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생기는 질병은 '너 진짜 이딴 식으로 살래? 똑바로 해!' 하고 몸이 나에게 주는 신호다. 수술이나 기타 의료적인 치료로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해서 끝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질병의 원인을 찾아 그 뿌리까지 뽑아내지 않으면 완전한 치유라고 볼 수 없다. 근본 요인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질병은 언제든지 또 다른 형태로 나를 찾아올 것이므로. 진정한 치유를 원한다면 먼저 애초에 그 질병이 나를 찾아온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이게 다 내 탓이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희망적인 관점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내 몸에 배어있는 나쁜 습관들을 내가 주체적으로 놓아줌으로써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일함. 눈알이 빠질 것 같이 뻐근해도 쉬어주지 않음. 왜냐하면 눈이 아픈 건 별 큰일이 아니고, 지금 나에게는 일을 끝내는 게 더 중요함.
아침, 점심을 건너뛰고 빈속에 커피만 때려 부으면서 일함. 일이 바쁠 땐 불안해서 음식이 안 넘어가서이기도 하고, 식사를 하고 나면 나른해져서 일에 집중이 안됨.
그렇게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음. 항상 뭔가에 쫓기는 듯이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일함. 즐기면서 일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나에게 해당되는 말일 리가 없음. 바뀔 생각도 없음. 왜냐하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일이 더 잘된다고 착각함.
일하다가 너무 불안하고 답답하면 휴식을 취하는 대신에 폰을 켜고 의미 없는 콘텐츠를 스크롤링을 하는 것으로 불안감을 해소함. 오히려 더 불안해짐. 하지만 자각하지도 못함.
눈을 쉴 타이밍은 없음. 하루 종일 랩탑에서 모니터로, 폰에서 TV로, 크고 작은 스크린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뿐임.
아침에 걷고 뛰는 게 몇 안 되는 삶의 낙이었는데, 북미팀이랑 일하기 시작하면서는 시차 문제로 일을 방콕 시간으로 새벽에 시작함. 결국 아침운동을 포기함. 운동은 점심이나 저녁때 해도 되니까,라고 합리화함.
아 그런데 또 점심에 운동하기에는 이게 일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음. 이렇게 또 합리화하면서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하루종일 앉아서 거의 움직이지도 않고 일함.
하루에 움직임이라곤 저녁에 하루 한 번 운동하러 가는 것. 근데 몸도 제대로 안 풀린 상태에서 갑자기 뛰거나 무거운 웨이트를 듦.
자기 전에는 안경도 끼지 않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 누워서 엄청나게 밝은 핸드폰 스크린을 코앞에 두고 계속 스크롤링하다가 잠듦.
안경 없이 가까이서 핸드폰을 보면 양쪽 눈 시력이 달라서 초점이 안 맞음. 그래서 한쪽 눈만 뜬 상태로 엄청나게 밝은 핸드폰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봄.
이 외에도 눈을 마구 비비고, 소프트 렌즈를 끼고 수영을 하고, 엄청 독한 성분의 샴푸를 쓰면서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아서 눈이 쓰라려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함.
이제 눈 절대 안 비빔.
이전엔 머리를 항상 허리를 숙인 채로 감았는데, 이제는 무조건 서서 감음. 컨디셔너 때문에 얼굴과 몸에 피부 트러블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너무나 멀쩡함.
내 일상에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던 회사와 일에 대한 자세를 완. 전. 히. 뜯어고침.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 스트레스 없이는 일을 못할 거라고 고집 피우던 내가 요즘 나름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음.
간헐적 단식을 핑계로 빈속에 과식하는 것을 그만둠. 이젠 그냥 일하다가 중간에 점심을 먹음.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짐. 한국 집에 있으니 엄마아빠랑 매일 같이 밥 먹을 수 있어서 배로 좋음. 집밥 맛있어서 행복지수 올라감. 일석삼조.
폰 스크린 색상을 최대한 따뜻하게 바꾸고 평소 밝기도 많이 낮춤. 눈에 무리가 덜 가는 게 느껴짐.
어두운 곳에서 밝은 스크린 보는 행위를 멈춤. 이젠 자려고 불을 끄면 핸드폰도 더 이상 만질 수 없다.
빈속에는 커피 대신 보리차나 물을 마심.
물을 항상 근처에 두고 수시로 마심.
기본 영양제 하나와 눈 관련 영양제 하나, 이렇게 두 가지를 복용하기 시작함. 영양제의 세계는 너무나 방대하고 복잡함. 앞으로 필요에 따라 더 늘려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음.
스탠딩 모션데스크를 구입함. 오래 앉아있는 게 건강에 그렇게 나쁘다니 이제 서서 일함. 얼른 업무를 쳐내고 침대에 누워 잠깐 쉬려는 욕망이 들끓어 오름. 덕분에 생산성도 올러가는 것 같음. 하루에 한두 시간씩 짬을 내 몰아서 하는 운동보다 하루종일 틈틈이 움직이는 게 좋다고 어디서 주워들음. 이미 디폴트로 서있으니 거실로도 걸어가고, 물도 뜨러 가고, 서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이 움직이게 되는 것 같음. 이때 눈도 같이 쉬어짐. 일석이조.
다시 평일 아침에도 햇살 보고 걷기 시작. 아침에 충전한 에너지가 하루 전체를 밝혀줌. 하지만 어려운 날도 있음. 아침 일찍 미팅이 있는 날엔 왜 이렇게 직전까지 자고 싶은지 모르겠음.. 이건 노력해서 극복할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