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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Oct 14. 2015

칠레 전통 음식, 까수엘라 전수받기

6개월 중남미 여행_151일째: 추억이 깃든 따뜻한 국물, 까수엘라

요새 절찬리 방영 중인 집밥 백종원 선생의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스페인 요리라며 까수엘라가 등장했다. 나는 까수엘라가 칠레 전통 요리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오랜 식민의 역사 속에서 건너온 요리였나 보다. 그러나,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Cazuela라는 단어는 스페인어의  뚝배기(냄비)에서 왔지만, 남미를 중심으로 하는 요리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칠레의 까수엘라가 가장 유명하고 페루에도 비슷한 요리가 있으며(근데 한 번도 못 봄) 푸에르토 리코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먹는 파이를 까수엘라라고 한다.


칠레 사람들은 정말 정이 많다. 흔쾌히 자신의 공간을 공유해준 카우치서핑의 젊은 친구들과 히치하이킹으로 함께 칠레를 누볐던 멋쟁이 기사 아저씨들! 산티아고에서 비가 많이 오던 날, 친구의 차가 빠져 움직이지 못하자 지나가던 운전자들이 내려 함께 차를 밀어주기도 했었고, 지하철에서 갈 곳을 몰라 벙쪄있으면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 게다가 칠레에 머무는 동안, 친구의 어머니께서 산티아고에 볼일이 있어 오신다며 내가 좋아하는 까수엘라를 만들어주시겠다고 나를 초대해주셨다!



칠레 사람들에게 까수엘라는 '할머니의' 혹은 '엄마의' 가수엘라라고 말하는 따뜻한 음식이다. 나에게도 까수엘라는 그러했다. 그 날은 히치하이킹이 잘 되지 않아 오후 늦게야 커다란 트럭을 탈 수 있었다. 밤 늦게 12시가 넘어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사 아저씨의 말씀에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허름한 가정식 식당의 그 날의 메뉴는 까수엘라였고, 아저씨는 이 까수엘라가 칠레 전통음식 중 최고라며 끝없는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역시나, 추운 날씨에 따뜻한 까수엘라 국물로 배를 채우니 살 것 같았다. 너무 맛있다며 행복해하는 우리를 보더니, 갑자기 아저씨는 밥 값을  계산해버리셨다. 차도 공짜로 타고 가는데 밥까지 얻어먹고, 너무 미안해하는 나에게 아저씨는 칠레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단 한 번의 윙크로 모든 것을 얼버무리셨다.



까수엘라는 닭고기나 쇠고기를 기본으로 만들며 그 외에 호박, 감자, 당근, 옥수수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밥이나, 작은 파스타면(Cabello de ángel, 천사의  머리카락)을 잘게 부수어서 넣는다. 친구네 어머님이 가르쳐준 레시피가 좋았으나, 내 스페인어의 한계로 모두 알아듣지 못하여 번역본으로 대체한다. 생각보다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준비물:  닭 4조각, 감자 4조각, 호박 4조각 (약 3 x 3cm), 옥수수 2조각, 당근, 쌀 반컵, 오레가노, 소금, +고수


요리법:

1. 닭을 깨끗하게 씻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냄비에 끓입니다.

     Tip. 껍데기가 국물을 내니까 버리지 말라는 어머님 말씀!

2. 감자, 호박, 옥수수, 당근 등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닭이 익고 국물이 우러날 때쯤 넣어 줍니다.

3. 콩, 고추, 양파, 고수 등도 넣고 끓여줍니다.

4. 오레가노와 소금으로 간을 하고, 약간의 물을 추가합니다.

5. 푹 끓입니다.

6. 쌀이나 파스타를 넣어 끓인 후, 서브합니다.



칠레는 그나마, 남미에서 고유의 전통음식을 많이 가진 나라이다. 사실 쿠바나 에콰도르 등을 여행할 때는 딱히 전통음식이랄 것이 없었다. (크리올 음식 외에는) 어쨌거나 칠레 또한 식민의 역사로 인해 스페인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까수엘라처럼, 그 나름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나 더 내가 좋아했던 칠레 음식 중 하나는 포로토  Poroto였다. 콩을 불려서 각종 야채 그리고 파스타와 끓여먹는 음식인데 부대찌개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 음식 또한 역사적인 스토리가 있는데, 아옌데 대통령이 죽고 칠레가 너무나 가난하던 때에 끼니를 잇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적은 양으로 배불리 먹기 위해서 이 포로토 요리를 많이 해 먹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보릿고개의 구황작물인 셈이다.


또 다른 칠레의 식문화로는 온세 las  once(우리말로  간식)라는 것이 있다. 온세는 칠레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 정착했던 영국인들이 오후 늦게 저녁식사 대신 차와 빵으로 요기를 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처음 보고 너무 충격적이었던 온세. 나는 너무 배가 고파 저녁으로 한 상 차려 먹고 싶은데, 내 친구는 차와 빵 조금 아보카도 치즈.. 이렇게 꺼내놓고 저녁이란다. "응? 저녁...?" "저녁이 아니고 온세."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기야 했지만, 아직까지도 가끔 집에서 저녁마다 한상 차려 먹던 기억이 나를 휩쓸고 지나간다. 저녁식사가 아니라 온세를 먹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습관, 혹은 칠레의 살인적인 물가와 낮은 임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머물면서도, 항상 호스텔에 머물며 젊은 친구들하고만 어울려 그 나라의 어른들을 뵙고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칠레에서는 히치하이킹이며 함께 요리하는 것이며 어른들과 함께 해서인지 칠레에 대한 잔상이 더 많이 남나 보다. 나의 부족한 스페인어로 서로 의사소통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 마음과 미소만으로도 따뜻한 시간이었다. 너무 추웠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 칠레. 그리웁다.





* 각종 정보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azuela

주칠레대사관 홈페이지(chl.mofa.go.kr)

http://www.recetasycocina.cl/sopas/cazuela-de-poll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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