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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Oct 12. 2015

글쓰기에 관하여 @Salar de Uyuni

6개월 중남미 여행_111일째: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새삼, 글쓰기가 어렵다는 걸 느낀다. 블로그에 끄적거리던  것보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으니 완성된 글을 써야만 한다는 강박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뭐 "진짜" 작가도 아니고 완성도를 높여봤자 얼마나 높이겠냐 마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글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얼마 전 같은 그룹사의 퇴사 동기를 만났다. 언니는 나와 참 많이 다르지만, 한 편으론 비슷한 점도 많은데 문학을 좋아한다는 것이 그러했다. 파블로 네루다를 좋아하는 언니와 어느새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보르헤스의 이야기까지 건너가고야 말았다. 그러다, 내가 왜 여행에서 -일기가 아닌-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가 떠올랐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밤새 별을 보고 돌아온 아침, 추워서인지 너무 피곤해서인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 호스텔 옥상에 올라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데스의 추운 날씨가 나로 하여금 호스텔 지붕 위의 따뜻한 햇살을 그리워하게 만들었고, 따뜻한 햇살은 호르헤 보르헤스의 칠일 밤을, 그리고  그중 네 번째 밤은 나로 하여금 글을 써 내려가게 만들었다.



어릴 적, 종종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타면서 나는 내가 굉장히 글을 잘 쓰는 줄로만 알았다. 시골 촌동네에서 글 좀 쓴다는 나는 읍내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나갔다. 분명 맑았던 것 같은데 왜 나의 ‘작품’에는 비가 등장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생각나는 조각은 할머니의 묘지에 부슬부슬 비가 내렸던  장면뿐이다. 나는 그저 쓰고 싶은 대로 살아있는 우리 할머니를 -상상 속에서- 돌아가시게 만든 후, 그 무덤 위에 비가 내리게 했다. 그리고 나는 무려 강원도 교육감 장원을 받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내가 장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는 것이다. 왜냐면 그것은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글짓기이므로 없는 사실을 지어내도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우리 엄마는 나에게 거짓으로 글을 써서 1등을 했다며 나를 놀려댔다. 덩치만 컸지 아직 작은 아이였던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거짓말. 찾을 수 있다면 내가 12살에 썼던 그 ‘작품’을 다시 보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큰 거짓이었길래 나는 그리도  부끄러워했을까. 그리고 그 후, 나는 그저 모범적인 어린이가 되었고, 평범한 학창시절을 지나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는 대기업에 입사하였다.


지겨운 점심시간, 부장님 말씀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스마트폰을 본다. 김영하 작가의 인터뷰가 있다. 어린이의 거짓말은 곧,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란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12살의 내가 떠올랐다. 세상은 이렇게 연! 결! 고! 리! 가 있다. 만약 그때 우리 엄마가 나의 거짓말을 좀 더 장려했으면 어땠을까? 대기업에 입사해서 방황하기보다는 작가가 되어있었을까? 오히려 굶어 죽었을까? 등단 작가가 굶어 죽는 이 마당에, 어쩌면 우리 엄마가 옳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 밥벌이는 하게 해 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졌다. 6개월의 여행은 너무 길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다. 나는 왜 사는 걸까. 여행을 하면 답이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결국 답은 없었다. 결국 돌아가야 하는 거겠지.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올랐다. 



자, 그래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냐고? 그저, 나에게 글쓰기가 이런 의미가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일상을 살아내면서 문득 '하나뿐인 내 인생에게 나,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때마다 글을 썼다. 회사생활이 힘들고, 머리 속이 하얘질때는 이를 악물고 글을 쓰고, 읽고 또 읽었다. 그때의 나는 글쓰기를 세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나의 마지막 저항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에게 글쓰기는, 자기치유의 과정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혼자서 끄적거리던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기 시작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내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잊었다. 어느새 글쓰기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되어 버렸달까. 죄송하게도 이번 글을 나를 위한 글이다. 


다시, 나를 치유하기 위하여 글을 써야겠다. 


뿅. 우리 모두 힘내욥.





김영하 작가의 ted 강연: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하: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https://www.ted.com/talks/young_ha_kim_be_an_artist_right_now?languag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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