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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Sep 08. 2015

카우치서핑 #1:탱고를 못 추는 아르헨티노, Ale

6개월 중남미 여행_139일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탱고 배우기

칠레 산티아고에서 만난 카우치서퍼였던 대만언니, 메이 Mei는 아르헨티나에 가면 제발, 꼭, 무조건 카우치서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칠레에서부터 아르헨티나 호스트들에게 무수한 쪽지를 보냈고, 몇몇에게서 답장을 받았다.  그중  Ale라는 젠틀해 보이는 아르헨티나 남자가 있었는데, NGO 분야의 일을 한다고 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였기에 지체 없이 다른 호스트들은 제쳐두고 알레에게 답장을 보냈다. 몇 시간 후, 알레에게서 답장이 왔다. 콜롬비안 서퍼가 있는데 내가 괜찮다면 와도 좋다고! 흐흐


알레의 집에 도착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알레는 저녁에 시간이 괜찮다며 나에게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당연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왔으니 탱고를 배워보고 싶다며 탱고 수업에 가자고 제안했다. 아니면 네가 가르쳐줘도 된다고. 그런데, 나의 예상과 달리 알레는 탱고를 춰 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읭? 너 아르헨티나 사람  아니야?라고 묻는 내게 알레는(만 39세) 요새 아르헨티나 젊은 사람들은 탱고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탱고는 주로 중장년층이 즐기는 문화라고. 어쨌거나 알레 친구 중에 탱고 수업을 들어본 친구가 있으니 물어보고 함께 탱고를 배워 보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르헨티나 사람, 콜롬비아 사람, 한국 사람이 모두 함께 탱고 왕초보 수업을 듣기로 했다.



탱고 수업을 가기 전에, 저녁은 나와 내 친구가 준비하기로 했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우리는 남은 한국 식재료를 탈탈 털어 진짜 한국식 김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실 칠레나 아르헨티나에도 '스시'라는 이름으로 커스터마이즈 된 롤이나 김밥 비슷한 것을 파는 곳이 꽤 많다. 어쨌거나, 시금치와 당근, 소시지 그리고 참치마요!! 게다가 밥은 한국에서 가져간 후리가케와 비벼서 그럴듯한 김밥 베이스를 완성하였다. 김은 산티아고 Patronada 에 있는 한인 마트, 아씨 마트에서 구입했다. 내가 먼저 김밥 말이 시범을 보였다! 흐흐 전에 칠레에서 할 때는 잘되었는데 밥이 뜨거워서인가 김밥 옆구리 터지고 난리가 났다. 그래도 나 한번 하고, 아르헨티노 호스트 알레 한번 해보고, 콜롬비아 카우치서퍼 산티아고 한번 하고, 내 친구 한번 하고- 하니 다들 빵빵 터지고 신나서 김밥을 말고 있었다. 잘~  말아줘~  흐흐. 아무래도 자꾸만 김밥 옆구리가 터지고, 밥 양조절 미스로 밥이 너무 많이 남아 누드김밥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랩을 깔고 조심조심..  이번엔 그럴싸하게 성공해서 의기양양해하며 아르헨티노와 콜롬비아노에게 누드김밥 마는 법을  전수해 주었다. 누드김밥 말기에 신난 39살 아저씨와 21살 귀요미.(아래 사진)


왼쪽이 콜롬비아에서 온 산티아고(21 세), 오른쪽이 탱고 못추는 아르헨티나 사람 알레(39 세)


살사 수업이 끝날 때 즈음, 탱고 바에 도착했다. 수업을 하는  학원이라기보다는 자유로운 바에서 시간표에 맞춰 온 손님들을 대상으로 탱고를 가르치는 곳이었다. (입장료는 70페소/수업은 무제한/드링크 미포함) 콜롬비아 북쪽에서 온 산티아고는 맘껏 살사 실력을 뽐내며, 우리에게 살사 특강을 해주었다. 역시 쿠바노와 콜롬비아노는 모든 사람이 춤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는 것 같다.


첫 수업은 밀롱가. 탱고의 아버지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탱고가 파생되었다는 설도 있으며, 탱고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나 시간을 말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밀롱가 스텝은 4 박자이고 탱고는 7 박자로 끝난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밀롱가가 조금 더 쉬웠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 탱고를 추다 보니, 정말 탱고가 사교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초보 스텝을 연습하면서도 두 남녀 사이에 아주 많은 대화들이 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어의 장벽으로 심도 깊은 이야기는 하지 못했지만... 바람 날 만 하더라. 흐흐. 'It takes two to  tango'라는 영어 표현도 있다고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탱고는 그런 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커플이 함께 탱고 배우기를 강력 추천한다. 왜냐하면 남녀가 서로 호흡을 맞추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방법 같은 것을 배우니까 말이다.


선생님의 탱고 시범


초짜들끼리 연습을 하고 있으면, 선생님이 다가와 조언을 해주는데, 내가 가장 많이 지적받은 점은 '리드하지 마라,  기다려라.'였다. 탱고는 남자가 리드하며, 여자는 그를 따라가는 춤이기 때문에 여자인 나는 남자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처사가!!!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하다가 갑자기, 깨달음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 그래서 내가 밀당을 못하는 거구나! 마치 학부시절, 영국 문학개론 시간에 배웠던 제임스 조이스의 에피퍼니 epiphany와 같은 순간이랄까. 하하하. 나에 대한 새로운 교훈을 얻은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밀당을 잘하게 될지는... 미지수) 어쨌거나 탱고 수업은 무척이나 재밌었다. 탱고는 살사만큼 신나고 재밌지 않을 거란 나의 예상을 깨고, 탱고 수업 내내 신나서 스텝을 밟고 있는 내 모습. 그나저나 잊고 있었는데, 다시 되뇌어야겠다.


'리드하지 마라, 기다려라.'

'리드하지 마라, 기다려라.'

'리드하지 마라, 기다려라.'





*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밀롱가  

http://www.voakorea.com/content/article/29362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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