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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Sep 16. 2015

쿠바에서는 시간도 춤을 춘다.

6개월 중남미 여행_ 시간의 춤: 나를 쿠바로 이끌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만약 우리들이 사랑한다면, 시간은 죽지 않는다.



언제였을까, 밤늦게 채널을 돌리다 보니 KBS1에서 다큐를 방송하고 있었다. 잠시 리모컨의 움직임을 멈추고는 브라운관 안의 낯설지만 익숙한 동양인의 모습을 보았다. 쿠바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이야기였다. 쿠바에 한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처음이었다. 


살면서 언젠가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나라, 쿠바. 


1905년, 조선 황성신보에 멕시코에서 4년 동안 일할 농부를 구한다는 광고가 실렸다. 약  천여 명의 조선인이 제물포항으로 모였고, 그렇게 그들은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내려졌다. 몇 년만 고생하면 큰 돈을 벌어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중 300여 명의 사람들은 다시 배를 타고 쿠바로 향했다. 


영화는 그렇게 쿠바에 남겨진 사람들의 후손이 살고 있는 모습을 담담히 따라간다. 중국인에게 팔려갔다 도망쳐 나와, 배에 실린 상자에 숨어 쿠바로 온 '상자의 여자'. 네 번째 아내와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시는 쿠바의 음악가 세실리오 아저씨. 국립 발레단에서 발레리나로 활동하는 디아나. 그리고 그 먼 곳에서까지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지원했던 분들과 체 게바라의 혁명에 동참했던 한인의 후손들까지... 


그러나 이 영화는 쿠바의 한인들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뜨거운 사랑'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백발의 할머니가 남편의 오래된 편지, 꾹꾹 눌러 쓴 그 러브레터를 읽으시며 눈물짓는 모습이며,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직접 쓴 시 - 

"시간이 죽지 않는 삶은 멋진 것입니다. 항상 문이 있기에, 사랑만이 채울 수 있는 문이 있기에." 

- 를 읊어주시던 모습. 평균의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가지고 뜨거운 삶을 사는 사람들. 


하나 둘 쿠바친구가 생기면서 문득,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의 씨앗 같은 것을 갖고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태어날 때부터 그들은 나보다 훨씬 많은 사랑의 씨앗을 갖고 태어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죽지 않는 삶은, 멋진 것입니다.






* 참고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372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045&contents_id=82989

http://today.movie.naver.com/today/today.nhn?sectionCode=MOVIE_GUIDE&sectionId=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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