로 옆에 이런 명당자리가 있었다.


영업시간: 9 AM-6 PM


구글맵 링크





5. 딸랏 플루 시장 (Talad Phlu)


오늘 우리 산책의 종착역, 딸랏 플루 시장이다. 기차역 주변에 맛집들이 모여있는 이다. 태국어로 '딸랏'은 시장을, '플루'는 빈랑나무를 뜻한다. 1800년대에 이 근방에서 대규모로 빈랑나무(betel)를 재배해 빈랑자(betel nut)를 전문으로 파는 시장이 생겨나면서 딸랏 플루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현지인들에게 국수, 로컬 디저트 맛집 등으로 유명한 시장이다. 방콕을 여행 중인 쩝쩝박사들이 놓치면 아쉬운 시장이라는 얘기.

딸랏 플루 시장을 관통하는 철로. 사진에 보이는 플랫폼이 딸랏 플루 역이다.
역무원이 기차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오고, 시민들은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딸랏 플루 역에서 멈춘 기차

시장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해가 진 뒤에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오전부터 여는 가게들도 꽤 많다. 무엇보다 우리가 방문할 태국 디저트 맛집이 이른 오후에 문을 닫는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해가 쨍한 오후 1시에서 2시 즈음 시장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른 시간부터 저녁까지 고소한 기름냄새가 나는 오믈렛을 부치시는 할아버지
군밤을 파는 가게도 있다.


영업시간: 9 AM-12 AM (몇몇 가게는 오후 늦은 시간부터 문을 여니, 방문하고 싶은 특정 가게가 있다면 구글맵에서 시간을 잘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구글맵 링크




5-1. 카놈완 딸랏 플루 (Khanomwan Talad Phlu)


아직 밥도 안 먹었는데,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디저트를 먼저 사러 간다고?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디저트를 한 포대씩 사가는 이 가게에서 우리의 몫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 반부터 저녁 6시까지이지만, 재고는 오후 3시쯤이면 다 떨어지고 4시가 되기도 전에 마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텍 마 머니, 플리즈'
형형색색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한 곳에서 다 만나볼 수 있다.
쫀득 꾸덕함이 느껴지는 코코넛 푸딩의 자태

한 가지 참고할 점은 이 가게에서 코너만 돌면 모양이 똑 닮은 비슷한 태국식 디저트를 파는 가게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구글맵에 위치가 정확하지 않은 엔트리도 여러 개고, 리뷰에 두 가게의 사진이 뒤죽박죽 섞여있어 헷갈릴 수밖에 없다. '간판 없고, 사람들이 줄 서있는 집이 유명한 집'이라고만 기억하면 된다.

뜨거운 날씨에도 디저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벽에 붙어있는 번호표를 하나 집어 들고 내 순서를 기다리면 된다.
제 차례는 언제 오나요?

다들 각자 서서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지만, 더운 날에도 디저트를 사겠다는 일념으로 줄을 서는 우리는 사실 모두가 한 팀이라는 어떤 무언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번호표를 뽑은 뒤 한참을 기다려놓고서는 내 차례가 된 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지금 네 차례라며 주변에 계신 분들이 알려주신 덕에 차례를 놓치지 않고 디저트를 살 수 있었다. 또 '이 집에서 뭐가 제일 맛있냐'라고 아마추어 같은 질문을 던지자마자 가게 모든 손님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 순간에도 비슷한 에너지를 느꼈다. 내 주변에 서있던 손님들이 '이 초짜에게 오늘 진짜 태국 디저트 맛을 보여주겠다'라는 느낌으로 열성껏 이것저것 추천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하나씩 다 먹어봐라, 전부 다 맛있으니까'로 귀결된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기는 하다.

빛보다 빠른 손으로 바나나잎에 디저트를 하나하나 포장해 주신다.
코코넛밀크로 지은 찹쌀밥 위에 부드러운 코코넛 크림과 달달한 코코넛 토핑이 올라가 있다. 강력추천.
판단향의 카놈찬(코코넛밀크, 쌀가루, 타피오카가루 등으로 만들어 층층이 나눠진 푸딩)을 썰고 계신다.
붉은색 코코넛 토핑이 올라간 디저트는 달콤한 맛에 짠맛이 더해진 독특한 맛이다. 토핑에 양파나 쪽파같은 무언가가 들어가는 것 같다.
콩떡 같은 비주얼에 홀려서 구입했는데 이것도 진짜 맛있었다.
여섯 개 디저트를 전부 다 해서 54밧(약 2,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게 착한 가격
판단과 코코넛 맛이 나는 계란 푸딩
타로 + 코코넛
녹두앙금이었던 것 같은데 진짜 맛있었다. 아래는 쫜득한 찹쌀 레이어.
이 날 구입했던 것들 중 단연 일등.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레이어에 코코넛 향이 가득하다.


영업시간: 11:30 AM-6 PM


구글맵 링크




5-2. 카놈 매 쳉 (Khanom Mae Cheng)


카놈 매 쳉은 바로 앞에 소개한 디저트 가게에서 코너를 돌면 바로 있는, 비슷한 태국식 디저트를 파는 가게다. 이곳 역시 손님으로 붐비기는 하지만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디저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앞에 가게에 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는 것을 포기한다면 빈손으로 돌아가는 대신 여기에 들러서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 몇 개를 사가지고 가면 되겠다. 나는 앞집에서 먼저 번호를 받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 여기에 달려와서 디저트를 구입해 가지고 다시 줄을 서러 돌아갔다.

