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ㅣ불완전함에 대한 척력

나의 가장 큰 과제는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by 건빵진소라

내가 맨 정신으로 살 수 없는 데에는 이토록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하나로 엮어 이야기해 본다면 한마디로 '불완전함에 대한 척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테다. 중학생 때의 과학시간이 떠오른다. 아무리 힘을 줘도 가까워지려야 가까워질 수 없는, 같은 극의 자석들. 두 자석 사이에 부드럽지만 강한 벽돌이 있는 것만 같은 손의 감각. 그럼에도 진짜 안 붙을 수 없을 거라며 팔을 걷어붙였던 것도 같다. 그때 완강하게 서로를 밀어내던 자석을 떠올려보니 지금의 내 모습과 판박이다. 불완전한 인생을 가까이 대니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며 벽을 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간 내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단순히 완벽주의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인생의 불완전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불완전한 무언가를 볼 때면 그것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혼자 조용히 안타까워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것보다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나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를 둘러싼 세계가 보여주는 불완전함마저 떠안기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 불완전과 불완전이 만나 더 큰 불완전함으로 잠식당할 수 없다는 무의식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곤 마치 같은 극끼리 치열하게 밀어내는 자석처럼 구는 것이겠지.

맨 정신으로 살 수 없다고 느낄 때면 나는 행동으로도 맨 정신을 바닥에 패대기쳐왔다. 알딸딸하게 술에도 취해보고 남들이 또렷하게 눈 뜨고 있는 시간에 잠에도 취해보고 눈이 벌게지도록 자극적인 콘텐츠에 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요즘 나의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다소 지연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걷거나 뛰면서, 집안일을 하면서, 다른 일에 집중해 보면서 무언가에 취하려고 했던 나의 의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된 데에는 아마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계속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내가 가진 불완전함에 대한 척력의 존재를 인지한 것만으로도 나의 치유에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우리 모두 힘내보자고 선두에 서서 외치기엔 나라는 존재가 너무 나약하고 미약해서 그렇게 맺음말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이 말은 남기고 싶다. 각자의 앞에 놓인 삶을 맨 정신으로 살 수 없다고 느껴도, 그저 괜찮다고 말이다.

이전 11화맨 정신이 주는 낯섦 적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