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중남미 여행_7일째: 드디어 클럽!!!
카우치 서핑 호스트였던 시난과 그의 여자친구 카밀라가 아바나 최고의 클럽을 소개해주겠단다. 그 이름은 Factory. 음? 공장? 클럽이름이 공장이라고? 영어로는 그렇고 현지 이름은 "Fabrica de Arte" 우리말로 하면 예술공장되시겠다. 공산주의 국가라 클럽도 공장인가... (비하 아님, 저는 쿠바를 사랑합니다.) 어쨌거나 '뭐 쿠바의 클럽이 뭐 얼마나 재밌겠어?' 별로 기대도 안하고 시난의 차를 타고 간다. 그런데 웬걸! 무슨 동네 외곽 같아보이는 허름한 공장 앞에 어마어마한 수의 젊은이들이 줄을 서있다. 게다가 인원 수 제한을 하기 때문에 퇴장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행히 아바나의 한 대학에서 기타를 전공하는 카밀라의 인맥 덕에 줄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클럽 안은 정말로, 예상 밖이었다. 나름(?) 서울에서 클럽 좀 다녀봤다고 자부하는 나였지만 이 곳은 클럽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예술공장"이었다. 실제로 본래 카놀라유 공장으로 쓰였던 이 곳은 완전하게 리모델링 되어 서울의 청담동, 아니 뉴욕 어딘가의 갤러리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곳곳에 남아있는 공장의 오래된 느낌을 살린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와 공존하는 모던함이란! 쿠바를 떠올리면 항상 모든 것이 오래되고, 낡아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이 곳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1층 공연장에서는 영국에서 온 밴드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한쪽에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나는 음악에 춤을 추는 사람들. 2층으로 올라가니 한 켠에서는 프로젝터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다른 한 켠에서는 지붕이 뻥 뚫린 옥상정원에 칵테일 바가 있다. 뜨거운 쿠바의 밤을 통과하기 위해 얼음과 라임으로 가득한 다이기리Daiquiri를 한 잔 주문한다. 짙은 푸른 색 하늘에 떠있는 별이 나를 바라본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다이기리를 홀짝이며 시난과 카밀라를 기다렸다. 그러나 카밀라는 이미 친구들을 찾아 춤을 추러 가버렸고, 시난은 그런 그녀를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어 나는 홀로 남겨졌고, 2층의 갤러리로 발검음을 향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모던한 작품들이 나를 에워싸며 어찌할 줄 모르고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사진만 찍어댔다. 이스라엘 작가 Enrique Rottenberg의 작품은 후에야 그 이름을 알았지만, 그가 찍었던 여성들의 나체 사진은 아직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일렉트로닉 음악과, 독특한 건축 그리고 춤, 음식 등 모든 것이 트렌디함으로 무장한 곳. 본래 신나게 춤을 추러 갔으나, 춤이 아닌 쿠바의 현대 예술에 감탄만 하다 돌아오고 말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쿠바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아바나의 예술공장. 이 곳에서 Old Habana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베다도Vedado의 Trendy Habana라고나 할까.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충격의 클럽, 이상 아바나의 예술 공장 클럽 견학기를 마친다.
* 입장료는 2CUC이며, 입장시 주는 종이에 음료를 마실때 마다 도장을 찍고 퇴장 시 정산하는 시스템. 해당 종이를 잃어버리면 모두 마신것으로 간주되어 꽤 큰 금액을 계산해야한다.
* 택시타고 베다도 근처의 파브리카 데 아르떼 근처에서 내려달라고 하면된다. 모네다 택시 노선에서 두블럭쯤 떨어져있다.
* 클럽에 춤추러 가는 줄 알고 카메라를 안가져가서 사진이 이 모양 이꼴 ㅜ.ㅜ