이런 파란색 간판이 있는 곳이 카놈 매 쳉
옆집보다 규모가 작다.

옆집이 너무 유명하고 붐비는 탓에 상대적으로 조촐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카놈 매 쳉도 자그마치 3대째 운영해오고 있는 역사가 긴 디저트 가게다. 매일 20가지 이상의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뭐가 제일 맛있냐고 여쭤보면 친절한 주인 할머니께서 제일 인기 있는 디저트 다섯 가지를 알아서 척척 담아주신다.

카놈 매 쳉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저트 다섯 가지. 이걸 다 해서 47밧(약 1,600원)으로 놀라운 가격. 하지만 모두 다 내 입맛에 그다지 맞지 않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눈사람처럼 뽕실뽕실 빵빵한 카놈따꼬(코코넛 푸딩) 자태가 너무 귀엽다.

개인적으로 이 가게의 코코넛 푸딩에는 전부 희미하게 재스민 향이 들어가 있어서 그 맛이 조금 오묘하게 느껴졌다. 한국인인 나에게 확실히 익숙하지 않은 향이다. 계란이 들어간 푸딩류와 코코넛푸딩류 모두 옆집이 더 내 입맛에 맛있었다. 여기에서 내 취향에 가장 맞았던 디저트는 아이러니하게도 할머니께서 담아주신 탑 5 디저트엔 없었던 코코넛 찹쌀 케이크(카놈 바빈)와 녹두버무리떡(카놈 투아뺍), 이 두 가지였다.

카놈바빈. 이거 정말 물건이다. 강추.
쫀득한 식감에 꼬소한 맛이, 한국인 입맛에도 아주 잘 맞을 것 같다.
카놈 투아뺍. 지난번 넝번 산책때도 소개한 적 있는 녹두버무리같은 떡. 이것도 진짜 맛있었다.


영업시간: 12 PM-8 PM


구글맵 링크




5-3. 떽헹 (Tek Heng)


디저트를 야무지게 포장해 챙겼다면, 이제 식사를 할 차례다. 딸랏 플루 시장은 여러 국수 맛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둡고 축축한 골목 사이에 난 노상 식당들이 대부분이라 사실 조금 난도가 있다.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떽헹 식당을 추천한다.

시장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교차로에서 3분 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된다.

중국 차오저우에서 이민온 중국계 태국인 가족이 4대째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다. 태국의 라마 5세 국왕(재위 기간 1868-1910)이 이 집의 대표메뉴인 미끄롭(Mee Krob)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미끄롭은 가느다란 버미첼리 누들을 튀겨서 새우, 게살과 함께 새콤달콤한 소스에 볶은 요리다. 식감이 거의 과자처럼 바삭하고 맛은 달달하면서 짭조름하다. 단맛이 강해서 이 요리 하나만으로 식사를 하기엔 무리일 수 있다. 여럿이 방문한다면 미끄롭은 하나만 시키고, 다른 요리들을 함께 주문해 나눠먹는 것을 추천한다.

떽헹(Tek Heng)의 시그니처 요리 미끄롭. 200밧(약 7,500원)


영업시간: 월-금 10 AM–2 PM & 4–9:30 PM, 토일 10 AM-9: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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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니앙 아이스크림 (Ni-Ang Ice Cream)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먹었으니, 이제 차가운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니앙 아이스크림은 다름 아닌 계란 노른자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가게다. 비리다거나 어떤 특별한 맛이 있지는 않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잘 어우러지는 고소한 맛이다. 생노른자만 올라간 버전이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생노른자만 올라간 아이스크림은 60밧 (약 2,300원). 숙성 노른자가 추가로 올라간 버전은 80밧 (약 3,000원)

나는 소금에 절인 노른자를 추가로 넣은 버전을 주문했다. 중국식 디저트에 흔히 들어가는 그 노른자 맛이다. 짠맛은 그다지 강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난다. 식감이 진득해서 이에 쩍쩍 달라붙는다. 그냥 시그니처 메뉴를 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결론.

니앙 아이스크림 가게의 외관. 디저트 가게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 기찻길을 건너야 나온다.
뒤편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영업시간: 3 PM-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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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카놈브앙 싸린팁 (Khanom Bueang Sarinthip)


태국의 유명한 길거리 간식 중 하나인 카놈브앙 가게. 하루종일 현지인들이 줄지어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태국식 '크리스피 크레페'라고도 불리는 카놈브앙은 얇은 밀가루 반죽을 바삭하게 굽고 그 위에 다양한 토핑을 넣어 반으로 접어 내는 간식이다. 마시멜로우 같은 식감의 크림과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는 달콤한 버전이 있고, 매콤한 새우와 쪽파가 들어가는 짭조름한 버전이 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맛있어서 다들 줄을 서서 먹는지 궁금하다면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딸랏 플루 시장의 카놈브앙
하루 종일 줄이 끊이지 않는다.


영업시간: 8 AM-10 PM


구글맵 링크




딸랏 플루 산책루트 구글맵 리스트


이 글에 나온 모든 장소들 + 추가 장소들이 아래 구글맵 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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